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읽는다 미스터리 세계사 ㅣ 지도로 읽는다
역사미스터리클럽 지음, 안혜은 옮김 / 이다미디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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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도로 읽는다 미스터리 세계사 지식도감>은 세계사의 빈틈을 ‘미스터리’라는 흥미로운 입구를 통해 들여다보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원래 역사책을 읽을 때도 사건 자체보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남았을까”, “기록되지 않은 부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를 궁금해하는 편이라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사는 완성된 정답지가 아니라 남아 있는 기록과 유물, 후대의 해석을 계속 맞춰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접근 방식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노아의 방주와 아틀란티스부터 마르코 폴로, 적벽대전, 링컨 암살, 성궤와 클레오파트라의 무덤까지 소재도 굉장히 넓습니다. 자칫 ‘세계 7대 미스터리’식 흥미 위주의 책이 될 수도 있었는데, 각각의 이야기를 지리적 위치와 역사적 배경 속에 놓고 살펴본다는 점에서 조금 더 교양서다운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 책을 기획하고 쓴 역사미스터리클럽은 세계사와 일본사를 비롯해 문화·풍속·야사까지 폭넓게 다루는 기획그룹입니다. 특히 ‘역사는 땅에서 시작한다’는 관점에서 사건을 지도와 연결해 설명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책 전체가 사건 하나를 장황한 문장만으로 설명하기보다 지도, 사진, 도판을 함께 보여주는 방식이라 읽기 편했습니다. 세계사 책을 펼쳤다가 지명과 왕조 이름에 치여 도망가 본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이 구성이 제법 반가울 듯합니다. 세계사가 가끔 인간관계도보다 복잡하긴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틀란티스와 스톤헨지처럼 ‘전설과 역사 사이’에 있는 소재들을 다루는 방식이 재미있었습니다. 아틀란티스의 경우 단순히 플라톤이 만들어낸 이상향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실제 지질학적 흔적과 여러 후보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물론 이런 주제는 어디까지나 가설과 추정의 영역이므로 흥미로운 이야기와 확립된 역사적 사실을 구분해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저는 그 점이 이 책의 재미라고 생각했습니다. 역사 공부를 하다 보면 의외로 “아직 모른다”는 결론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스톤헨지 역시 종교적·의례적 장소였다는 여러 해석이 존재하지만 정확한 용도는 여전히 논쟁적입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역사는 이미 답을 다 알고 있는 과목이라기보다 증거를 놓고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을 찾아가는 추리 과정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도 활용도 꽤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성모 마리아 발현 사례를 다룬 부분에서는 포르투갈 파티마를 비롯해 여러 지역이 지도 위에 표시되어 있어, 종교적 현상이 특정 지역의 독립된 사건이 아니라 시대와 지역을 달리하며 반복되어 온 현상임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역사에서 공간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같은 사건도 지형, 교통로, 국경, 도시의 위치를 함께 보면 전혀 다르게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적벽대전의 실제 장소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는 것도 결국 텍스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지형과 수로를 어떻게 복원하느냐의 문제이고, 사라진 도시나 문명을 추적할 때도 지리와 고고학이 핵심 단서가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세계사 지식을 늘려준다기보다, ‘역사를 공간적으로 읽는 습관’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더 유용했습니다.


세계사에는 관심이 있지만 두꺼운 통사책은 부담스러운 분, 신화·고고학·미스터리를 좋아하면서도 단순 음모론보다는 역사적 맥락까지 알고 싶은 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청소년이나 세계사를 다시 공부하려는 성인이 흥미를 붙이기 위한 입문서로도 괜찮습니다. 다만 책에 소개된 모든 가설을 정설처럼 받아들이기보다는 “현재까지 이런 주장과 근거가 있다”는 출발점으로 읽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이미 알고 있던 사건도 지도 위에서 다시 보니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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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는 그림책 만들기 - 일러스트레이터를 위한
루스 해먼드 지음, 성소희 옮김 / 북스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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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루스 해먼드 작가님의 <일러스트레이터를 위한 개성 있는 그림책 만들기>는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사람에게 ‘좋은 그림 한 장’을 넘어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사고방식’을 알려주는 실무 안내서입니다. 루스 해먼드 작가님은 영국 요크셔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자연과 동식물을 따뜻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 온 일러스트레이터로, Penguin Random House와 HarperCollins 등 여러 출판사와 협업해 왔습니다.  




우선 ‘그림’과 ‘그림책의 그림’을 분명하게 구별한다는 점을 알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잘 그린 일러스트 한 장은 그 자체로 완결될 수 있지만, 그림책의 삽화는 앞뒤 페이지와 관계를 맺으면서 이야기를 움직여야 합니다. 이 책에서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단순히 예쁜 그림만 모으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 실내외 배경, 역사적 배경, 빛과 시간의 변화 등 여러 상황을 표현하는 능력을 보여주라고 조언합니다.  




저도 일러스트나 캐릭터 이미지를 볼 때 예전에는 먼저 “그림체가 예쁜가”를 살폈습니다. 하지만 콘텐츠를 기획하고 이미지를 구성하다 보면 예쁜 그림이 반드시 좋은 결과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자주 느끼게 됩니다. 캐릭터가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장면마다 표정과 행동이 비슷하다면 이야기는 금세 평면적으로 변합니다. 반대로 단순한 형태의 캐릭터라도 자세와 표정, 화면의 거리, 배경색이 변화하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감정을 따라갑니다. 책에 수록된 ‘나는 씰룩씰룩 움직일 수 있어’ 같은 장면이나 얼룩이 캐릭터의 페이지도 그렇습니다. 형태 자체는 복잡하지 않지만 동작과 색채, 여백이 캐릭터의 성격을 즉각 전달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일수록 단순하게 그리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 훨씬 치밀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8명의 현직 작가가 보여주는 본보기 작품도 이 책의 강점입니다. 0~24개월부터 6~8세까지 독자 연령이 달라지면 그림의 정보량과 캐릭터 표현, 사건의 복잡성도 달라집니다. 이는 발달 단계와 시각적 문해력의 차이를 고려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어린 독자는 글을 읽기 이전부터 그림의 표정, 반복, 색, 위치를 통해 이야기를 ‘읽습니다’. 따라서 그림책은 글에 그림을 붙이는 장르가 아니라 문자와 이미지가 역할을 나누는 복합적인 서사 매체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그림책과 영화가 의외로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텍스트에 “강아지가 무서워했다”고 적혀 있다면 그림에서도 똑같은 사실만 반복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림은 구석에 숨어 있는 강아지의 몸짓이나 주변 풍경을 보여주면서 글에 없는 정보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러스트레이터를 위한 개성 있는 그림책 만들기>는 ‘그림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어린이책 삽화가 지망생은 물론이고 캐릭터 창작자, 웹툰이나 일러스트 작업을 시작하려는 사람, 독립출판으로 그림책을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유용합니다. 무엇보다 포트폴리오 제작과 출판사 컨택 같은 현실적인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어 취미와 직업의 경계를 넘어가려는 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개성 있는 그림체란 기묘한 스타일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자신이 이야기를 해석하는 방식, 캐릭터를 움직이는 방식, 색과 공간을 선택하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내 그림’이 만들어집니다.




#개성있는그림책만들기 #루스해먼드 #북스힐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나만의 그림책 만들기 <토끼와 과자>


이 책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한다면 저는 먼저 캐릭터의 외형보다 행동으로 성격이 드러나는 주인공을 만들고 싶습니다. 주인공은 작은 집에서 과자를 모으는 토끼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과자가 사라져서 겪는 대소동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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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말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
신현종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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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카페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신현종 작가님의 <결국 말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제목만 보면 ‘말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알려주는 책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훨씬 실용적이고 관계 지향적입니다. 관계를 지키는 법에서 시작해 핵심을 전달하는 법, 질문하는 법, 제안과 설득의 기술까지 21가지 주제로 나누어 설명한다는 점도 실전서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을 쓴 신현종 작가님은 롯데홈쇼핑 쇼호스트를 거쳐 현재 신세계쇼핑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스피치 교육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세일즈와 커뮤니케이션 강연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전 저서로 <오늘의 말씨>가 있습니다. 홈쇼핑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낯선 사람의 관심을 붙잡고 구매 행동까지 이끌어야 하는 분야입니다. 그런 현장에서 오래 활동한 작가님답게 이 책은 추상적인 화술론보다 ‘상대가 어떻게 듣는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읽으면서 특히 공감했던 부분은 “조언은 요청받았을 때 합니다”라는 대목이었습니다. 우리는 좋은 의도로 상대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면서도 정작 상대가 그것을 원하는지는 확인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요즘 경기가 안 좋은데 괜찮겠어?”라는 말에 곧바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꺼내놓는 식입니다. 작가님은 이런 상황에서 조언의 내용보다 먼저 상대가 지금 조언을 필요로 하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대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원칙입니다. 인간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존재이기 이전에 자신의 자율성을 지키려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심리적 반발’ 역시 누군가가 내 선택을 통제한다고 느낄 때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경향을 설명합니다. 좋은 조언이 때로는 나쁜 대화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저 역시 일을 하거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확하게 설명하면 상대도 이해하겠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현실의 대화는 논문 심사가 아닙니다. 내가 옳은 근거를 열 개 가지고 있어도 상대가 방어적인 상태라면 그 열 개는 설득의 근거가 아니라 공격의 재료로 들릴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작가님이 전문용어를 예로 들며 쉬운 말을 강조하는 부분도 그래서 인상적이었습니다. 패션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단어가 다른 사람에게는 생전 처음 듣는 외국어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전문적인 내용을 설명할 때 정확성을 챙기느라 설명이 길어지는 경험을 종종 했는데, 결국 전달되지 않은 전문성은 상대에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말의 수준을 낮추라는 뜻이 아니라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라는 의미입니다.


또 흥미로운 부분은 책에 등장하는 ‘납득시키는 대화’입니다. 책에서는 주말 출근을 지시받은 사람이 단순히 “싫다”고 반발하는 경우와, 회사 일정과 효율이라는 이유를 함께 제시하며 대안을 말하는 경우를 비교합니다. 같은 거절이라도 이유와 대안이 들어가는 순간 대화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저는 이것이 협상의 기본 구조와도 연결된다고 봅니다. 설득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지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작가님이 제시하는 ‘핵심부터 말하기’, ‘간결하게 말하기’, ‘선택지를 주기’, ‘상대의 취향을 파악하기’ 역시 따로 떨어진 기술이 아닙니다. 모두 상대의 인지 부담과 방어심을 줄이고 대화가 앞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화려한 어휘를 많이 사용하는 능력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말만 정확히 꺼내는 능력입니다.


<결국 말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발표나 영업을 하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보고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때 말이 자꾸 길어지는 사람, 좋은 뜻으로 조언했다가 관계가 어색해지는 사람, 거절해야 하는데 미안해서 돌려 말하다가 결국 더 곤란해지는 사람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화술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은 독자에게 아주 낯선 이론만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지만, 익숙한 원칙을 실제 대화 장면으로 풀어놓아 바로 적용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읽고 나면 ‘말을 잘한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상대를 압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가 이해하고 선택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말의 길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결국 대화를 잘하는 사람입니다. 


#결국말잘하는사람이이긴다  #신현종 #모티브 #체크카페 #체크카페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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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는 상상력 - 사랑과 평화의 한반도 문학
오태호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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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문학에 대한 좋은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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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는 상상력 - 사랑과 평화의 한반도 문학
오태호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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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평화 #한반도문학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 #경계를넘는상상력 #남북한문학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태호 작가님의 <경계를 넘는 상상력>은 남한 문학과 북한 문학을 한자리에서 읽으며 ‘한반도 문학’이라는 더 넓은 시야를 제안하는 비평집입니다. 오태호 작가님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뒤, 오랫동안 남한 소설 비평과 북한 문학 연구를 병행해 온 연구자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북한 문학을 단순히 낯선 체제의 문학이나 정치적 선전물로 바라보지 않는 태도입니다. 김훈 작가님의 <명태와 고래>, 김연수 작가님의 <밤은 노래한다>, 장강명 작가님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에서 백남룡 작가님의 <벗>, 반디 작가님의 <고발>, 이민진 작가님의 <파친코>까지 상당히 이질적인 작품들이 하나의 비평적 시야 안에 들어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랑과 욕망처럼 매우 사적인 감정조차 체제와 사회의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입니다. 남한 문학의 연애가 금기와 일탈, 개인적 욕망을 중요한 동력으로 삼는다면 북한 문학에서는 개인의 사랑이 사회적 가치와 공적 담론 속에서 정당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작가님은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히 ‘자유로운 남한과 억압적인 북한’이라는 구도로 정리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작가님이 강조하듯 남북 관계 역시 대립과 갈등의 반복을 넘어 새로운 평화 체제를 구축하려면 상대의 입장을 경청하고 다양한 조율을 지속해야 합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문학이 정치보다 먼저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도는 사람을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으로 나누지만 소설은 결국 사랑하고, 결혼하고, 집을 구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한 인간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북한 문학이라고 하면 오랫동안 이념이나 체제라는 단어부터 먼저 떠올렸습니다. 문학을 공부하며 작품을 시대적 배경과 함께 읽는 데 익숙해졌음에도 북한 작품 앞에서는 작품 자체보다 그것을 둘러싼 정치적 조건을 먼저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경계를 넘는 상상력>을 읽다 보면 그런 독서 습관 자체를 한번 의심하게 됩니다. 가령 백남룡 작가님의 <벗>에서 이혼 위기의 부부를 바라보거나 북한 작품 속 연애와 신상품, 과학기술에 대한 욕망을 따라가다 보면 체제의 차이 아래에서도 인간의 일상은 놀랄 만큼 구체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북한 문학의 정치적 성격을 지워서도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선전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 존재하는 생활과 감정까지 함께 읽는 일입니다. 문학을 통해 타인을 이해한다는 말이 추상적인 미사여구가 아니라 꽤 까다로운 독서 훈련임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응준 작가님의 <국가의 사생활>과 장강명 작가님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북한 체제 붕괴 이후의 미래가 곧 평화로운 해피엔딩이라는 기대를 흔듭니다. 박초이 작가님의 <강제퇴거명령서-2039년 평성> 역시 통일 이후의 주거 문제를 디스토피아적으로 상상합니다. 여기에서 문학의 중요한 기능이 드러납니다. 현실 정치가 ‘통일이 좋은가 나쁜가’를 묻는다면 소설은 “통일 이후 사람들은 어디에서 살고, 무엇을 잃으며, 누가 새로운 약자가 되는가”를 묻습니다. 이는 독일 통일 이후에도 경제적·문화적 격차가 오랫동안 사회 문제로 남았던 역사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결국 평화는 선언 한 번으로 완성되는 사건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억과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계속 조율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이 제가 이 책에서 읽어낸 핵심입니다.


<경계를 넘는 상상력>은 북한 문학이 궁금한 독자뿐 아니라 김연수 작가님, 김훈 작가님, 장강명 작가님 등의 작품을 이미 읽어본 독자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익숙한 작품을 ‘분단과 한반도의 상상력’이라는 새로운 좌표 위에서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북한 문학을 정치적 구호가 아닌 실제 작품을 통해 처음 접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좋은 입문서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얻는 것은 남북 문학에 관한 지식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랑, 가족, 국가, 고향, 평화라는 개념 역시 자신이 살아온 사회가 만들어낸 하나의 상상일 수 있다는 깨달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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