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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 한스와 조피 숄, 그리고 백장미단 이야기
아니타 피치 파즈너 지음, 소피 카슨 그림, 강영임 옮김 / 파라주니어(=파라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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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언뜻 기억나는 한 이야기가 있었다. 대학 캠퍼스에서 남매가 평화적인 활동을 하다 나치에게 붙잡혀 사형당했다는 이야기였다. 정확한 출전이 기억나지 않았던 그 이야기를 이 책에서 백장미단이라는 이름으로 만났다. 


한스 숄과 조피 숄은 독일에서 태어나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독일을 피부로 느꼈다. 그리고 곧 다가올 제2차 세계대전을 피부로 느끼며 성장한다. 성장 과정에서 둘은 부모님의 뜻과 어긋나는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독일의 민낯을 목격한 이후 뜻이 맞는 친구들과 모여 백장미단을 결성하고 활동한다. 그리고 그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은 평화적인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20대의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고 만다.


오늘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그 중 학교에서는 영상매체를 많이 틀어주곤 했다. 대표적으로 <인생은 아름다워>라던가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등이었다. 대체로 유대인 학살이나 수용소에 관려된 내용들이었다. 그 외에도 <쉰들러 리스트>라던가 <피아니스트>같은 영상매체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리고 독서 활동도 대체로 그러한 경향으로 많이 진행되곤 했다.


최근 출간된 이 책은 동화책의 형식이지만 그닥 간단하지 않다. 후반부에 실려있는 한스와 조피의 상황, 그리고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는 대학민국의 상황이 줄글로 실려있다. 단순한 동화책이 아니기에 의미가 더욱 크다고 느꼈다. 어떤 강렬한 이야기를 보고 그대로 끝나는 것이 아닌 자세한 이야기와 그것을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교해 봄으로써 멀리 떨어진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웃의 이야기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를 묻는다면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역사를 미래로 가는 이정표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정표는 공통된 형상을 가지고 있지만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조금씩 달라지는 길을 이정표를 참고하며 한발한발 나아가는 것이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세부적인 것들은 다르지만 결국 공통된 형상을 가지고 있다. 자국의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타국에게 등을지고 결국엔 누군가를 침략하고 빼앗는 모습들이 나온다. 결국 역사를 알고 이해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며 현상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이정표를 참고하여 나의 길을, 곧 나만의 주관을 세워가는 일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스와 조피는 어떠한 폭력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자유를 원했고 그 자유를 위해 친구들과 함께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를 냈다. 나치 정권 하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용기 그 자체다. 목숨을 내놓고 싸울 준비가 되어있는 용기. 대한민국은 2024년과 2025년에 아주 가까이에서 그와 같은 모습들을 모았다. 손에는 저마다의 응원봉을 들고 자유를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는 용기를 가진 자들의 행렬을 보았다. 한스와 조피는, 그리고 그의 친구들은 이런 사회를 원했고 그로 인해 목숨을 잃었지만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을 본다면 그 누구보다 우리를 응원할 것이다. 


역사는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한스와 조피의 뜻이 가족과 친구들에 의해 앞으로 나아가듯이 오늘날의 우리가 이들 백장미단의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도모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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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후쿠
김숨 지음 / 민음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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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후쿠? 이 네 글자만으로는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없었다. 단지 김숨작가의 신작이라기에 관심을 가졌을 뿐이었다. 단어의 뜻을 알고 난 뒤에는 머릿속에 네 글자가 하염없이 떠다녔다. 그 옷을 부르는 이름이 있었구나. 


간단후쿠는 위안소에서 위안부들이 입고 생활했던 간단한 원피스형 옷을 이르는 말이다. 일본에 의해 위안소로 끌려간 모든 여성들은 이 옷을 입고 생활했다. 위안부에 대한 사진이나 영상기록물을 찾아보면 늘 보이는 바로 그 옷이다. 언제든 일본군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는 그 옷. 군인에게 제공된 하사품으로써 본분을 다 하기 위해 입게되는 그 옷. 간단후쿠도 위안소도 쉽게 떠날 수 있을것만 같지만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곳이었다. 죽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으며 죽더라도 이제까지의 생을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방식의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곳.


만주의 그리고 그 밖에 일본군이 점령한 지역들의 위안소는 그런 곳이었다. 이제까지 수 많은 피해자들의 증언과 기록으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너무나도 잔인해서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볼 용기가 차마 나지 않는 그런 곳이다. 그곳을 김숨 작가는 아주아주 깊게 들여다봤다. 소녀 하나하나를 자세히 바라보고 기록했다. 가명의 이름으로 이름지어진 소설속의 인물들은  너무나도 분명하게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생존자는 증언으로 그 기록을 남겼으나 살아남지 못한 자는 누군가의 상상 속에서 삶을 새롭게 조명받는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내용을 다룬 책을 읽었다. 매리 린 브락트의 『하얀 국화』라는 소설이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엄마의 고향을 방문하고 엄마의 나라에 있었던 다른 엄마들의 이야기를 접한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와 4·3 사건을 주목하여 제주의 한 자매를 둘러싼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그려냈다. 언니인 하나가 동생 아미를 구하기 위해 일본군에게 끌려가 위안부가 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간단후쿠』속 요코와 다른 방의 여러 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읽다보면 어느새 숨이 턱 막히고 잠시 숨을 돌려야만 하는 그런 여성들의 삶.


그렇다면 우리는 이토록 고통스러운 여성의 삶을 왜 읽어야만 하는가. 과거는 순간이 아니라 길이다. 미래로 나아가는 길. 과거를 자각하지 않거나 지워버리면 앞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길도 사라진다. 올바른 길을 가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만 하는, 다소 거칠고 위험할지라도 꼭 지나쳐 가야만 하는 길이다. 여성의 길은 언제나 가시밭길이었다. 여성의 길은 언제나 피투성이었다. 이 길을 외면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길은 조금은 다듬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거친 산도 여러 사람들이 오랫동안 한 길을 만들어가면 어느새 완만하게 다듬어진 길이 된다. 우리는 이 책을 읽고 우리에게 처한 문제를 직면함으로써 길을 다듬는 과정을 함께 해나가는 것이다. 


오래 전 김숨 작가의 일본군 위안부 증언집인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김복동 증언집)』,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길원옥 증언집)』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와 비슷한 호흡으로 이 책을 읽어내려갔다. 혹시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위안부의 삶에 관심이 생긴다면 위의 두 책 또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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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현대지성 클래식 71
찰스 디킨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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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리버 트위스트>의 원작 소설의 작가로 알고 있던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인 『두 도시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해왔다. 하지만 책을 사는 속도와 읽는 속도가 영 맞지 않아 일단 급한 책들부터 읽다보니 늘 후순위에 머물렀던 책이기도 하다. 현대지성에서 새롭게 출간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왠지 모를 도전정신이 생겨 선뜻 이 책을 읽게 됐다. 사실 책이 배송오기 전까지는 이 책이 벽돌책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선뜻 도전해야겠다는 맘을 먹었던 거겠지?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압도되서 처음에는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중간중간 삽화들이 있어서 도전할 용기가 조금은 생기기도 했다. 중요한 장면들에서는 삽화가 들어가있어서 읽기에 훨씬 수월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의 배경은 18세기 말 근대사를 뒤흔든 프랑스 혁명이다. 하지만 소설 그 어느곳에서도 우리가 흔히 들어 알고 있는 '삼신분회(삼부회)'니 '테니스코트 서약'이니 하는 말들은 나오지 않는다. 교과서에서는 그런 것들을 위주로 이 혁명을 묘사하지만 찰스 디킨스는 혁명 당시 가장 밑바닥에 있던 민중들 속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 점이 소설의 중후반부를 순식간에 읽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내가 알고있는 지식이 아닌 처참하면서도 잔혹했던 혁명기 인간들의 모습은 전혀 다른 사건을 그려내는것만 같았다. 


이 책의 인물들은 런던에서 파리로, 또 다시 파리에서 런던으로 거처를 옮기는데 그 과정에서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의 두 도시를 비교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영국혁명으로 인해 정치적 안정기에 접어든 영국과 다르게 인간의로서의 존엄조차 지키기 힘든 민중들이 거대한 화산폭발처럼 터지는 파리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이 모든건 시기의 차이일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산업혁명기의 영국 또한 비참하고 처참했으니까.


처음에는 너무 낯선 여러 인물들이 정신없이 등장해서 누가누구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고 머리속에서 인물관계도가 그려지고부터는 읽는 것에 속도가 붙었다. 실제로 614페이지에 이르는 본문중에 4백여페이지는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벽돌책이라고 두려워 말고 낯설기만 한 프랑스 혁명이 배경이라고 어려워 말고 한번쯤은 읽어보기를 권한다. 프랑스 혁명도 결국은 우리 인간의 이야기이며 정말로 여러 인간 군상을 이 소설 하나에서 볼 수 있으니까.


여담으로 앞에 실린 서문에서도 언급하지만 찰스 디킨스는 한번도 영국 밖을 나가본적이 없다고 하는데 당시 파리의 그 어둡고 눅눅한 느낌을 너무 잘 살려서 놀라웠다. 역시 오랫동안 회자되는 고전 명작과 작가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지성 서평단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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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워진 이름들 사이드미러 2
김준녕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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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 슬슬 지나가고 있는 이맘때 이 책을 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건 표지였고 그다음으로 눈길을 끈건 '다문화 혐오'를 정면으로 다룬 '오컬트' 호러 라는 문구였다. 언제가부터 오컬트에 흥미가 생겨서 공포영화는 못보지만 오컬트 영화는 잘보는(?)사람이 되었는데, 오컬트 소설은 한번도 본적이 없는 것 같아서 눈길이 갔다. 오래전 독서모임에서 스티븐킹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띠지에 있는 김보영 작가의 "스티븐 킹이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후 이주민으 ㅣ시선으로 소설을 쓴다면 이런 이야기가 탄생할까."라는 말이 더 구미를 당기게 만들었다.


일단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하루만에 다 읽은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틈틈히 시간날때마다 읽다보니 어느새 반넘게 읽었고 그다음부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도 오싹한 느낌이 나는 미친 전개에 결말이 궁금해서 퇴근하고 집에 와서까지 책을 놓지 못했다. 결론은 정말 신선하고, 꼭 필요한 이야기였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사실 결말이 매우 찝찝해서 처음에는 이게뭐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과 민경의 이야기가, 한의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내용이 진행되는데 생각보다 적은 민경의 분량이 아쉽고 그녀의 이야기가 몹시 궁금했다. 그래서 결말이 너무너무 아쉬웠는데, 그게 또 묘미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처럼 계속해서 결말을 곱씹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의도는 대성공이라고 본다. 


다문화 혐오는 예전부터 꾸준이 논의된 부분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다문화가구 수는 439,304가구라고 한다. 다문화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제 대한민국 산업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한 축이 되었다. 일례로 고령화가 극심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지경이라고 한다. 농어촌 뿐만 아니라 도심에서도 이제는 너무나도 쉽게 이주노동자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예전과 다르게 국제결혼에 대한 편견들이 많이 사라져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렇게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에 바라보는 시선이나 대하는 태도가 자국민을 대하는것과 완전히 동일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다문화 혐오의 태도를 한국인의 입장에서 미국이민이라는 모습으로 보여주는게 바로 이 소설이다. 미국으로 떠난 이유는 각자 다르지만 그곳에서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았던 것은 한과 준, 민경 모두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은 그 사회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거나 그러지 못한다. 왜일까? 미국 또한 이주민들이 개척해서 만든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타민족에 대한 혐오와 배제는 여전히 극심하다. 소설 속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대사들이 그것을 보여준다. 우리의 선조들은 미국에서 그러한 혐오를 당하면서도 살아남아왔고 지금도 살아나가는 중이다. 이런 사람들을 향한 시선은 한없이 온정적인데 비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외국인들을 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비단 외국인뿐일까? 같은 역사와 뿌리를 가진 조선족이나 고려인들에게도 그런 시선은 동일하다. 


이 소설은 현재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오컬트나 호러는 그 거울을 보게끔 만드는 수단이다. 기독교를 표방하는 사이비와 무속신앙의 대결같이 느껴지지만 사실 이 모든 사람들의 언어와 사고와 행동들은 결국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 스스로 똑바로 바라보길 주저하는 마음을 파고드는 훌륭한 매체다. 


이 소설을 보면서 느껴지는 그 찝찝함을 오래 가져가고 싶다.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다문화 혐오?혹은 그 비슷한 시선을 조금이라도 알아차리고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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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꿈
정담아 지음 / OTD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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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의 나는 누구에게나 집이 있고, 그건 아주 당연한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학교에 다니는 모든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일과가 끝나면 모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니까. 그래서 집이 없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1997년은 대한민국에 초유의 경제사태가 벌어진 해였다. 뉴스의 어려운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금붙이를 기부하던 모습은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이의 돌반지부터 오래전 예물로 받은 소중한 것들을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기꺼이 내놓는 모습에 어린 마음에 감동을 받기도 했다. 어쨌든 그 시기에 집을 잃은 사람들이 많아졌고, 삶을 잃은 사람들도 그만큼 늘어났다. 집은 곧 삶이었다.

시간이 훌쩍 지나 어느새 사회의 노동 인구로 인지될때쯤 친구들과 만나면 화두는 적금, 보험, 청약 등이었다. 어떤 친구는 배우자와 함께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어떤 친구는 혼자의 삶을 대비하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물론 나도 집이 갖고싶다. <인어의 꿈>속 시현 처럼. 시현은 나의 친구고 이웃이다. 모든 생활을 방 하나에서 하는 그런 삶 말고 방과 거실이 분리된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싶다는 꿈을 꾼다. 그 꿈은 ’난 대통령이 될꺼야.‘처럼 허황된 꿈이 아닌데도 너무 높고 험난하기만 하다. 그러므로 시현은 나 이자 우리였다.

소설 속 인어는 인간이 낯설고 의문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가는 환경변화탓에 새로운 ’보금자리‘가 필요했다. 이간세상에선 그걸 ’집‘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느리지만 확실하게 알아가는 이나를 보며 세상을 다시금 돌아보았다. 그 어느때보다도 극심한 기후위기 현상들을 보며 사실 이나는 꼭 인어가 아니어도 지구상의 그 어떤 생물들에 대입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안전을 꿈꾸고 평안하길 바란다. 매슬로우라는 학자의 욕구 위계 5단계 중에서 안전은 두번째에 속한다. 그만큼 인간에게 꼭 충족되어야 할 부분이다. <인어의 꿈>속에서 안전을 바라는 이나와 시현, 그리고 은수와 같은 인물들은 결국 이 사회의 우리 얼굴이었다.

나는 오늘도 시현처럼 나만의 소중한 보금자리를 꿈꾼다. 나를 안전하게 지켜줄,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헤줄 그런 공간을. 인어의 꿈은 사실 나의 꿈이고 우리 모두의 꿈이다. 소설 속 이나와 시현, 그리고 모든 불안한 이들이 평온해지길, 그리고 이 거친 세상 속 나와 우리도 모두 평안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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