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각본집
노라 에프런 지음, 홍한별 옮김 / 클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해리가샐리를만났을때 #각본집 #로맨틱코미디 #영화각본 #로맨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촬영은 1988년 8월에 시작되었다. 내가 롭과 앤디와 첫 미팅을 하고 거의 4년 뒤였다. 그동안 나는 해리와 샐리가 서로 첫 번째 중요한 연애가 끝날 무렵부터 다음 연애를 시작할 때까지 곁에 있어주는 내용으로 초고를 썼다.
-15 p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 노라 에프런 지음, 홍한별 옮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무협, 액션, 스릴러입니다. 그럼에도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제가 지금껏 본 수많은 영화들 중 단연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훌륭하고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우연한 두 남녀의 만남, 티격태격 잘 맞지 않는 듯 하면서도 이상하게 공통점이 있는 두 남녀의 대화가 일품인 작품이거든요. 서로 티키타카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로맨스 장르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제가 보아도 참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로맨스 영화를 즐기는 분들이 본다면 저보다 더 큰 감동을 받으실 것 같습니다.
소장 가치가 있는 영화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늘 곁에 두고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런데 매일 바쁘게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영화 한 편을 제대로 감상하는 게 쉽지 않더라구요. 마침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각본집이 출간되어 기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영화는 감상하다가 도중에 끊고 다음에 보게 되면 제대로 보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책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영화보다 책이 더 좋을 때가 있습니다. 이해가 잘 되지 않거나 놓친 장면이 있으면 바로 읽을 수 있고, 제가 원하는 부분까지 제가 원하는 속도대로 책을 읽을 수 있으니까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대사가 중심인 각본집이어서 영화 장면이 저절로 떠오르기도 했고, 잠들기 전에 몇 페이지씩 읽다보니 어느새 한 권을 다 읽게 되었습니다.
해리와 샐리는 처음부터 낭만적으로 만나지 않았습니다. 해리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 여자친구의 친구가 샐리였지요. 물론 친구의 연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상황도 있을 수 있겠으나 샐리는 처음에 해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로 논쟁이 붙고 서로 의견 차이가 심했거든요. 해리는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샐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튼 이런 생각의 차이 때문에 둘은 친구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난 후, 샐리에게 남자친구가 생깁니다. 그리고 샐리와 샐리 남자친구를 우연히 해리가 목격하게 되는데요. 하필이면 해리가 샐리 남자친구의 지인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재회를 한 해리와 샐리. 이런 식으로 몇 번의 우연히 계속 겹치고 해리와 샐리는 자꾸 만나며 가까워지게 됩니다.
흔히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반대로 자꾸만 보게 되면 정이 든다는 이야기도 되겠지요. 바로 해리와 샐리가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인연인 줄 알았는데 우연히 계속 만나게 되고 대화가 잘 안 되는 듯 하면서도 묘하게 티키타카가 잘 됩니다. 결국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는 게 이 이야기의 결말입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따르는 줄거리라고 할 수 있는데, 뻔한 줄거리라고 해도 희한하게 재미있고 로맨틱합니다. 노라 에프런 작가가 참으로 대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각본집 앞에 노라 에프런이 어떻게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쓰게 되었는지에 대한 에피소드가 실려 있는데요. 원래 유머가 넘치고 글솜씨가 뛰어난 분이라는 게 잘 드러나 있습니다.
멕 라이언을 로코 퀸으로 만든 전 세계 흥행 대작, 제43회 영국 아카데미 영화제 최우수상영화상 후보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각본집은 편집이 잘 되어 있어 가독성도 좋고 곁에 읽고 두기에도 참 예쁜 책입니다. 오리지널 영화 각본에 관심이 많은 분들,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분들, 달달한 이야기가 필요한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설령 저처럼 로맨스 장르를 전혀 선호하지 않는 분들도 <해리와 샐리를 만났을 때>는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삭막한 세상에서 다시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