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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연애 안 하겠습니다
최이로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3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에세이 #혼자만의시간 #사랑에세이 #저연애안하겠습니다
요즘 백 세 인생이라는데 그 중에 절반,
아니 3분의 1도 살지 못한 우리가
어떻게 사랑이 뭔지,
인연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어.
그냥 나이를 먹을수록 이 정도 했으면
사랑이겠거니 하는 것뿐이지.
<저, 연애 안하겠습니다> / 43 p

저는 최근에 무려 6년 가까이 만난 사람에게 이별을 통보 받았습니다. 그 사람은 저에게 이 연애가 행복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더 좋은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6년의 시간이 허무하게 날아간 기분이었습니다. 6년 동안 도대체 누굴 만나고 사랑했던 것인지, 내가 아는 사람이 이 사람이 맞는건지 온갖 생각으로 몇 달을 괴로워했습니다. 빈 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메우기 위해 억지로 연애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금방 흐지부지 되어 버렸습니다. 벌써 4개월이나 지났지만 마음은 여전히 슬프고 아픕니다. 여전히 저에게 이 현실은 버겁고, 힘듭니다. 그러던 중 최이로 작가님의 <저, 연애 안 하겠습니다>라는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연애를 잘 하는 방법에 대한 책은 많지만, 연애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책은 처음 만나서인지 처음에는 제가 제목을 잘못 읽은 줄 알았습니다. 다시 제목을 천천히 읽어보아도, ‘연애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분명하게 들어있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연애로 인해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저는 이 책을 홀린 듯이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연애에 대한 작가님의 진솔한 경험과 감정이 들어있는 사랑 에세이입니다. 소설처럼 잘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현실 연애에서 마주할 수 있는 배신의 상처, 이별의 아픔이 절절하게 들어 있어서 읽는 내내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저 역시 오랜 연애 끝에 상대의 배신으로 연애의 종말을 맞이한 터라, 작가님의 글에서 큰 위로를 얻었습니다. 저 혼자만 이렇게 아픈 경험을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작가님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쉼없이 연애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연애의 끝은 결혼 아니면 이별이었기에 연애의 끝에서 늘 커다란 상실감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연애를 통해 감정을 소모하기보다는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면 저 역시 제 마음이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사랑을 하기 위해 발버둥쳤던 것 같습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고 제대로 사랑해본 적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늘 마음은 타인을 향해 있었던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님은 그동안 연인이 해준 운전, 전구 갈아끼우기 등에 익숙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혼자 천천히 해보면서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배신한 사람에게 행복을 빌어줄만큼 착하지 않다고 고백한 점도 무척 좋았습니다. 작가님은 바람을 피워서 자신을 떠난 연인, 고양이를 맡겨놓고 찾아가지 않은 연인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담담하게 썼습니다. 특별한 것 같지만, 사실 보통의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연애 끝물의 장면들입니다. 그래서 더 현실감 있었고 책 속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보통은 이전 연인을 미화시키고 행복을 빌어준다는 등 좋은 말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에게 욕을 해도 좋다고 과감하게 이야기합니다. 대신 그 아픈 마음을 너무 붙잡고 있지 말고 시간의 흐름에 맡겨 떠나보내는 게 좋다고 조언해줍니다. 저도 저를 떠난 사람이 혹시나 다시 돌아오지는 않을까 매일 밤 전전긍긍하며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날이 많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이제는 저도 시간의 흐름에 인연을 흘려보내고 다른 인연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애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오히려 연애를 하기보다는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저, 연애 안 하겠습니다>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에세이는 연애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 연애가 과연 인생에서 필수적인가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그리고 실연당한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자존감을 더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