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온다 리쿠 지음, 이지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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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얼굴과 녀석의 얼굴이 교대로 무대 정면에 나타난다.

아비샤이 코헨의 곡이 흐른다.

우리는 눈을 뜨고,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나오다가 원의 테두리에 닿기 직전에 발을 멈춘다.


-107 p /온다리쿠/스프링




저는 일본소설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다른 나라 작가들도 물론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쓰지만, 유독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건 아무래도 정서, 문화가 친숙하기 때문입니다. 왠만큼 난해한 소설이 아닌 이상 대부분 위화감이 없고 몰입하기가 좋은 게 일본소설의 장점입니다. 일본 작가들 중에서 온다 리쿠의 작품들은 모두 소장할 정도로 즐겨 읽는 편인데요. 이번에 클레이하우스 출판사에서 온다 리쿠의 신간 <스프링>이 출간되어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저 뿐만 아니라 온다 리쿠의 팬분들은 <스프링> 출간 소식이 무척 반가웠을 것입니다.





<스프링>은 '발레리노'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에 제목을 보았을 땐, '스프링이 어떻게 발레리노의 이야기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스프링은 영어로 봄(spring)이라는 뜻이기 떄문입니다. 그런데 발레를 하면 '점프' 동작이 있잖아요. 소설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발레의 동작이 연상되어 제목이 조금씩 이해되었습니다. 물론 봄이라는 해석을 해도 괜찮은 것 같아요. 주인공 이름 '요로즈 하루'의 '하루'는 '봄'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발레, 무용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활동하는 소설가들 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온다 리쿠가 쓴 이야기이기 때문에 재미가 없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잘 모르는 발레리노의 세계에 대해서 한 번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책장을 한 장씩 넘겨 나갔습니다.





이 소설은 총 4부로 되어 있습니다. 1부~4부 모두 요로즈 하루의 이야기입니다. 요즘 웹소설 트렌드 중의 하나가 바로 '천재' 주인공이 등장하는 거잖아요. <스프링>도 마찬가지예요. 요로즈 하루는 그야말로 천재 발레리노입니다. 하지만 요로즈 하루만 돋보이는 소설은 아닙니다. 동료 무용수인 후카쓰 준, 미노루 삼촌, 작곡가 다키자와 나나세가 요로즈 하루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점들이 자세히 나오는데 감동 포인트들이 꽤 많습니다. 천재는 결코 혼자 잘난 존재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며 만들어진다는 게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스프링>은 참으로 아름다운 소설입니다. 발레에 대해 전혀 몰랐던 저도 발레가 참으로 멋지고 대단한 예술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어요. 무려 458쪽에 이르는 장편소설임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작가가 무려 6년 동안이나 클래식 발레의 세계를 탐구하다가 컨템퍼러리 무용으로까지 관심을 넓혀 구상부터 집필까지 10년 만에 탄생한 걸작인 <스프링>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재미와 감동이 모두 들어있는 대중적인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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