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말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
신현종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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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카페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신현종 작가님의 <결국 말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제목만 보면 ‘말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알려주는 책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훨씬 실용적이고 관계 지향적입니다. 관계를 지키는 법에서 시작해 핵심을 전달하는 법, 질문하는 법, 제안과 설득의 기술까지 21가지 주제로 나누어 설명한다는 점도 실전서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을 쓴 신현종 작가님은 롯데홈쇼핑 쇼호스트를 거쳐 현재 신세계쇼핑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스피치 교육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세일즈와 커뮤니케이션 강연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전 저서로 <오늘의 말씨>가 있습니다. 홈쇼핑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낯선 사람의 관심을 붙잡고 구매 행동까지 이끌어야 하는 분야입니다. 그런 현장에서 오래 활동한 작가님답게 이 책은 추상적인 화술론보다 ‘상대가 어떻게 듣는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읽으면서 특히 공감했던 부분은 “조언은 요청받았을 때 합니다”라는 대목이었습니다. 우리는 좋은 의도로 상대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면서도 정작 상대가 그것을 원하는지는 확인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요즘 경기가 안 좋은데 괜찮겠어?”라는 말에 곧바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꺼내놓는 식입니다. 작가님은 이런 상황에서 조언의 내용보다 먼저 상대가 지금 조언을 필요로 하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대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원칙입니다. 인간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존재이기 이전에 자신의 자율성을 지키려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심리적 반발’ 역시 누군가가 내 선택을 통제한다고 느낄 때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경향을 설명합니다. 좋은 조언이 때로는 나쁜 대화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저 역시 일을 하거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확하게 설명하면 상대도 이해하겠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현실의 대화는 논문 심사가 아닙니다. 내가 옳은 근거를 열 개 가지고 있어도 상대가 방어적인 상태라면 그 열 개는 설득의 근거가 아니라 공격의 재료로 들릴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작가님이 전문용어를 예로 들며 쉬운 말을 강조하는 부분도 그래서 인상적이었습니다. 패션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단어가 다른 사람에게는 생전 처음 듣는 외국어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전문적인 내용을 설명할 때 정확성을 챙기느라 설명이 길어지는 경험을 종종 했는데, 결국 전달되지 않은 전문성은 상대에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말의 수준을 낮추라는 뜻이 아니라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라는 의미입니다.


또 흥미로운 부분은 책에 등장하는 ‘납득시키는 대화’입니다. 책에서는 주말 출근을 지시받은 사람이 단순히 “싫다”고 반발하는 경우와, 회사 일정과 효율이라는 이유를 함께 제시하며 대안을 말하는 경우를 비교합니다. 같은 거절이라도 이유와 대안이 들어가는 순간 대화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저는 이것이 협상의 기본 구조와도 연결된다고 봅니다. 설득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지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작가님이 제시하는 ‘핵심부터 말하기’, ‘간결하게 말하기’, ‘선택지를 주기’, ‘상대의 취향을 파악하기’ 역시 따로 떨어진 기술이 아닙니다. 모두 상대의 인지 부담과 방어심을 줄이고 대화가 앞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화려한 어휘를 많이 사용하는 능력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말만 정확히 꺼내는 능력입니다.


<결국 말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발표나 영업을 하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보고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때 말이 자꾸 길어지는 사람, 좋은 뜻으로 조언했다가 관계가 어색해지는 사람, 거절해야 하는데 미안해서 돌려 말하다가 결국 더 곤란해지는 사람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화술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은 독자에게 아주 낯선 이론만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지만, 익숙한 원칙을 실제 대화 장면으로 풀어놓아 바로 적용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읽고 나면 ‘말을 잘한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상대를 압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가 이해하고 선택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말의 길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결국 대화를 잘하는 사람입니다. 


#결국말잘하는사람이이긴다  #신현종 #모티브 #체크카페 #체크카페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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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는 상상력 - 사랑과 평화의 한반도 문학
오태호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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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문학에 대한 좋은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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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는 상상력 - 사랑과 평화의 한반도 문학
오태호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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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평화 #한반도문학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 #경계를넘는상상력 #남북한문학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태호 작가님의 <경계를 넘는 상상력>은 남한 문학과 북한 문학을 한자리에서 읽으며 ‘한반도 문학’이라는 더 넓은 시야를 제안하는 비평집입니다. 오태호 작가님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뒤, 오랫동안 남한 소설 비평과 북한 문학 연구를 병행해 온 연구자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북한 문학을 단순히 낯선 체제의 문학이나 정치적 선전물로 바라보지 않는 태도입니다. 김훈 작가님의 <명태와 고래>, 김연수 작가님의 <밤은 노래한다>, 장강명 작가님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에서 백남룡 작가님의 <벗>, 반디 작가님의 <고발>, 이민진 작가님의 <파친코>까지 상당히 이질적인 작품들이 하나의 비평적 시야 안에 들어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랑과 욕망처럼 매우 사적인 감정조차 체제와 사회의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입니다. 남한 문학의 연애가 금기와 일탈, 개인적 욕망을 중요한 동력으로 삼는다면 북한 문학에서는 개인의 사랑이 사회적 가치와 공적 담론 속에서 정당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작가님은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히 ‘자유로운 남한과 억압적인 북한’이라는 구도로 정리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작가님이 강조하듯 남북 관계 역시 대립과 갈등의 반복을 넘어 새로운 평화 체제를 구축하려면 상대의 입장을 경청하고 다양한 조율을 지속해야 합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문학이 정치보다 먼저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도는 사람을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으로 나누지만 소설은 결국 사랑하고, 결혼하고, 집을 구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한 인간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북한 문학이라고 하면 오랫동안 이념이나 체제라는 단어부터 먼저 떠올렸습니다. 문학을 공부하며 작품을 시대적 배경과 함께 읽는 데 익숙해졌음에도 북한 작품 앞에서는 작품 자체보다 그것을 둘러싼 정치적 조건을 먼저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경계를 넘는 상상력>을 읽다 보면 그런 독서 습관 자체를 한번 의심하게 됩니다. 가령 백남룡 작가님의 <벗>에서 이혼 위기의 부부를 바라보거나 북한 작품 속 연애와 신상품, 과학기술에 대한 욕망을 따라가다 보면 체제의 차이 아래에서도 인간의 일상은 놀랄 만큼 구체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북한 문학의 정치적 성격을 지워서도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선전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 존재하는 생활과 감정까지 함께 읽는 일입니다. 문학을 통해 타인을 이해한다는 말이 추상적인 미사여구가 아니라 꽤 까다로운 독서 훈련임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응준 작가님의 <국가의 사생활>과 장강명 작가님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북한 체제 붕괴 이후의 미래가 곧 평화로운 해피엔딩이라는 기대를 흔듭니다. 박초이 작가님의 <강제퇴거명령서-2039년 평성> 역시 통일 이후의 주거 문제를 디스토피아적으로 상상합니다. 여기에서 문학의 중요한 기능이 드러납니다. 현실 정치가 ‘통일이 좋은가 나쁜가’를 묻는다면 소설은 “통일 이후 사람들은 어디에서 살고, 무엇을 잃으며, 누가 새로운 약자가 되는가”를 묻습니다. 이는 독일 통일 이후에도 경제적·문화적 격차가 오랫동안 사회 문제로 남았던 역사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결국 평화는 선언 한 번으로 완성되는 사건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억과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계속 조율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이 제가 이 책에서 읽어낸 핵심입니다.


<경계를 넘는 상상력>은 북한 문학이 궁금한 독자뿐 아니라 김연수 작가님, 김훈 작가님, 장강명 작가님 등의 작품을 이미 읽어본 독자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익숙한 작품을 ‘분단과 한반도의 상상력’이라는 새로운 좌표 위에서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북한 문학을 정치적 구호가 아닌 실제 작품을 통해 처음 접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좋은 입문서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얻는 것은 남북 문학에 관한 지식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랑, 가족, 국가, 고향, 평화라는 개념 역시 자신이 살아온 사회가 만들어낸 하나의 상상일 수 있다는 깨달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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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LLM 수업 -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부터 AI 에이전트, 글쓰기·코딩까지 생성형 AI에 관한 모든 기초 지식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박상길 지음, 정진호 그림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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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LLM 수업>은 생성형 AI를 단순한 ‘도구 모음’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과 기술 생태계로 이해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제목처럼 비전공자를 위한 책이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습니다.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그록부터 RAG, 로컬 LLM, 오픈소스, AI 에이전트까지 현재 생성형 AI의 주요 흐름을 상당히 넓게 다룹니다.





이 책은 박상길 작가님이 썼습니다. 박상길 작가님은 현대자동차 AIRS에서 기술 리더를 맡았고,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챗봇과 검색엔진을 만든 인공지능 엔지니어입니다. 현재는 LLM 연구를 이어가며 국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평가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공동저자인 정진호 작가님은 엔지니어 경력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시각화와 일러스트 작업을 해온 분으로, 이 책에서도 복잡한 개념을 그림과 도식으로 쉽게 풀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모델의 ‘크기’와 ‘성능’을 단순히 비례관계로 보지 않는 설명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클로드 모델군을 예로 들며 하이쿠, 소네트, 오퍼스처럼 가격과 성능, 용도가 다른 모델을 구분하고 있는데, 이는 지금 AI 사용에서 꽤 중요한 감각입니다. 가장 비싼 모델을 항상 쓰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간단한 요약에는 가벼운 모델이 효율적이고, 복잡한 추론이나 긴 문맥 처리에는 상위 모델이 적합합니다. 결국 AI를 잘 쓴다는 것은 ‘최고 성능 모델을 쓰는 능력’이 아니라 업무 난이도와 비용, 속도를 고려해 적절한 모델을 선택하는 능력입니다. 컴퓨터 분야에서 모든 작업에 최고 사양 장비가 필요한 것은 아닌 것과 비슷합니다.


저 역시 생성형 AI를 계속 사용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질문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이제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초기에는 챗봇에게 무엇을 묻느냐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어떤 모델을 선택하고 어떤 자료를 연결하며 어느 단계까지 AI에게 일을 맡길 것인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책에서 RAG를 설명하는 부분도 그래서 실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LLM 자체가 모든 지식을 정확하게 기억하도록 기대하기보다 외부 자료를 검색하고 필요한 정보를 불러와 답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특히 본문에 나온 퍼플렉시티와 벡터 데이터베이스 이야기를 보면 AI가 단독으로 ‘모든 것을 아는 두뇌’가 되기보다는 검색과 데이터베이스, 도구를 연결하는 일종의 인터페이스로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업무에서도 AI의 답 자체보다 어떤 자료를 기반으로 답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또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오픈소스와 AI 에이전트에 관한 설명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중국 모델과 오픈소스 생태계의 부상을 다루며, 비슷한 구조의 모델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이는 AI 경쟁이 더 이상 몇몇 기업의 폐쇄형 모델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RAG, 함수호출, MCP 같은 기술이 결합하면서 AI는 ‘대답하는 프로그램’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변화가 스마트폰의 등장과 조금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의 가치는 전화 기능 하나가 아니라 앱과 서비스가 연결되는 생태계에 있었듯, 앞으로 LLM의 경쟁력 역시 모델 자체의 지능뿐 아니라 외부 도구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결하고 실제 일을 끝낼 수 있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LLM 수업>은 챗GPT를 어느 정도 사용해봤지만 RAG, 로컬 LLM, MCP, 오픈소스 모델 같은 용어가 나오면 갑자기 길을 잃는 독자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직장인이나 기획자, 콘텐츠 창작자처럼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AI를 업무에 계속 활용해야 하는 분에게 유용하고, 반대로 기술의 세부 구현보다 산업 전체의 지형을 먼저 잡고 싶은 개발 입문자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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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자발적 선납 분리과세 제도 - 조세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김종운.김우철 지음 / 시그니처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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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상속세 자발적 선납 분리과세 제도>는 제목부터 꽤 정책 보고서에 가깝지만, 의외로 단순하고 명확한 이야기를 합니다. “상속세를 높일 것인가, 낮출 것인가”라는 익숙한 논쟁에서 벗어나, 아예 납세자가 세금을 피하는 것보다 미리 내는 편이 더 유리하도록 구조를 바꿔보자는 것입니다. 





이 책을 쓴 김종운 작가님은 알레르망 대표이사이자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으로, 기업 현장에서 승계와 세금 문제를 체감하며 약 10년 동안 이 제도를 구상해왔습니다. 김우철 작가님은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이자 한국재정학회 회장으로, 재정학과 조세정책의 관점에서 제도의 타당성과 세수 효과를 검토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기업인의 주장이라기보다, 현장 문제의식과 학술적 검증을 결합한 정책 제안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서는 미국, 스페인, 캐나다, 일본 등의 사례를 비교하며 세율 조정만으로는 회피와 기업승계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미국은 면세 한도를 크게 높였음에도 여러 절세 기법을 통한 회피가 여전히 존재했고, 일본 역시 기초공제를 축소하고 과세 범위를 넓혔지만 회피에 대한 취약성은 남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대목은 조세정책에서 늘 등장하는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의 차이’를 떠올리게 합니다. 법에 적힌 세율이 높아도 실제 과세표준이 줄거나 회피가 커진다면 세수 확보라는 정책 목적은 제대로 달성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조세 이야기를 접할 때 예전에는 세율 자체에 먼저 눈이 갔습니다. 높으면 부담이 커지고, 낮으면 기업 활동에 유리하다는 식의 단순한 구도로 보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세금은 사람의 행동과 예상보다 훨씬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떤 공제가 있는지, 언제 과세되는지, 납부 시점이 예측 가능한지에 따라 자산을 보유하고 이전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집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제안하는 ‘선납 후 분리과세’는 흥미로운 발상입니다. 기업이 미래 상속세의 일부를 법인 단계에서 자발적으로 미리 납부하고, 대신 상속 시 예측 가능한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받는 방식입니다. 세율 인하냐 인상이냐가 아니라, 국가와 납세자가 서로 다른 목표를 갖고 충돌하는 구조를 조금이라도 같은 방향으로 돌리려는 시도라고 이해했습니다.


특히 책에서 반복되는 ‘유인합치’라는 개념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에서는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요구하기보다, 그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방식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조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회피를 막기 위해 규제와 처벌만 계속 늘리는 방식은 행정비용이 커지고, 납세자도 더 정교한 우회 방법을 찾게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선납을 선택하면 미래 세부담이 확정되고 승계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보상을 제공한다면 행동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생깁니다. 물론 책에서 제시한 20년 시뮬레이션의 세수 확대 수치를 현실에서 그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합니다. 경제환경, 기업 참여율, 주주 이해관계, 제도 악용 가능성까지 변수는 많습니다. 그렇지만 “세금을 어떻게 더 강하게 걷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하면 자발적 납부가 합리적인 선택이 되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 자체는 충분히 생각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상속세 자발적 선납 분리과세 제도>는 상속세 개편 논쟁에 관심 있는 분, 기업승계와 세수 확보가 왜 충돌하는지 궁금한 분, 재정학과 조세정책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실무자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만 이 책의 제안을 정답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하나의 정책 실험안으로 읽는 것이 좋겠습니다. 상속세는 형평성, 재산권, 기업 안정성, 세수라는 가치가 동시에 얽혀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만족시키기 어렵습니다. 그런 복잡한 문제에서 이 책이 던지는 가장 의미 있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세금을 더 걷으려면 정말 세율부터 건드려야 하는가. 때로는 사람을 바꾸려 하기보다 제도의 선택 구조를 바꾸는 것이 더 현실적인 해법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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