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콜 2 - 비상! 부기차일의 역습 고스트 콜 2
강경수 지음 / 올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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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콜 #만화 #강경수 #추천도서 #신간도서



 

<고스트 콜 Vol. 2>1권에서 제시된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확장시키며 이야기를 한 단계 더 깊이 끌어올리는 작품입니다. 강경수 작가님은 이미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 왔는데, 이번 시리즈에서는 미스터리와 액션, 그리고 성장 서사를 자연스럽게 결합하고 있습니다. 1권이 고스트라는 조직과 세계의 문을 여는 역할을 했다면, 2권은 그 세계 속에서 캐릭터들의 관계와 갈등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더욱 빠른 속도로 전개되며 긴장감 또한 한층 강화됩니다.




 

이번 권에서 재섭은 자신이 속한 까마귀 부대의 대원들을 본격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미야와 시어뿐 아니라 음침한 분위기의 유나, 중세 귀족 출신의 마녀 에코까지 등장하면서 캐릭터 구성이 훨씬 풍부해집니다. 그러나 새로운 동료들의 반응은 기대와는 다릅니다. 대부분의 대원들은 재섭에게 특별한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그를 무시하거나 돌아가라고 조언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이야기의 갈등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냅니다. 재섭은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가 아닐까 고민하지만, 결국 조직을 떠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기 시작합니다.




 

2권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괴물 부기차일의 등장입니다. 겉모습은 어린 소녀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강경수 작가님은 괴물 캐릭터를 단순한 적대 존재로 그리지 않고, 이야기의 긴장과 드라마를 동시에 만들어 내는 장치로 활용합니다. 이는 일본 소년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보이는 캐릭터 중심 서사와도 닮아 있습니다. 서로 다른 능력을 지닌 인물들이 협력하며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은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며 능력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재섭은 특별한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평가받고 의심받습니다. 재섭은 이러한 태도에 상처를 받고 고스트를 나가려고 마음먹는데, 하필이면 부기차일을 만나게 되어 계획이 틀어지게 되지요. 재미있는 건, 재섭이 끝내 도망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위기의 순간마다 재섭은 괴물들을 멋지게 잡기는커녕 늘 얻어맞는 역할만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몸을 내세워 시간을 벌거나 동료들을 돕습니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종종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평범한 사람이 보여 주는 끈기와 책임감이 더 큰 변화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재섭의 선택은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 삶에 대한 태도를 보여 주는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고스트 콜 Vol. 2>는 미스터리와 액션의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우정과 협력이라는 주제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특히 캐릭터 간의 관계가 확장되면서 세계관의 깊이도 자연스럽게 넓어집니다. 괴물과의 전투 장면뿐 아니라 인물들 사이의 갈등과 변화가 이야기의 중요한 축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모험과 액션을 좋아하는 어린 독자뿐 아니라 캐릭터 중심의 서사를 즐기는 독자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강경수 작가님의 상상력과 이야기 구성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여 주는 한 권입니다. 성인인 제가 읽어도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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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주사위 던지기가 아니다 : 하 - 합리적 의사 결정을 위한 베이즈적 사고 인생은 주사위 던지기가 아니다
류쉐펑 지음, 유연지 옮김, 김지혜 감수 / 미디어숲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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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주사위던지기가아니다 #류쉐펑 #미디어숲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은 주사위 던지기가 아니다 : >는 류쉐펑 작가님이 제시하는 확률적 사고의 재교육에 가까운 책입니다. 베이징항공항천대학에서 인공지능과 분산 컴퓨팅을 연구하는 공학자의 시선이 반영되어 있으며, 유연지 번역가님의 안정적인 번역은 수학적 개념을 비교적 매끄럽게 전달합니다. 특히 김지혜 감수자님의 수학교육적 균형 감각 덕분에, 이 책은 단순한 이론 소개를 넘어 실제 판단 상황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이 책의 핵심은 명확합니다. 확률은 정답이 아니라 갱신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베이즈 정리는 결국 사전 확률(prior)과 새로운 증거(likelihood)를 결합하여 사후 확률(posterior)을 산출하는 구조인데, 류쉐펑 작가님은 이를 병원 진단, 투자 판단, 법적 오류 사례 등으로 확장합니다. 특히 샐리 클라크 사건을 통해 우도와 사후 확률의 혼동이라는 고전적 오류를 짚어내는 부분은, 통계학적 리터러시가 사회적 정의와 얼마나 밀접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인상 깊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석사 시절 연구 데이터를 다루었던 일들이 떠올랐는데요. 초기에 저는 특정 결과값의 높은 확률만 보고 결론을 성급히 내린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표본의 편향, 사전 분포의 왜곡을 고려하지 않으면 그 확률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이 책이 강조하는 순차적 업데이트, 결국 판단을 한 번에 끝내지 말고 지속적으로 수정하라는 태도인데, 이는 머신러닝의 온라인 학습 알고리즘과도 정확히 대응됩니다. 데이터는 쌓이고, 모델은 수정되며, 확신은 유보되어야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베이즈 정리를 단순한 수식이 아니라 세계 해석 프레임으로 확장한다는 데 있습니다. 예컨대 계층형 모델(hierarchical model) 설명은 통계학을 넘어 사회적 맥락 해석으로 이어집니다. 개별 사례를 전체로 일반화하는 오류는 사실상 인간 인지의 기본적 한계인데, 이는 카너먼의 행동경제학이나 탈레브의 블랙스완 개념과도 연결됩니다. 결국 우리는 데이터를 해석하는 존재가 아니라, 데이터를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존재이며, 베이즈 정리는 그 이야기의 구조를 교정하는 도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확률과 통계를 단순 계산이 아닌 사고법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독자에게 적합합니다. 특히 투자, 의료 판단, 정보 판별 등 불확실성이 높은 영역에 관심 있는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직관에 의존하는 판단에서 벗어나고 싶은 분, 혹은 이미 확률 개념을 알고 있지만 실제 삶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분이라면 충분히 얻어갈 것이 있는 책입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확률을 아는 것과, 확률로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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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콜 1 - 고스트, 현실 등장! 고스트 콜 1
강경수 지음 / 올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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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콜 #만화 #추천도서 #아동도서 #액션 #요괴 #유령 #강경수 #신간도서




 

<고스트 콜 Vol. 1>은 요괴와 유령이 인간 세계에서 벌이는 사건을 해결하는 특수 조직 고스트라는 설정을 중심으로 시작되는 미스터리 액션 동화입니다. 강경수 작가님은 그동안 그림책과 동화, 청소년소설을 넘나들며 독특한 상상력과 유머 감각을 보여 주신 작가님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러한 장점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어린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이지만 세계관의 구성이나 전개 방식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호러 장르가 지닌 긴장감과 유머를 적절히 배합하여,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흥미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이러한 균형감은 장르적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독자층을 넓힐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평범한 초등학생 우재섭이 있습니다. 집안의 빚과 어린 여동생을 생각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던 재섭은 우연히 미야의 소개로 고스트조직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곳에서 재섭은 고양이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웅스 사령관,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키는 외모의 루시, 그리고 자신을 경계하는 시어 등 기묘한 인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작품은 이러한 낯선 세계를 독자에게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재섭의 시선을 통해 하나씩 체험하게 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특히 악령에 씐 소녀 시아를 구하는 첫 임무는 작품의 긴장감을 단번에 끌어올립니다. 악령에게 쉽게 나가떨어지는 재섭과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 주는 미야의 대비는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보여 줍니다.




 

이 작품에서 특히 인상적인 점은 호러 요소가 단순히 공포를 조성하는 장치로만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본 호러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떠올리면 기괴한 형상이나 폐쇄된 공간에서 비롯되는 긴장이 특징적인데, <고스트 콜>은 이러한 장르적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모험과 액션의 구조 안에 배치합니다. 겉은 통통한 젤리처럼 생겼지만, 무엇이든 삼켜서 몸 속에서 녹여버리는 괴물 제나리아 등과 같은 독특한 존재들은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사건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변수로 등장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독자가 마치 게임 속 미션을 따라가듯 이야기를 경험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 호러의 긴장과 모험의 재미가 동시에 살아납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재섭의 캐릭터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재섭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영웅이 아닙니다. 오히려 겁이 많고 실력도 부족한 평범한 아이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이야기의 설득력을 높입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자신에게 특별한 재능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을 겪게 됩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이나 사회 초년기에 그런 감정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압도적인 능력보다 (만화에서는 조금 유머스럽게 그려지긴 했지만) 포기하지 않는 태도와 책임감이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재섭이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임무에서 도망치지 않으려는 모습은 그런 점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고스트 콜 Vol. 1>은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어린 독자에게만 권할 작품은 아닙니다. 오컬트와 괴담, 미스터리 액션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며, 특히 소년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전개 방식에 익숙한 독자라면 더욱 재미있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강경수 작가님은 어린이 문학에서도 충분히 긴장감 있는 서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이 작품은 거대한 세계관의 문을 여는 시작점으로서 다음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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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일을 한다는 것 - 서로 이해하지 못함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조직론 CEO의 서재 47
우다가와 모토카즈 지음, 김정환 옮김 / 센시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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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일을한다는 것 #직장생활 #직장꿀팁 #자기계발 #추천도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타인과 일을 한다는 것>은 조직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먼저 신뢰를 주는 책이었습니다. 많은 조직론 서적이 결국 서로를 이해합시다라는 다소 공허한 구호로 흘러가는 반면, 이 책은 애초에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냉정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전제가 오히려 현실적 위안이 됩니다. 직장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갈등의 원인이 대개 악의보다는 각자 다른 처지와 해석 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됩니다. 우다가와 토모카즈 작가님은 일본의 경영학자로서 대학에서 조직과 전략을 연구해온 학자이자, 실제 기업의 혁신과 조직 변화를 돕는 현장 경험까지 갖춘 분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관념적 위로보다 구조와 과정에 대한 설명이 단단하고, 동시에 사람을 다루는 시선에는 묘한 온기가 남아 있습니다.




 

책의 핵심은 조직 문제의 상당수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적응 과제라는 구분에 있습니다. 시스템을 고치거나 규정을 바꾸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내러티브가 부딪히는 관계의 문제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우다가와 토모카즈 작가님은 준비-관찰-해석-개입이라는 네 단계의 순환을 제시하는데, 이 틀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직 내 갈등은 흔히 성급한 개입 때문에 더 악화되곤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섣불리 해결사 흉내를 내기보다, 먼저 자신과 상대 사이의 골짜기를 인식하고 관찰하라고 말합니다. 이 태도는 경영학이라기보다 해석학에 가깝고, 그래서 더 깊습니다. 인간은 정보를 주고받는 기계가 아니라 각자의 맥락 속에서 움직이는 존재라는 점을 받아들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이 책은 소통 스킬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일한다는 행위 자체를 다시 사고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저 역시 조직 안에서 일을 하며 가장 답답했던 순간들은 명백한 무능보다도, 모두가 같은 말을 하는 듯 보이는데 실제로는 전혀 다른 세계를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회의에서는 총론에 찬성하지만 실행 단계에 들어가면 각론에서 미묘하게 발을 빼는 장면, 상사는 방향을 제시했다고 생각하지만 실무자는 맥락 없는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이 늘 반복되었습니다. 그럴 때 저는 한동안 문제를 개인의 성격이나 태도 탓으로 돌린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보니, 많은 경우 그것은 누가 더 선하거나 더 성실해서가 아니라 서로가 기대하는 역할, 두려워하는 위험, 지키려는 성과 지표가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제 경험을 꽤 정확히 언어화해 주었습니다.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 보게 된다는 지적은, 꽤 아프지만 맞는 말이라서 웃음도 안 나옵니다. 조직의 비극은 종종 악당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들 자기 합리성 안에서 열심히 움직인다는 데 있으니까요.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대화를 지나치게 미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화는 만능 열쇠가 아니라,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고도 계속 시도해야 하는 실천으로 그려집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크리스 아지리스의 조직학습론이나 로널드 하이페츠의 적응적 리더십 같은 논의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정답을 내려주는 리더보다, 구성원들이 문제를 새롭게 보게 만드는 리더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 말입니다. 다만 <타인과 일을 한다는 것>은 이런 이론을 현학적으로 늘어놓지 않고, ‘골짜기다리라는 이미지로 훨씬 이해하기 쉽게 풀어냅니다. 특히 권력이 대화를 왜곡한다는 대목, 약자가 빠지기 쉬운 정의감의 함정을 경계하는 대목은 도덕적 우월감이 관계를 자동으로 개선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이 책이 말하는 성숙은 착한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라, 복잡한 현실을 견디며 성과와 관계를 함께 다루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를 기대하는 독자보다, 사람 때문에 일이 꼬이고 일 때문에 사람이 지치는 현실을 이미 경험해본 분들께 더 잘 맞을 것 같습니다. 팀장급 리더, 중간관리자, 프로젝트를 조율해야 하는 실무자, 혹은 조직 내 갈등을 지나치게 자기 탓으로만 돌려온 분들께 특히 권하고 싶습니다. 반대로 좋은 말 몇 마디면 조직이 바뀐다는 식의 달콤한 처방을 원하신다면 조금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직장은 원래 좀 딱딱하고, 사람은 더 딱딱합니다. 그래서 <타인과 일을 한다는 것>은 더 믿을 만합니다.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오히려 협업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역설,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함께 일한다는 것은 공감의 낭만이 아니라, 차이를 견디며 다리를 놓는 기술이라는 사실을 차분하게 가르쳐주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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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프롬 더 탑 - 창작의 기본과 이니셔티브에 관한 원칙 66
켄 양 외 엮음, 정지현 옮김 / 디플롯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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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프롬더탑 #자기계발 #건축가 #추천도서 #신간도서 #베스트셀러 #삶의태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팁 프롬 더 탑>은 건축가들의 조언을 모은 책이지만, 실제로는 무엇을 짓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책에 가깝습니다. 건축은 눈에 보이는 구조물을 세우는 일인 동시에, 보이지 않는 생각을 현실의 질서로 바꾸는 작업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 책에 실린 말들은 건축가만의 직업론으로 머물지 않고, 창작자·기획자·연구자처럼 아이디어를 형태로 구현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넓게 가닿습니다. 특히 기본을 놓치지 않는 것이 기본이라는 식의 메시지는 진부한 훈계로 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십 년간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견딘 이들이 끝내 붙들고 남은 최소한의 원칙처럼 읽힙니다. 화려한 영감보다 오래 버티는 태도, 단번의 성공보다 축적의 리듬을 말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자기계발서의 조급함과는 결이 다릅니다.



 

이 책을 엮은 켄 양 작가님은 생태건축과 지속가능한 디자인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건축가이자 생태학자이고, 클리퍼드 피어슨 작가님은 건축·도시·문화 분야를 넘나들며 오랜 시간 편집과 비평을 해온 저술가입니다. 라그다 알하얄리 작가님은 젊은 건축가로서 설계와 글쓰기를 함께 수행해온 인물이지요. 이 세 분의 이력이 흥미로운 것은, 단지 유명해서가 아니라 건축을 짓는 기술에만 가두지 않고 사유, 편집, 글쓰기, 생태 감각과 연결해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팁 프롬 더 탑>은 한 분야의 성공담 모음집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대와 감각이 교차하는 지적 편집물로 읽힙니다. 리움미술관 M1, 롯데월드타워, MoMA 같은 상징적 건축을 만든 이들의 목소리가 등장하지만, 정작 책이 강조하는 것은 거대한 랜드마크의 위용보다 그 뒤에 있는 사고 습관과 직업 윤리입니다. 건축계 올스타전인데, 읽고 나면 남는 건 스타성보다 기본기입니다. 이 점이 꽤 믿음직합니다.




 

제가 창작이나 글쓰기와 관련해 늘 실감하는 것은, 좋은 결과물은 대개 처음의 번뜩임보다 그 이후의 수정 과정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입니다. 초고를 쓸 때는 누구나 자기 안의 가장 좋은 것을 한꺼번에 다 쏟아붓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과잉이 작품을 망치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첫 프로젝트에 다 쏟아부으려는 유혹을 뿌리치라”, “시안은 비교해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기대를 충족할 수는 없다같은 조언이 유독 와닿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학문이든 창작이든 결국 중요한 것은 전능한 첫 시도가 아니라, 덜어내고 견디고 다시 보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글을 다듬으며 가장 많이 배우는 순간은 잘 쓴 문장을 추가할 때보다, 애착 가는 문장을 삭제할 때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조언들은 건축적이면서 동시에 아주 문학적입니다. 형태를 세우는 일은 언제나 선택과 포기의 기술이기도 하니까요.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성공보다 훌륭함을 더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한 도덕 교과서식 구호가 아닙니다. 서양의 고전적 미학이 말해온 비례와 조화, 현대 예술론이 강조해온 실험성과 파열, 그리고 장인 정신이 중시하는 반복과 숙련이 이 책 안에서 은근히 만납니다. 예컨대 건물은 스스로 말해야 한다는 문장은 건축의 원칙이면서, 사실 좋은 글과 좋은 예술 전반에 적용되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해설에 과도하게 기대는 작품보다 스스로 서는 작품이 오래 남지요. 실수는 실패가 아니다라는 말은 단순한 격려 문구가 아니라, 창조 행위 자체가 본질적으로 가설과 수정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환기합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영감의 천재성보다 과정의 윤리를 배우게 됩니다. 삶을 하나의 설계라고 본다면, 중요한 것은 화려한 입면보다 무너지지 않는 구조라는 사실도 함께요.

 

그래서 <팁 프롬 더 탑>은 막 창작을 시작한 사람, 커리어의 방향을 다시 점검하고 싶은 사람, 자기 일의 기준을 조금 더 단단하게 세우고 싶은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건축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읽히고, 오히려 다른 분야의 독자가 읽을 때 더 많은 치환과 확장을 경험할 수 있는 책입니다. 특히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자주 흔들리는 분이라면, 이 책에서 조급함 대신 호흡을, 과시 대신 태도를 배우게 될 것입니다. 판형도 작아서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읽기 좋고, 한 꼭지씩 가볍게 펼쳐 읽어도 생각할 거리가 남는 장점을 가진 책이니 직장인 분들께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 번에 독파하기보다 곁에 두고 문장 몇 개씩 오래 되새기는 편이 더 어울리는 책이기도 하구요. 삶을 대충 때려 짓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이 책은 꽤 괜찮은 설계 참고서가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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