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자리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주현 옮김 / 1984Books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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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리딩투데이(@bookcafe_readingtoday)에서 지원받았습니다. 


 산업화된 세계는 이미 전 세계를 아우르며,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어두운 우화이자 한낮에 겪는 지독한 불면증이다. 이곳에서 돈의 존재는 원시 사회 속 신의 존재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지며, 동일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쳐 얼굴 위로 드러나는 표정과 생각의 흐름을 지배한다. 지배자들은 돈을 섬긴다.


<빈 자리> / 59 p / 크리스티앙 보뱅




가장 순수하다고 믿었던 문학의 영역도 인맥, 학력 등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문학 분야의 책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읽지 않았는데, 최근 알게 된 크리스티앙 보뱅 작가님의 글을 만나고 나서 다시 문학에 대한 애정이 살아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크리스티앙 보뱅 작가님은 프랑스의 대표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입니다. 문단이나 출판계 등 사교계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해왔고, 대학에서 철학 공부를 했다는 소개만 보아도 다른 작가들과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별다른 화려한 수식 없이도, 소개부터 왠지 모를 포스가 느껴지는 작가여서 그런지 1984book에서 출간된 <빈 자리>는 책 배송을 받기 전부터 기대가 컸습니다.




<빈 자리>는 128쪽의 얇은 에세이입니다. 분량은 짧을지 몰라도, 감탄을 자아내는 글들로 모아져 있습니다. 억지로 독자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서사를 만들어 꾸미지도 않고, 질서와 논리도 없습니다. 그저 단편적인 생각들이 모여 모인 글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감동과 울림을 주는 글을 참으로 오랜만에 읽었습니다. 그리고 절대로 철학을 공부한 작가답게 인문학적인 사고가 글 속에 들어 있어서 빨리 읽을 수도 없었습니다. 요즘은 문학도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고 자극적인 스타일이 대세인데, 어찌보면 이러한 흐름에 동떨어진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빈 자리>는 귀하고, 크리스티앙 보뱅 작가님만의 개성이 넘치는 대단하고 멋진 책입니다.





크리스티앙 보뱅 작가님은 이 책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버리지 않는 한 가지는 언제나 있다'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물건일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한 줄기의 빛, 한 번의 기다림, 단 하나의 이름, 벽 위에 남겨진 얼룩 한 점, 창가의 나무 한 그루 등 그 어떤 것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빈 자리>를 읽으면서 이 부분이 참으로 와닿았습니다. 무언가를 많이 가지기 위해 탐욕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정작 소중한 건 놓치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빈 자리>는 삶이란 무엇인지, 존재와 부재란 무엇인지, 글쓰기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놀라운 책입니다. 크리스티앙 보뱅 작가님은 <빈 자리>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앞으로 더 작가님의 글들을 찾아 읽을 계획입니다. 멋지고 귀한 작가님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저처럼 비슷비슷한 문학에 신물이 난 독자라면 꼭 <빈 자리>를 읽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빈자리 #크리스티앙보뱅 #1984books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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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1 - 도원결의 재미만만 동양고전 1
유중하 지음, 이상권 그림, 나관중 원작 / 웅진주니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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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쓴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체크카페 #체크카페리뷰단 #삼국지 #웅진주니어 #신간도서




유비와 관우와 장비가 의군을 불러 모으던 무렵이었다. 황건적 무리의 소동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조정에서도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황후 하 태후의 오라버니이자 대장군인 하진이 황제에게 나아가 군사를 내어 황건적을 몰아내야 한다고 아뢰어 청했다. 내시들의 장막에 둘러싸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영제는 그제야 황건적을 토벌할 세 명의 장수를 내세웠다.

-<재미만만 동양고전 삼국지 1. 도원결의> 64 p





<삼국지>는 오랜 시간 많은 세대를 초월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오고 있는 동양고전입니다. 사실 잘 알려진 것처럼 <삼국지>는 역사책이라기 보다는 명나라의 나관중이 엮은 소설입니다. 하지만 완벽한 픽션도 아니기 때문에 역사와 허구가 뒤엉켜 아주 재미난 이야기가 되었지요. 그런데 <삼국지>를 읽고 싶어도 분량이 만만치 않아서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 어린이 독자들의 경우 마땅히 읽을 만한 <삼국지> 시리즈가 시중에 많이 있는 편이 아닙니다. 다행히 최근 웅진주니어 출판사에서 중국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 그리고 어린이 독자들의 눈높이에 꼭 맞춘 <삼국지> 시리즈를 출간했습니다. 이 삼국지 시리즈는 1. 도원결의, 2. 배수진, 3. 적벽대전, 4. 삼국천하, 5. 출사표 이렇게 총 5권으로 되어 있습니다. 저는 유비, 관우, 장비가 복사꽃이 핀 뜨락에서 의형제를 맺고 기울어 가는 한나라를 구하기로 맹세하는 1권 '도원결의' 편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가독성이 좋습니다. 확실히 중문학 전공자가 쓴 글이라 내공이 느껴지면서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삼국지 인물 관계도'가 부록으로 들어 있어서 혹시라도 책을 읽다가 인물들이 헷갈린다면 펼쳐보고 확인하기에도 좋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삼국지 인물 관계도'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데요. 원소 세력의 인물들, 촉나라 인물들, 동탁 세력 인물들, 위나라 인물들, 오나라 인물들이 어떠한 관계에 놓여 있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누구와 대립 관계인지, 또한 인물들의 관계가 책사, 동료, 아들, 군사 전략가, 양아들, 첩, 사촌 형제 등과 같이 어떠한 관계인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절대 헷갈리는 일 없이 즐겁게 독서를 할 수 있습니다. <삼국지>에는 워낙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초반부터 이들의 관계를 잘 알고 있지 않으면 읽어나가는 게 쉽지 않습니다. 다른 출판사에서는 만들지 않은 '삼국지 인물 관계도'는 확실히 굉장한 차별점이고,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제대로 짚었다고 생각합니다.


한나라가 점차 몰락해나가던 시기 등장한 세 영웅들은 1권부터 존재감을 드러내며 점점 활약을 펼쳐 나갑니다. 유비, 관우, 장비 등은 황건적의 난과 동탁의 횡포를 토벌하는 데 공을 세우지만 이렇게 한다고 해서 당시 복잡한 중국의 상황이 쉽게 되지는 않지요. 난세에 등장하는 영웅은 비단 유비, 관우, 장비 뿐만이 아니었거든요. 조조, 손견 등 내로라하는 영웅들 또한 야망을 품고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던 시기라서 유비, 관우, 장비와 동료이자 라이벌이 되어가는 관계가 무척 재미있습니다.




저는 특유의 재치가 넘치는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를 재미있게 읽어서인지, 왠만한 삼국지 시리즈에는 그다지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웅진주니어에서 출간된 <삼국지> 시리즈는 확실히 달랐어요. 일단 삽화가 많아서 웹툰을 보는 것처럼 실감났고, 글의 편집 또한 강조 표시 등이 되어 있어서 톡톡 튀는 웹소설을 읽는 듯했습니다. 요즘 세대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편집이 잘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스타일의 편집은 처음 보았는데, 거부감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재미만만 동양고전 <삼국지> 1. 도원결의 편 외에도 나머지 4권 역시 조만간 모두 읽을 계획입니다. <삼국지>를 읽고 싶은 분들, 동양고전에 관심있는 분들께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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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요괴 병원 1 - 요괴도 감기에 걸려요! 여기는 요괴 병원 1
도미야스 요코 지음, 고마쓰 요시카 그림, 송지현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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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산어린이 #여기는요괴병원 #판타지동화 #도미야스요코 #동화추천 #신간도서




 

동화계의 미야자키 하야오, 판타지 동화의 거장 도미야스 요코 작가님의 <여기는 요괴병원> 시리즈가 다산어린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도미야스 요코 작가님의 <이웃집 시노다> 시리즈는 우리나라에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면서 여전히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보통 '동화'라고 하면 어린이들만 읽는 장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도미야스 요코 작가님의 동화는 어른이 읽어도 흡입력이 엄청납니다. 요괴, 판타지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특히 작가님의 작품들에 푹 빠지게 될 거예요. 저는 <이웃집 시노다> 시리즈를 정말 좋아해서 모두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이 얼른 번역,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중에 <여기는 요괴병원> 시리즈를 알게 되었습니다. 1권이 배송되자마자 설레는 마음으로 단숨에 읽어내려갔습니다. 역시 이 시대 최고의 아동문학가다운 동화였어요. 그럼 리뷰 시작해 볼게요.





초등학교 5학년인 미네기시 준은 어느 날, 흰여우못에 낚시를 하러 갑니다. 그런데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헤매는 바람에 낯선 골목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골목 안쪽에는 병원이 하나 있었는데요. 미네기시 준은 이 병원의 정원을 통과해서 골목을 빠져나갈 생각으로 병원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 병원은 평범한 병원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세상에서 단 한 명 밖에 없는 '요괴 전문 의사'가 있는 요괴 전문 병원이었기 때문입니다. 미네기시 준은 숨죽이고 몰래 수상한 병원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호즈키 쿄주로 의사 선생님과 요괴의 알쏭달쏭한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고, 얼떨결에 대화에 동참하는 바람에 정체가 탄로나게 됩니다.




만약 제가 미네기시 준이었다면 무섭고 이상한 요괴 병원에 들어왔다는 것만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을 것입니다. 게다가 요괴병원 의사 선생님에게 정체가 탄로났다면 도망치기 바빴을 거예요. 하지만 미네기시 준은 쿄주로 의사 선생님에게 왜 자신이 이 병원에 오게 되었는지 솔직히 이야기합니다. 그 모습이 정말 멋지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하필 쿄주로 선생님이 왕진을 해야 할 일이 생겨서 잠시 미네기시 준이 병원 접수대에서 안내를 하게 되는데요.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으스스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저는 어릴 적 요괴 이야기를 참 좋아했습니다. 무섭지만 신기한 존재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요괴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네요. 요괴 병원에서 미네기시 준이 만나게 되는 다양한 요괴들의 사연, 그리고 특히 달걀 귀신과 관련한 에피소드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듭니다. 으스스하면서도 마냥 공포스러운 게 아니라 훈훈한 이야기여서 더욱 감동적이에요. 판타지 장르를 좋아한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걸작이 바로 <여기는 요괴 병원>입니다. 도미야스 요코 작가님이 앞으로도 이렇게 재미있는 판타지 동화를 계속 발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권도 어서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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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맛있게 먹는 7가지 방법
송주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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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북유럽 #미술 #그림을맛있게먹는7가지방법 #미술감상 #예술



 

요즘 저의 취미 중의 하나는 미술관에 가는 것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는데, 미술관에서 고요히 미술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편안해 지곤 합니다. 하지만 미술을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본 적이 없어서 내가 제대로 이 작품을 보고 있는 게 맞나?’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물론 미술 외에도 문학, 음악 등 대부분의 예술 작품이 그렇듯 감상에 정답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지식을 쌓고 감상한다면 아무래도 제가 몰랐던 부분들도 더 자세히 알 수 있고, 작품 감상에 있어서 새로운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게 되므로 언젠가는 꼭 미술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내어 미술 공부를 하기에는 여유가 없던 차에 마침 송주영 작가님의 <그림을 맛있게 먹는 7가지 방법>이 출간되어 이건 내가 찾던 책이다!’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이 책을 쓴 송주영 작가님은 홍익대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신 미술 전문가입니다. 그래서인지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책 속에 고스란히 들어 있어서 저처럼 미술에 대해 지적인 욕구가 많은 사람들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사전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미술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만 들어있었다면 저는 이 책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책은 마치 흥미로운 미술 입문서 느낌을 줍니다. 데리다, 부르디외 등 철학자와 사회학자들의 이론, 포스트모더니즘, 건축 이야기, 동서양 예술 등이 미술 작품과 함께 아주 자연스럽게 등장하는데요. 작가님이 평소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공부하셨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쉽게 읽히면서도 여러 방면의 지식이 종횡무진 등장하여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 바로 <그림을 맛있게 먹는 7가지 방법>입니다.





그리고 책의 제목인 <그림을 맛있게 먹는 7가지 방법>부터 저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그림을 공부하는 것도 아닌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니요. 작가님은 그림을 본다는 것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서 감상자 개인의 경험이 더해지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이 사이를 조율하는 감상 테크닉이 바로 상상력, 스토리텔링이라고 하는데요. 미술과 스토리텔링이 결합되어 그림을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현실에서 그림은 먹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지만, 그래도 정신적인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필요한 게 바로 예술이지요. 미술 작품 하나를 감상하고 나면 허기졌던 마음이 조금씩 채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더욱 맛있게 감상하는 방법을 알게 되니 벌써부터 어떤 미술관에 갈지 기대가 됩니다.





미술사의 뒷이야기도 무척 흥미롭게 등장합니다. 세기의 천제라고 불리우는 다빈치의 생모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쟁, 그림도 외국어처럼 공부를 해야만 감상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 등을 저는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런 주제 외에도 정말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으니 책을 꼭 읽어보시는 편을 추천드립니다.



<<그림을 맛있게 먹는 7가지 방법>은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푹 빠져들어 읽을 수 있는 멋진 책입니다. 미술 쪽으로 진로를 잡고 공부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유익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미대 지망생들에게도 추천을 하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내용이 알찬 미술책을 만나 기분이 좋습니다. 미술이 즐거워지는 책인 <그림을 맛있게 먹는 7가지 방법>를 강력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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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온다 리쿠 지음, 이지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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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얼굴과 녀석의 얼굴이 교대로 무대 정면에 나타난다.

아비샤이 코헨의 곡이 흐른다.

우리는 눈을 뜨고,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나오다가 원의 테두리에 닿기 직전에 발을 멈춘다.


-107 p /온다리쿠/스프링




저는 일본소설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다른 나라 작가들도 물론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쓰지만, 유독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건 아무래도 정서, 문화가 친숙하기 때문입니다. 왠만큼 난해한 소설이 아닌 이상 대부분 위화감이 없고 몰입하기가 좋은 게 일본소설의 장점입니다. 일본 작가들 중에서 온다 리쿠의 작품들은 모두 소장할 정도로 즐겨 읽는 편인데요. 이번에 클레이하우스 출판사에서 온다 리쿠의 신간 <스프링>이 출간되어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저 뿐만 아니라 온다 리쿠의 팬분들은 <스프링> 출간 소식이 무척 반가웠을 것입니다.





<스프링>은 '발레리노'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에 제목을 보았을 땐, '스프링이 어떻게 발레리노의 이야기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스프링은 영어로 봄(spring)이라는 뜻이기 떄문입니다. 그런데 발레를 하면 '점프' 동작이 있잖아요. 소설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발레의 동작이 연상되어 제목이 조금씩 이해되었습니다. 물론 봄이라는 해석을 해도 괜찮은 것 같아요. 주인공 이름 '요로즈 하루'의 '하루'는 '봄'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발레, 무용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활동하는 소설가들 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온다 리쿠가 쓴 이야기이기 때문에 재미가 없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잘 모르는 발레리노의 세계에 대해서 한 번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책장을 한 장씩 넘겨 나갔습니다.





이 소설은 총 4부로 되어 있습니다. 1부~4부 모두 요로즈 하루의 이야기입니다. 요즘 웹소설 트렌드 중의 하나가 바로 '천재' 주인공이 등장하는 거잖아요. <스프링>도 마찬가지예요. 요로즈 하루는 그야말로 천재 발레리노입니다. 하지만 요로즈 하루만 돋보이는 소설은 아닙니다. 동료 무용수인 후카쓰 준, 미노루 삼촌, 작곡가 다키자와 나나세가 요로즈 하루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점들이 자세히 나오는데 감동 포인트들이 꽤 많습니다. 천재는 결코 혼자 잘난 존재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며 만들어진다는 게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스프링>은 참으로 아름다운 소설입니다. 발레에 대해 전혀 몰랐던 저도 발레가 참으로 멋지고 대단한 예술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어요. 무려 458쪽에 이르는 장편소설임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작가가 무려 6년 동안이나 클래식 발레의 세계를 탐구하다가 컨템퍼러리 무용으로까지 관심을 넓혀 구상부터 집필까지 10년 만에 탄생한 걸작인 <스프링>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재미와 감동이 모두 들어있는 대중적인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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