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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희의 그림 읽기 - 인문학으로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
최금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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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는 부유함 속에서 평온한 말년을 맞이하며, 자신감을 가득 담아 후기 자화상을 남겼다. 반면,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그의 삶을 그대로 투영하는 기록이다. 이 작품이 더욱 사랑받는 이유는, 그의 생애가 이 한 장의 그림에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107 p / <최금희의 그림 읽기>

최금희 작가님의 <최금희의 그림읽기>는 실력이 뛰어난 도슨트가 자신이 가진 미술의 지식을 온 열정을 다하여 한 권의 책에 녹여낸 듯한 인상을 줍니다. 컬러로 된 사진 자료나 글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미술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푹 빠져들어가면서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책입니다. 저도 미술에 많은 관심과 지식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쌓이게 되는 소소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최근 미술관을 찾아보니 자연스레 최금희 작가님의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늘 틀에 박힌 생활(출근-집-퇴근 반복)을 하다가 주말에 미술관에 가면 무언가 정신적으로 환기가 되는 기분이었는데, 사실 작품에 대해 잘 모르다보니 답답한 마음도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늘 도슨트 해설 시간에 맞추어 미술관에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라 제가 따로 미술 지식을 쌓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너무 입문자용 책은 볼 만한 내용이 없고, 또 어려운 책은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이 많아서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최금희의 그림읽기>는 제가 모르는 새로운 미술 지식이 많으면서 글이 잘 읽히는 편이라 최근 읽은 미술 관련 책 중에서 감히 최고의 책이라고 꼽고 싶습니다.

작가님은 이 책에서 단순히 미술 작품이나 역사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작가님은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기도 했지만 직접 촬영한 사진을 가지고 미술을 설명합니다. 비교적 최근인 2023년 2월, 암스테르담 라익스 뮤지엄(국립미술관)에서 열린 ‘페르메이르 전’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저도 처음엔 ‘페르메이르가 누구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우유를 따르는 하녀> 등을 그린 작가라고 하니 저도 관심이 바로 생겼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베르메르, 영어권에서는 버미어, 우리나라에서는 ‘페르메이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요. 페르메이르의 작품이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소설 속에 들어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챕터 1에서는 델프트 화파인 페르메이르와 파브리티우스의 작품 세계가 마치 교양 강의처럼 자세하면서도 알기 쉽게 풀이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푹 빠져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미술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여서 그런지 처음 소개된 작품부터 바로 취향저격을 당했네요.

챕터2에서는 렘브란트, 할스, 레이스테르의 작품이 소개됩니다. 특히 렘브란트의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소개되는데요. 렘브란트는 22세에 처음으로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하여, 40년 동안 판화, 스케치, 회화 등으로 100여 점 이상의 자화상을 그렸다고 합니다. 엄청난 양이지요. 그래서 작가님은 ‘왜 렘브란트는 자화상을 100점이나 그렸는가?’라는 것을 묻고 있어요. 단순히 ‘렘브란트는 많은 자화상을 남겼습니다. 이 자화상은 이러이러한 의미~’라는 식으로 설명을 끝내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그 외에도 ‘렘브란트는 왜 중산층 부부의 전신 초상화를 그렸는지’, ‘렘브란트가 그린 <유대인 신부>의 원숙한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자세히 파고들고 있어서 읽는 내내 단순히 미술 교양서가 아니라 ‘인문학 수업’을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요즘엔 단순히 미술 작품을 해설하는 데 그치는 책들이 많은데, 확실히 그런 책들과는 정성과 결이 너무나 차이가 납니다. 많은 공부를 하지 않고는 절대 쓸 수 없는 내공이 담긴 글이어서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들었습니다.

챕터 3에서는 네덜란드 후기인상주의 화가인 반 고흐에 대한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나옵니다. 반 고흐의 연인, 예술 세계 등을 비롯하여 ‘왜 파노라마 풍경화를 그렸는지’, ‘반 고흐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화’는 무엇인지 등이 나와 있는데 고흐에 대한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작가님이 한 챕터 안에서 이렇게 고흐에 대한 많은 내용을 다루었다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 챕터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반 고흐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고흐에게 예술은 삶과 사랑의 기록이었다고 합니다. 작가님은 그의 붓이 그려 낸 모든 순간은, 실은 그가 열망하던 관계와 감정을 담아낸 것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예술은 사랑을 쫓았던 한 인간의 고백이었다고 하니, 왜 고흐의 작품이 여전히 많은 감동을 주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챕터 4에서는 플랑드르의 거장인 얀 반 에이크, 루벤스, 할스의 작품들이 소개됩니다. 주요 감상 포인트에 대한 설명이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최금희의 그림 읽기>는 미술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하고 싶은 잘 만든 책입니다. 사진 자료가 없는 페이지가 거의 없을 정도여서 볼거리도 많고, 단순히 미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예술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여서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앞으로 최금희 작가님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계속 읽어볼 생각입니다. 여름이 끝나가고 가을이 다가올 무렵, 무언가 의미있는 책을 읽고 싶던 시기에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