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일을 한다는 것 - 서로 이해하지 못함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조직론 CEO의 서재 47
우다가와 토모카즈 지음, 김정환 옮김 / 센시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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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타인과 일을 한다는 것>은 조직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먼저 신뢰를 주는 책이었습니다. 많은 조직론 서적이 결국 서로를 이해합시다라는 다소 공허한 구호로 흘러가는 반면, 이 책은 애초에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냉정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전제가 오히려 현실적 위안이 됩니다. 직장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갈등의 원인이 대개 악의보다는 각자 다른 처지와 해석 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됩니다. 우다가와 토모카즈 작가님은 일본의 경영학자로서 대학에서 조직과 전략을 연구해온 학자이자, 실제 기업의 혁신과 조직 변화를 돕는 현장 경험까지 갖춘 분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관념적 위로보다 구조와 과정에 대한 설명이 단단하고, 동시에 사람을 다루는 시선에는 묘한 온기가 남아 있습니다.




 

책의 핵심은 조직 문제의 상당수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적응 과제라는 구분에 있습니다. 시스템을 고치거나 규정을 바꾸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내러티브가 부딪히는 관계의 문제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우다가와 토모카즈 작가님은 준비-관찰-해석-개입이라는 네 단계의 순환을 제시하는데, 이 틀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직 내 갈등은 흔히 성급한 개입 때문에 더 악화되곤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섣불리 해결사 흉내를 내기보다, 먼저 자신과 상대 사이의 골짜기를 인식하고 관찰하라고 말합니다. 이 태도는 경영학이라기보다 해석학에 가깝고, 그래서 더 깊습니다. 인간은 정보를 주고받는 기계가 아니라 각자의 맥락 속에서 움직이는 존재라는 점을 받아들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이 책은 소통 스킬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일한다는 행위 자체를 다시 사고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저 역시 조직 안에서 일을 하며 가장 답답했던 순간들은 명백한 무능보다도, 모두가 같은 말을 하는 듯 보이는데 실제로는 전혀 다른 세계를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회의에서는 총론에 찬성하지만 실행 단계에 들어가면 각론에서 미묘하게 발을 빼는 장면, 상사는 방향을 제시했다고 생각하지만 실무자는 맥락 없는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이 늘 반복되었습니다. 그럴 때 저는 한동안 문제를 개인의 성격이나 태도 탓으로 돌린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보니, 많은 경우 그것은 누가 더 선하거나 더 성실해서가 아니라 서로가 기대하는 역할, 두려워하는 위험, 지키려는 성과 지표가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제 경험을 꽤 정확히 언어화해 주었습니다.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 보게 된다는 지적은, 꽤 아프지만 맞는 말이라서 웃음도 안 나옵니다. 조직의 비극은 종종 악당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들 자기 합리성 안에서 열심히 움직인다는 데 있으니까요.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대화를 지나치게 미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화는 만능 열쇠가 아니라,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고도 계속 시도해야 하는 실천으로 그려집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크리스 아지리스의 조직학습론이나 로널드 하이페츠의 적응적 리더십 같은 논의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정답을 내려주는 리더보다, 구성원들이 문제를 새롭게 보게 만드는 리더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 말입니다. 다만 <타인과 일을 한다는 것>은 이런 이론을 현학적으로 늘어놓지 않고, ‘골짜기다리라는 이미지로 훨씬 이해하기 쉽게 풀어냅니다. 특히 권력이 대화를 왜곡한다는 대목, 약자가 빠지기 쉬운 정의감의 함정을 경계하는 대목은 도덕적 우월감이 관계를 자동으로 개선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이 책이 말하는 성숙은 착한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라, 복잡한 현실을 견디며 성과와 관계를 함께 다루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를 기대하는 독자보다, 사람 때문에 일이 꼬이고 일 때문에 사람이 지치는 현실을 이미 경험해본 분들께 더 잘 맞을 것 같습니다. 팀장급 리더, 중간관리자, 프로젝트를 조율해야 하는 실무자, 혹은 조직 내 갈등을 지나치게 자기 탓으로만 돌려온 분들께 특히 권하고 싶습니다. 반대로 좋은 말 몇 마디면 조직이 바뀐다는 식의 달콤한 처방을 원하신다면 조금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직장은 원래 좀 딱딱하고, 사람은 더 딱딱합니다. 그래서 <타인과 일을 한다는 것>은 더 믿을 만합니다.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오히려 협업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역설,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함께 일한다는 것은 공감의 낭만이 아니라, 차이를 견디며 다리를 놓는 기술이라는 사실을 차분하게 가르쳐주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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