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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수정주의란 무엇인가 - 히틀러 찬미, 홀로코스트 부정론에서 법적 규제까지
다케이 아야카 지음, 권용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8월
평점 :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는 원래 역사책을 읽을 때 사건의 연도나 인물만 보는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사건이 이후에 어떻게 해석되고, 어떤 정치적 목적에 따라 다시 불려 나오는지를 흥미롭게 보는 편입니다. 특히 나치즘, 인종차별, 홀로코스트 같은 주제는 단순히 과거의 비극으로 끝난 문제가 아니라 지금도 여러 사회에서 기억과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그래서 <역사수정주의란 무엇인가>는 제목부터 궁금했습니다. 역사란 본래 새 자료가 발견되면 계속 수정되는 학문인데, 그렇다면 학문적 수정과 ‘역사수정주의’는 어디서 갈라지는 것일까 싶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정리된 것은 바로 그 구분입니다. 역사학은 새로운 사료와 연구를 통해 기존 해석을 비판하고 수정합니다. 반면 역사수정주의는 단순한 재해석이 아니라 정치적·이념적 목적 아래 이미 충분한 증거가 존재하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축소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과장합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특히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역사수정주의자들이 종종 자신들을 ‘기존 정설에 도전하는 사람’처럼 포장하기 때문입니다. 얼핏 보면 비판적 사고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사료를 선택적으로 취급하거나 불편한 증거를 제거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홀로코스트 부정론을 다룬 부분은 제가 기존에 알고 있던 나치와 반유대주의의 역사와 연결되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홀로코스트는 기록이 부족한 사건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해자 측의 행정 문서, 수용소 자료, 생존자의 증언, 전후 재판 기록까지 방대한 자료가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를 부정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려는 주장이 지속된다는 사실은 꽤 섬뜩합니다. 저는 여기서 역사수정주의가 무지 때문에 생기는 현상만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느꼈습니다. 증거를 충분히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잘못된 상식이 아니라, 때로는 반유대주의나 극우 이념, 국가적 자존심, 정치적 이해관계와 결합해 살아남는 하나의 사회현상입니다.

책에서 다루는 어빙 재판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역사학자 데이비드 어빙의 서술을 검증하는 과정에서는 역사 왜곡이 반드시 거대한 거짓말의 형태로만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사료 하나를 통째로 위조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만 골라내고, 문장의 일부만 떼어내고, 특정 표현을 더 강하게 번역하고, 불리한 맥락을 생략하는 것만으로도 독자는 전혀 다른 역사상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역사책을 읽을 때도 저자의 결론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결론이 어떤 자료 처리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이 역사수정주의를 비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은 꽤 좋았습니다. 후반부에서는 홀로코스트 부정과 같은 주장을 법으로 금지할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독일의 민중선동죄나 프랑스의 게소법 같은 사례를 보면 역사적 범죄에 대한 부정이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혐오 선동과 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논리가 이해됩니다. 특히 나치즘을 실제로 경험한 유럽 사회가 왜 이런 문제에 민감한지도 납득이 갔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국가가 법을 통해 ‘올바른 역사’를 정하는 문제 역시 간단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역사 부정을 방치하면 피해자의 존엄을 훼손하고 혐오가 다시 확산될 수 있지만, 국가가 특정 역사 해석을 법으로 고정하기 시작하면 표현의 자유와 학문적 검토의 가능성이 위축될 위험도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어느 쪽이 무조건 정답이라기보다 사회가 무엇을 보호하기 위해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역사수정주의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역사 논쟁은 결국 현재를 둘러싼 논쟁입니다. 어느 집단의 책임을 줄이고 싶은지, 누구를 피해자로 기억하고 싶은지, 어떤 국가 정체성을 만들고 싶은지에 따라 과거는 계속 호출됩니다. 그래서 역사적 사실을 많이 아는 것만큼이나 그 사실이 지금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감각이 중요합니다.
<역사수정주의란 무엇인가>는 홀로코스트와 나치즘, 반유대주의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역사학 전공자가 아니어도 읽을 수 있지만, 단순한 역사 교양서보다는 한 단계 더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역사 왜곡은 나쁘다’는 당연한 결론 대신 역사수정주의가 어떻게 생겨나고, 왜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민주사회가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까지 질문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