남산의 산신령, 점보 - 한국사 장인 점보와 함께하는 비몽사몽 베드타임 스토리
김익환 그림, 김난희 글 / 땡스앤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남산의 산신령, 점보>는 처음 표지부터 묘하게 시선을 끄는 책이다. 형광빛에 가까운 초록색 바탕과 갓을 쓴 토끼 같은 존재들, 한가운데 초록 눈을 반짝이는 까만 캐릭터까지 얼핏 보면 귀여운 캐릭터 그림책 같지만, 주인공 점보의 설정은 제법 범상치 않다. 공민왕 시절인 1369년에 태어나 650년 넘게 남산을 지켜본 산신령이라니. 남산에 놀러 온 모찌모찌와 우연히 만난 점보는 훈민정음, 임진왜란,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목격한 역사를 옛날이야기처럼 풀어놓는다. 여기에 BTS 공연을 보러 간다는 농담까지 자연스럽게 섞인다. 650년의 역사적 연륜에 현대 문화 적응력까지 갖춘 산신령이라니, 점보는 처음부터 꽤 매력적인 이야기꾼이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역사를 연도와 사건의 목록이 아니라 한 캐릭터의 기억으로 바꾸어놓았다는 점이다. 역사책에서 3·1운동은 1919년, 독립선언서, 만세운동 같은 단어로 정리되지만 점보에게 그 시대는 자신이 직접 본 사람들의 얼굴과 거리의 소리,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함께 외쳤던 사람들의 기억이다. 역사를 오래 공부하다 보면 수많은 연도와 사건 사이에서 정작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 사라질 때가 있다. 그러나 실제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그것은 시험 문제 한 줄이 아니라 결과를 알 수 없는 ‘오늘’이었다. 이미 역사의 결말을 알고 있는 우리에게 점보는 익숙한 사건을 잠시 현재형으로 돌려놓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한국사 입문서이면서도 어른이 읽기에 충분히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다.





그림을 맡은 김익환 작가의 작업도 책의 분위기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자폐성 장애를 지닌 그림 작가인 그는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확장해왔으며, 이전에는 365편의 무비 드로잉과 영화 속 문장을 담은 <하루치 용기를 충전하는 긍정의 말들>을 펴냈다. 박서보 화백이 그의 작업을 두고 “익환이의 선에는 죄가 없다”고 표현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는 그림들이다. 글을 맡은 김난희 작가는 여성지 기자로 활동했고 현재 발달장애인 아트콘텐츠 그룹 땡스앤컴퍼니를 운영하며 아들과 함께 예술과 사회를 잇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엄마라면 뭐라고 했을까?>라는 책을 펴낸 이력이 있어서인지 확실히 이번 책도 읽기에 편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나면 이 책 역시 단순한 작가 간 협업이라기보다 엄마와 아들이 오랫동안 주고받은 이야기와 그림이 만들어낸 결과물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점보에게서는 상업용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와는 다른 친근함이 느껴진다. 책과 함께 온 점보 부적 역시 이런 캐릭터성을 잘 보여준다. 지극히 현실적인 소망들이 적혀 있어 웃음이 난다.  나는 '돈복 미친듯 붙는다' 부적을 지갑에 넣고 다닐 생각이다. 650년 산 산신령이니 인간 세상의 재물복 데이터도 제법 쌓였으리라 믿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노출 사철 제본으로 만들어져 양쪽 페이지가 편하게 펼쳐지는 책이어서 그림과 역사 장면을 함께 감상하는 이 책의 성격과 잘 어울린다.





다 읽고 나면 <남산의 산신령, 점보>를 단순히 ‘한국사를 알려주는 그림책’이라고 소개하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책이자 캐릭터북이고, 엄마와 아들이 함께 만들어온 창작의 기록이며, 한 사람이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으며 탄생시킨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남산의 산신령, 점보>는 그래서 나에게 매우 특별하고 소중한 책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1369년생인데 BTS도 보고 남산에 출근해 어린이들을 상대하는 산신령이라니. 꽤 마음에 드는 산신령이다.


#남산의산신령점보 #남산의산신령 #김난희 #땡스앤북스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