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 상식과 통념을 부수는 60개의 역설들
조지 G. 슈피로 지음, 이혜경 옮김 / 현암사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인문 #논리학 #역설의논리학 #역설 #보이는모든것을의심하라
나는 종종 사소해 보이는 질문으로 각 장을 시작했다. 어쩌면,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당신의 첫 번째 반응은 "그래서, 요점이 뭔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질문의 함의를 보다 깊이 파고들고 나면, 그래서 질문 속 부조리가 명백해지면 당신의 다음 반응은 "와, 이 문제에 대해 나는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어!"일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해제에서 틀리거나 모순된 가정들이 밝혀지고 추론 과정의 결함들이 드러나면서 역설이 해결되면, 당신의 마지막 반응은 "아하! 이제 알았다"로 바뀔 수 있다.
-16 p /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저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굳이 책 소개를 읽지 않고 구매를 합니다. 그동안 그 작가의 책을 많이 읽었고, 항상 좋았기 때문에 당연히 이번 신간도 저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리라 믿고 구매를 하는 것이지요. 좋아하는 작가 외에도 제가 신뢰하는 출판사에서 출간된 신간 역시 일단 관심있게 장바구니에 담아 두는 편입니다. 그 출판사 중의 하나가 바로 '현암사'입니다. 현암사는 대중적이면서도 지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전문서적을 많이 출간하고 있어서 제가 무척 신뢰하는 출판사입니다. 이번에 현암사에서 출간된 신간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역시 '와, 이런 책이 다 번역되는구나!'하는 감탄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멋진 책입니다. 이 책을 쓴 조지 G. 슈피로 작가님은 수리 경제학 박사 학위 취득자로, 수학 칼럼, 수학 관련 저서들을 쓰면서 수학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에서 당연시되어온 명제나 현상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 독자들의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고, 비판적인 의식까지 길러주고 있습니다.

사실 책을 많이 읽다보면 다른 책에서도 겹치는 내용이 보여서 그다지 신선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 책이 그 책 같다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기존의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역설, 선택, 논리, 확률 등의 '그동안 통념과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머릿 속에 반짝 전구가 들어오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저 자극적이고 재미만을 추구하는 콘텐츠가 난무하는 세상에 이토록 지적인 책이라니요! 읽는 내내 지적유희 그 이상을 즐길 수 있었고, 또한 작가님 특유의 재치에 웃음 짓기도 했습니다. 또한 한 챕터당 3~4장 이내로 글이 끊어지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장편소설처럼 앞의 내용을 쭉 기억하면서 읽어야 하는 책들의 경우, 독서 흐름이 끊기면 앞의 내용을 잊어버려서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굳이 처음부터 읽지 않고 관심있는 주제부터 읽어도 무방합니다.

여러분은 혹시 '모건베서의 이중 부정' 내용을 알고 있나요? 사실 저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 내용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논리학과 관련한 내용이라 어렵기도 해서 아마 전공자가 아니라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이 책에서 '모건베서의 이중 부정'과 관련된 내용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님은 어려운 내용도 쉽게 설명하면서 결국 그 어려운 원리를 단번에 깨우치게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의 논리'에 대한 내용은 이 책의 2장에서 다루어지고 있는데, '논리적인 언어'에 대해 궁금증이 있으신 분들은 2장을 읽어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한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통념을 깨뜨리는 4장의 내용도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작가님은 수학은 대단히 정확하고 명쾌하며 확실하다고 하지만, 이 세계에도 비정상적인 모호성, 풀기 어려운 문제, 당혹스러운 역설이 넘쳐난다고 이야기합니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요?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수학의 세계 역시 풀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이 책은 수학, 철학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즐겁게 즐길 수 있을만한 알찬 책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역설, 무어의 역설, 러셀의 역설 등 사고의 깊이를 더해주는 역설들이 등장하고 있어서 읽다보면 머릿속이 팽팽 돌아가는 게 저절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리고 작가님이 여러 방면에 지식이 풍부하고, 수학 전공자여서 그런지 글을 쓰는 스타일이 무척 논리적이고 명쾌합니다. 인문학과 수학을 가로지르는 멋진 지식을 가지고 싶다면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를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번역도 무척 좋아서 원래 한국어로 쓰여진 책을 읽는 것 같았습니다. 여러모로 훌륭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