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마케팅 브레인 - 마케팅의 본질에 관한 브랜드 심리학자의 질문과 통찰
김지헌 지음 / 갈매나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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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 저는 AI를 꽤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AI 시대의 마케팅 브레인>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단순히 “AI로 마케팅하는 법”을 알려주는 실용서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읽어보니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이 책은 AI 활용법보다 AI 시대에도 결국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책이었습니다.


저자 김지헌 교수는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자 브랜드 심리학자로, KAIST 경영대학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KT 마케팅연구소와 CJ제일제당 브랜드 애널리스트를 거쳤고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강연과 컨설팅도 해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단순한 이론서라기보다 소비자 심리와 실제 브랜드 사례를 함께 연결하는 방식이 강점이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프롤로그에서 “AI 시대에는 마케터가 필요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오히려 AI가 발전할수록 마케터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저도 AI를 사용하면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AI는 무엇인가를 굉장히 빠르게 만들어줍니다. 카피도 쓰고, 아이디어도 내고, 이미지를 만들고, 자료도 정리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 누구에게 필요한가, 왜 이걸 해야 하는가는 AI가 대신 결정해주지 못합니다.





이 책에서는 “기술은 변했지만 중요한 것은 여전히 사람”이라는 취지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부분이 책 전체를 가장 잘 설명한다고 느꼈습니다. 킷캣의 “Have a break” 캠페인 사례도 흥미로웠습니다. AI 관련 유행을 단순히 따라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AI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피로와 관심을 기존 브랜드 메시지와 자연스럽게 연결했습니다. 결국 성공한 이유는 AI를 잘 알아서라기보다 사람을 잘 이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사업을 준비하면서도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은 자기가 만든 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고객이 어디에서 망설이고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놓치기 쉽습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탐색 비용, 거래 비용, 사용 비용, 처분 비용, 공유 비용, 통제 비용이라는 개념은 그래서 실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탐색 비용’ 부분은 요즘 환경과 정말 잘 맞았습니다. 정보가 부족했던 시대와 달리 지금은 오히려 정보가 너무 많습니다. 소비자는 선택지가 적어서 힘든 것이 아니라, 너무 많아서 지칩니다. 저 역시 무언가를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고를 때 검색하다가 피곤해져 그냥 익숙한 것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케팅이 “더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쉽게 만들어주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은 사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꽤 중요한 힌트였습니다.


책의 또 다른 장점은 AI의 가능성만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동화와 추천 기술이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소비자가 자신의 선택권을 잃었다고 느끼는 ‘통제 비용’도 함께 설명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특히 좋았습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서비스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완벽하게 자동화된 시스템보다 내가 마지막에 선택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는 감각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남은 생각은 AI 시대의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빨리 쓰느냐가 아니라,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AI는 평균 이상의 결과를 쉽게 만들어주지만, 그만큼 비슷한 결과도 쏟아냅니다. 결국 브랜드다운 선택, 고객에게 실제로 필요한 선택, 오래 기억되는 경험을 만드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합니다.


<AI 시대의 마케팅 브레인>은 마케팅 분야로 나갈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AI 사용법을 하나 더 배우기보다, 고객이 무엇을 가치 있게 느끼는지부터 제대로 생각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무척 즐거운 독서가 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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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말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
신현종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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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전에는 ‘말을 잘한다’고 하면 발표를 잘하거나 사람들 앞에서 유창하게 이야기하는 능력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오래 할수록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말은 발표할 때보다 오히려 일상에서 더 자주 필요합니다. 직장에서 업무를 설명할 때,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할 때, 부당한 상황에서 내 입장을 밝힐 때, 처음 만난 사람과 관계를 만들 때도 결국 필요한 것은 말입니다. 그래서 <결국 말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라는 다소 직설적인 제목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습니다.





저자 신현종 작가님은 롯데홈쇼핑을 거쳐 현재 신세계쇼핑에서 활동하는 현직 쇼호스트이자 스피치 교육 브랜드 ‘더나은스피치’ 대표입니다. SNS에서 30만 명의 팔로워와 소통하며 스피치와 설득, 대화법 콘텐츠를 만들어왔고, 실제 홈쇼핑과 강연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직접 상대해온 사람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말을 그럴듯하게 잘하는 방법보다 상대가 실제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움직이는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설명의 늪에서 벗어나라’, ‘핵심부터 말하라’, ‘간결해야 전달된다’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설명을 충분히 하면 상대도 당연히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내가 정확히 설명했다는 사실과 상대가 정확히 이해했다는 사실은 전혀 다르다는 점입니다. 업무의 과정과 이유를 모두 이야기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설명이 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상대가 지금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결론부터 전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책에서 ‘상대를 바꾸고 싶다면 칭찬부터’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심리학의 라벨링 효과를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사람에게 “당신은 참 친절한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면 그 사람이 자신에게 부여된 이미지를 의식하면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명령이나 비난으로 상대를 움직이려는 것보다 상대가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결국 설득은 상대를 힘으로 밀어붙이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의 심리를 이해하는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저는 “묻지 않은 조언은 참견이다”라는 말에도 공감했습니다. 살아보니 좋은 의도로 한 말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말이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충고를 계속하는 사람보다 말을 들어주고 필요한 순간에 한마디를 건네는 사람이 훨씬 편합니다. 책에 나온 “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함께 있으면 편안한 사람은 더 좋아합니다”라는 취지의 내용도 그래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많이 말하는 능력이 아니라 상대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고려할 줄 아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구체적으로 칭찬하라’는 조언입니다. “잘했어요”, “멋져요”처럼 두루뭉술한 말보다 무엇이 좋았는지 정확하게 이야기해야 상대에게 진심이 전달됩니다. 생각해보면 비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 자체를 평가하는 말보다 특정 행동과 상황을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편이 관계를 덜 상하게 합니다. 결국 말의 힘은 화려한 어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확성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좀 더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은 사람, 부탁과 거절을 어려워하는 사람, 사람들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사업을 하거나 협상과 고객 응대가 필요한 사람에게도 유용합니다. 아무리 좋은 능력과 상품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가치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말잘하는사람이이긴다 #신현종 #모티브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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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수정주의란 무엇인가 - 히틀러 찬미, 홀로코스트 부정론에서 법적 규제까지
다케이 아야카 지음, 권용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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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는 원래 역사책을 읽을 때 사건의 연도나 인물만 보는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사건이 이후에 어떻게 해석되고, 어떤 정치적 목적에 따라 다시 불려 나오는지를 흥미롭게 보는 편입니다. 특히 나치즘, 인종차별, 홀로코스트 같은 주제는 단순히 과거의 비극으로 끝난 문제가 아니라 지금도 여러 사회에서 기억과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그래서 <역사수정주의란 무엇인가>는 제목부터 궁금했습니다. 역사란 본래 새 자료가 발견되면 계속 수정되는 학문인데, 그렇다면 학문적 수정과 ‘역사수정주의’는 어디서 갈라지는 것일까 싶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정리된 것은 바로 그 구분입니다. 역사학은 새로운 사료와 연구를 통해 기존 해석을 비판하고 수정합니다. 반면 역사수정주의는 단순한 재해석이 아니라 정치적·이념적 목적 아래 이미 충분한 증거가 존재하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축소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과장합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특히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역사수정주의자들이 종종 자신들을 ‘기존 정설에 도전하는 사람’처럼 포장하기 때문입니다. 얼핏 보면 비판적 사고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사료를 선택적으로 취급하거나 불편한 증거를 제거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홀로코스트 부정론을 다룬 부분은 제가 기존에 알고 있던 나치와 반유대주의의 역사와 연결되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홀로코스트는 기록이 부족한 사건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해자 측의 행정 문서, 수용소 자료, 생존자의 증언, 전후 재판 기록까지 방대한 자료가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를 부정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려는 주장이 지속된다는 사실은 꽤 섬뜩합니다. 저는 여기서 역사수정주의가 무지 때문에 생기는 현상만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느꼈습니다. 증거를 충분히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잘못된 상식이 아니라, 때로는 반유대주의나 극우 이념, 국가적 자존심, 정치적 이해관계와 결합해 살아남는 하나의 사회현상입니다.





책에서 다루는 어빙 재판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역사학자 데이비드 어빙의 서술을 검증하는 과정에서는 역사 왜곡이 반드시 거대한 거짓말의 형태로만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사료 하나를 통째로 위조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만 골라내고, 문장의 일부만 떼어내고, 특정 표현을 더 강하게 번역하고, 불리한 맥락을 생략하는 것만으로도 독자는 전혀 다른 역사상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역사책을 읽을 때도 저자의 결론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결론이 어떤 자료 처리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이 역사수정주의를 비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은 꽤 좋았습니다. 후반부에서는 홀로코스트 부정과 같은 주장을 법으로 금지할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독일의 민중선동죄나 프랑스의 게소법 같은 사례를 보면 역사적 범죄에 대한 부정이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혐오 선동과 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논리가 이해됩니다. 특히 나치즘을 실제로 경험한 유럽 사회가 왜 이런 문제에 민감한지도 납득이 갔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국가가 법을 통해 ‘올바른 역사’를 정하는 문제 역시 간단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역사 부정을 방치하면 피해자의 존엄을 훼손하고 혐오가 다시 확산될 수 있지만, 국가가 특정 역사 해석을 법으로 고정하기 시작하면 표현의 자유와 학문적 검토의 가능성이 위축될 위험도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어느 쪽이 무조건 정답이라기보다 사회가 무엇을 보호하기 위해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역사수정주의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역사 논쟁은 결국 현재를 둘러싼 논쟁입니다. 어느 집단의 책임을 줄이고 싶은지, 누구를 피해자로 기억하고 싶은지, 어떤 국가 정체성을 만들고 싶은지에 따라 과거는 계속 호출됩니다. 그래서 역사적 사실을 많이 아는 것만큼이나 그 사실이 지금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감각이 중요합니다.


<역사수정주의란 무엇인가>는 홀로코스트와 나치즘, 반유대주의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역사학 전공자가 아니어도 읽을 수 있지만, 단순한 역사 교양서보다는 한 단계 더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역사 왜곡은 나쁘다’는 당연한 결론 대신 역사수정주의가 어떻게 생겨나고, 왜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민주사회가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까지 질문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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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필독서 15 - 프리드먼부터 버냉키까지 노벨경제학상 명저를 한 권에 ㅣ 필독서 시리즈 34
홍기훈.김동호 지음 / 센시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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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경제학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경제 뉴스에 나오는 금리, 통화정책, 세금, 시장 같은 단어도 제 삶과는 조금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돈과 사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내가 직접 돈을 벌고, 무언가를 만들고, 시장에서 사람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면 경제의 기본적인 작동 방식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노벨경제학상 필독서 15>입니다.




처음에는 제목부터 살짝 무서웠습니다. ‘노벨경제학상’이라니, 첫 장부터 그래프와 수식이 달려들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그런 책은 아닙니다. 이 책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연구를 직접 설명하는 전공서가 아니라, 그들이 일반 독자를 위해 쓴 책 15권을 중심으로 경제학의 중요한 질문들을 풀어냅니다. 경제학 초보자인 저에게는 오히려 이런 방식이 잘 맞았습니다. 경제용어를 외우기 전에 “경제학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고민해왔는가”부터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읽으면서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경제학에 대한 이미지였습니다. 저는 경제학을 돈, 주식, 물가처럼 숫자를 다루는 학문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경제학자들이 묻는 질문은 의외로 인간의 삶에 가까웠습니다. 왜 교육 수준이 높아졌는데도 여성의 임금 격차는 사라지지 않는지, 왜 어떤 사람은 가난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지, 교육은 개인의 삶을 얼마나 바꾸는지, 시장은 언제 자유를 주고 언제 사람을 속이는지 같은 문제입니다.





특히 클라우디아 골딘의 <커리어 그리고 가정>을 다룬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여성의 교육 수준과 사회 진출이 크게 높아졌는데도 임금 격차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단순한 개인 능력의 차이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책에서는 장시간 근무에 높은 보상을 주는 직업 구조, 육아와 돌봄으로 인한 경력의 차이처럼 노동시장의 구조 자체를 살펴봅니다. 약사 사례처럼 업무를 표준화하고 노동자 간 대체 가능성을 높이면 근무시간과 소득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의 문제처럼 보이는 현상 뒤에 제도와 구조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경제학적으로 보는 경험이 재미있었습니다.


교육에 관한 이야기도 오래 남았습니다. 교육은 단순히 학력을 높이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생산성과 선택지를 늘리는 투자라는 관점입니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출산율이나 아이들의 건강, 다음 세대의 소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교육의 효과를 개인의 취업 문제보다 훨씬 넓은 관점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경제학이 결국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투입하면 사회 전체의 삶이 더 나아질지를 고민하는 학문이라는 사실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사업을 생각하기 시작한 지금의 저에게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시장’을 무조건 좋은 것으로도, 나쁜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은 자유로운 시장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애컬로프와 실러는 기업이 소비자의 약점을 이용하는 방향으로도 시장의 균형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세일러는 애초에 인간이 항상 합리적으로 선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사람의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는 꽤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시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무엇이 잘 팔리는가’를 아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왜 선택하고, 어떤 구조에서 그 선택이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자유’라는 주제도 좋았습니다. 경제적 자유란 단순히 간섭받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실제로 선택할 능력과 조건을 가지는 일이라는 관점입니다. 소득, 교육, 건강, 제도는 결국 인간의 선택 가능성을 넓히거나 좁히는 요소입니다. 그래서 경제학이 숫자를 계산하는 기술을 넘어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조건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설명에 조금씩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경제학 전공자보다 저처럼 “경제학은 잘 모르지만 이제 돈과 사업,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은 좀 알고 싶다”는 사람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경제 뉴스를 볼 때 숫자만 흘려보내지 않고 ‘왜 이런 정책을 만들었을까,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비용을 부담할까’라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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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을 읽은 척할 수 있는 책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이진원 옮김 / 까치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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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부터 장난스럽습니다. ‘읽은 척할 수 있는 책’이라니, 고전을 정면 돌파하기보다 요령껏 핵심만 챙기자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생각보다 훨씬 성실한 책입니다. 오히려 <종의 기원>을 실제로 읽어본 사람이라면 저 제목의 농담이 더 잘 이해됩니다. 저도 <종의 기원>을 읽은 경험이 있어서 이 책이 유난히 재미있었습니다. 원전에서 흐릿하게 기억나던 부분들이 정리되고, “아, 그 대목이 이런 구조였구나” 하고 다시 맞춰지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종의 기원>은 분명 위대한 책이지만, 현대 독자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내용이 어려워서라기보다 논리가 한곳에 가지런히 모여 있지 않다는 점이 더 큰 장벽입니다. 같은 주제가 여러 장에 흩어져 있고, 비슷한 내용을 다른 표현으로 되풀이하기도 합니다. 저는 원전을 읽으면서도 자연선택이라는 핵심 개념은 분명히 잡히는데, 세부 논증이 계속 옆길로 뻗어 나가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읽는 동안에는 이해한 것 같다가 책을 덮으면 구조가 희미해지는 종류의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재배열에 있습니다. 원전의 차례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다윈이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를 다시 세워줍니다. 특히 품종 개량과 자연선택을 비교하는 대목이 흥미로웠습니다. 사람이 의도적으로 형질을 선택하는 인위선택과 달리, 자연선택은 어떤 목적을 향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환경 속에서 번식에 유리한 형질이 남는 과정이라는 설명이 깔끔합니다. 원전을 읽을 때에는 수많은 비둘기와 가축 사례가 이어져 “다윈 선생님, 이제 본론 좀…” 싶은 순간도 있었는데, 이 책은 그 사례들이 왜 필요한지 맥락을 정리해줍니다.





저는 무엇보다 다윈의 오류를 숨기지 않는 태도가 좋았습니다. 고전이라고 해서 저자의 모든 설명을 신성시하지 않습니다. 당시 다윈은 멘델 유전학을 알지 못했고, 오늘날의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이 밝혀낸 사실도 당연히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종의 기원> 안에는 지금 기준으로 틀린 설명도 존재합니다. 이 책에서도 다윈이 품종 개량을 통해 유전적 부동과 자연선택을 충분히 구분하지 못했던 점을 짚고, 현대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보완합니다. 저는 이런 방식이 고전을 대하는 가장 건강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책은 틀리지 않는 책이 아니라, 틀린 부분까지 포함해서 이후의 지식을 움직인 책입니다.


이 점에서 <종의 기원을 읽은 척할 수 있는 책>은 단순한 입문서보다 한 단계 더 재미있습니다. 다윈이 무엇을 맞혔고 무엇을 놓쳤는지, 그리고 이후 생물학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를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처드 오언, 월리스처럼 다윈 주변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과학사는 천재 한 명이 혼자 진리를 발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수많은 가설과 반박, 경쟁과 우연이 얽혀 움직이는 과정이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종의 기원>을 읽은 뒤 제가 가장 오래 남겨둔 생각은 ‘자연선택에는 목적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는 자꾸 진화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과정처럼 이해하려 하지만, 진화는 진보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어떤 환경에서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던 형질이 남을 뿐이고, 환경이 달라지면 어제의 장점이 오늘의 약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진 속 비둘기 사례도 바로 그 점을 보여줍니다. 생물은 어떤 완성형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조건과 우연 속에서 계속 변합니다. 저는 이 생각이 생물학을 넘어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꽤 큰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종의 기원>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과 이미 읽은 사람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처음 읽는 사람에게는 원전을 만나기 전 지도를 그려주는 책이고, 저처럼 이미 읽은 사람에게는 흐릿해진 구조를 다시 세우고 현대 생물학의 지식으로 보정해주는 복습서입니다. 생물학에 관심은 있지만 19세기 문장의 밀도 앞에서 주춤했던 사람에게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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