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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은 이집트사 - 파라오의 영광부터 현대의 격동까지 핵심만 골라 읽는 이집트 문명사
양보미 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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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라는 국가의 이름은 매우 친숙하다. 하지만 이집트의 역사는 조금 낯설다. 고립된 지형적 특성때문에 인근의 메소포타미나지역보다 침략이 적어 단일왕조가 오랫동안 유지된 이곳은 그 기간만큼 다양한 역사적 층위가 있다. 중학교 역사1과 고등 세계사에 이집트의 역사가 짧게나마 언급되지만 한 페이지도 되지 않는 분량으로 이집트는 더욱 낯설기만 하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이집트는 고대 문명과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았던 곳 정도이다. 하지만 이곳은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지리적으로 아주 중요한 곳이다. 나일강의 범람을 안고 찬란한 농경문명을 발달시킨 곳이며 찬란한 종교와 문화를 향유했던 곳, 그리고 지중해와 인도양을 연결해주는 수에즈 운하를 가진 국가. 이곳은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이다.

제목과 같이 결코 길지 않은 설명들이 이집트를 소개한다. 오늘날의 이집트에 이르기까지 어떤 것들이 지나쳐왔는지를 다각도로 보여준다. 역사는 역사 하나만 가지고 이해할 수 없다.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묶여 역사라는 큰 줄기를 만든다. 이집트라는 큰 줄기는 이 모든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진 것이다.

요즘의 학생들은 긴 텍스트를 이해하고 흡수하는것을 어려워한다. 이것은 누구의 탓도 아닌 사회적인 큰 변화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들을 탓하지 않고 그들에게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제목의 “아주 짧은”이라는 말은 학생 뿐만 아니라 이집트를 궁금해할 모든 연령층에게 아주 매혹적인 말이다. 역사를 어려워하지 않으려면 간단하고 쉽게 접근해 흥미를 느끼도록 해야한다. 세계사는 어렵다고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는 학생들에게 흥미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꼭 역사를 깊고 진지하게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재미를 충분히 느낀 후에 더 상세한 내용을 알아갈 수 있다면 이러한 접근은 아주 유용한 방법이다.

나일강의 찬란한 범람이 궁금한가? 혹은 피라미드라는 엄청난 무덤이 지내온 세월이 궁금한가? 오늘날 중요한 무역로로 주목받는 수에즈운하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또한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흥미를 주고 싶다면 이 책을 활용하길 추천한다. 한 챕터씩 읽어나가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활동할 수 있는 좋은 교재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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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교실 - AI 시대, 학교가 물어야 할 독서와 문해력 수업의 모든 것
조병영 지음 / 해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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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1. 글이나 글자를 보고 그 음대로 소리 내어 말로써 나타내다.

2. 글을 보고 거기에 담긴 뜻을 헤아려 알다.

위의 내용은 대중들에게 당연하게 인지되는 사항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1과 2를 충족하며 살아갈까? 이 중에서 2는 학교 안에서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특히나 코로나-19를 전후로 글에 담긴 뜻을 헤아리는 일은 몹시 어려워졌다.


꼭 코로나의 잘못만은 아니다. 많은 단어가 한자어로 이루어졌지만 한자 교육이 예전과같이 필수적이지 않아 뜻을 헤아리기 어려워진 탓도 있고 영어 선행학습에 매몰된 대한민국의 현실과도 큰 관련이 있다. 하지만 이것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넘길 수는 없다. 문해력은 곧 소통이며 소통은 사회화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지 11년차, 교단에 선지 8년차가 된 내가 느끼기에 한 세대 이전의 학생들과 지금 학생들의 문해력 차이는 차이를 좁힐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심각하다. 요즘 아이들의 문해력이라며 인터넷에 떠도는 밈을 유머로 받아들일 수 없는 교사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리고 싶을 정도이다. 학교에서 치러지는 정기시험때마다 OMR카드 속 서술, 서답 문항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 아이들이 미래에 어떤 사회인이 될지 걱정되는 마음 뿐이다. 주어와 동사, 형용사, 조사를 마음껏 조립해서 쓴다거나 문제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말도 안되는 오답을 써내는 것은 애교로 봐줄만 하다. 대게 서술형으로 이루어지는 수행평가를 볼 때 저 세상 맞춤법과 처음보는 단어들로 인해 당황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급속도로 발달하는 오픈AI 서비스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정보를 찾는 기능까지 쇠퇴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교실에서의 문해력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이 책을 읽게된 이유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제목과 부제에 홀려 이 책을 집어들긴 했지만 엄청난 분량에 압도될수밖에 없었다. 무려 6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원래 책을 읽을때 목차를 잘 살펴보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왠지 목차부터 보게 되었다. 과연 '읽는 교실'에 대한 어떤 이야기들이 들어있는지 알아야만 책장을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목차는 일목요연하고 꼭 필요한 정보들을 알차게 담았다. 총 25개 장을 다섯 묶음으로 나누어 교사가 문해력 교육을 위해 필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보는것이 가장 좋지만 때에 따라 필요한 부분들을 발췌해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15장의 첫 번째 챕터인 '국어 시간 외에도 읽기가 필요할까?'는 역사교사인 내게 정말로 필요하고 중요한 부분이었다. 399쪽의 역사 문해력은 역사 교육론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며 실제로 내가 경험하고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었다.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 곧 사료를 해석하는 능력으로 이어지며 이것이 역사교육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책의 두께로 인해 두려움을 느꼈지만 지금은 이 책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나와 내 동료교사들, 그리고 이 시대의 모든 교사들이 느끼는 문제들에 대해 공감해주고 대안을 마련해주는 좋은 지침서가 되주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교실 속에서 답답함을 느낄때마다 이 책을 한번씩 펼쳐보며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아볼 생각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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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 한스와 조피 숄, 그리고 백장미단 이야기
아니타 피치 파즈너 지음, 소피 카슨 그림, 강영임 옮김 / 파라주니어(=파라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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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언뜻 기억나는 한 이야기가 있었다. 대학 캠퍼스에서 남매가 평화적인 활동을 하다 나치에게 붙잡혀 사형당했다는 이야기였다. 정확한 출전이 기억나지 않았던 그 이야기를 이 책에서 백장미단이라는 이름으로 만났다. 


한스 숄과 조피 숄은 독일에서 태어나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독일을 피부로 느꼈다. 그리고 곧 다가올 제2차 세계대전을 피부로 느끼며 성장한다. 성장 과정에서 둘은 부모님의 뜻과 어긋나는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독일의 민낯을 목격한 이후 뜻이 맞는 친구들과 모여 백장미단을 결성하고 활동한다. 그리고 그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은 평화적인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20대의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고 만다.


오늘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그 중 학교에서는 영상매체를 많이 틀어주곤 했다. 대표적으로 <인생은 아름다워>라던가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등이었다. 대체로 유대인 학살이나 수용소에 관려된 내용들이었다. 그 외에도 <쉰들러 리스트>라던가 <피아니스트>같은 영상매체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리고 독서 활동도 대체로 그러한 경향으로 많이 진행되곤 했다.


최근 출간된 이 책은 동화책의 형식이지만 그닥 간단하지 않다. 후반부에 실려있는 한스와 조피의 상황, 그리고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는 대학민국의 상황이 줄글로 실려있다. 단순한 동화책이 아니기에 의미가 더욱 크다고 느꼈다. 어떤 강렬한 이야기를 보고 그대로 끝나는 것이 아닌 자세한 이야기와 그것을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교해 봄으로써 멀리 떨어진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웃의 이야기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를 묻는다면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역사를 미래로 가는 이정표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정표는 공통된 형상을 가지고 있지만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조금씩 달라지는 길을 이정표를 참고하며 한발한발 나아가는 것이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세부적인 것들은 다르지만 결국 공통된 형상을 가지고 있다. 자국의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타국에게 등을지고 결국엔 누군가를 침략하고 빼앗는 모습들이 나온다. 결국 역사를 알고 이해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며 현상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이정표를 참고하여 나의 길을, 곧 나만의 주관을 세워가는 일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스와 조피는 어떠한 폭력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자유를 원했고 그 자유를 위해 친구들과 함께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를 냈다. 나치 정권 하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용기 그 자체다. 목숨을 내놓고 싸울 준비가 되어있는 용기. 대한민국은 2024년과 2025년에 아주 가까이에서 그와 같은 모습들을 모았다. 손에는 저마다의 응원봉을 들고 자유를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는 용기를 가진 자들의 행렬을 보았다. 한스와 조피는, 그리고 그의 친구들은 이런 사회를 원했고 그로 인해 목숨을 잃었지만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을 본다면 그 누구보다 우리를 응원할 것이다. 


역사는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한스와 조피의 뜻이 가족과 친구들에 의해 앞으로 나아가듯이 오늘날의 우리가 이들 백장미단의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도모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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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후쿠
김숨 지음 / 민음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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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후쿠? 이 네 글자만으로는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없었다. 단지 김숨작가의 신작이라기에 관심을 가졌을 뿐이었다. 단어의 뜻을 알고 난 뒤에는 머릿속에 네 글자가 하염없이 떠다녔다. 그 옷을 부르는 이름이 있었구나. 


간단후쿠는 위안소에서 위안부들이 입고 생활했던 간단한 원피스형 옷을 이르는 말이다. 일본에 의해 위안소로 끌려간 모든 여성들은 이 옷을 입고 생활했다. 위안부에 대한 사진이나 영상기록물을 찾아보면 늘 보이는 바로 그 옷이다. 언제든 일본군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는 그 옷. 군인에게 제공된 하사품으로써 본분을 다 하기 위해 입게되는 그 옷. 간단후쿠도 위안소도 쉽게 떠날 수 있을것만 같지만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곳이었다. 죽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으며 죽더라도 이제까지의 생을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방식의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곳.


만주의 그리고 그 밖에 일본군이 점령한 지역들의 위안소는 그런 곳이었다. 이제까지 수 많은 피해자들의 증언과 기록으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너무나도 잔인해서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볼 용기가 차마 나지 않는 그런 곳이다. 그곳을 김숨 작가는 아주아주 깊게 들여다봤다. 소녀 하나하나를 자세히 바라보고 기록했다. 가명의 이름으로 이름지어진 소설속의 인물들은  너무나도 분명하게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생존자는 증언으로 그 기록을 남겼으나 살아남지 못한 자는 누군가의 상상 속에서 삶을 새롭게 조명받는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내용을 다룬 책을 읽었다. 매리 린 브락트의 『하얀 국화』라는 소설이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엄마의 고향을 방문하고 엄마의 나라에 있었던 다른 엄마들의 이야기를 접한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와 4·3 사건을 주목하여 제주의 한 자매를 둘러싼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그려냈다. 언니인 하나가 동생 아미를 구하기 위해 일본군에게 끌려가 위안부가 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간단후쿠』속 요코와 다른 방의 여러 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읽다보면 어느새 숨이 턱 막히고 잠시 숨을 돌려야만 하는 그런 여성들의 삶.


그렇다면 우리는 이토록 고통스러운 여성의 삶을 왜 읽어야만 하는가. 과거는 순간이 아니라 길이다. 미래로 나아가는 길. 과거를 자각하지 않거나 지워버리면 앞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길도 사라진다. 올바른 길을 가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만 하는, 다소 거칠고 위험할지라도 꼭 지나쳐 가야만 하는 길이다. 여성의 길은 언제나 가시밭길이었다. 여성의 길은 언제나 피투성이었다. 이 길을 외면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길은 조금은 다듬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거친 산도 여러 사람들이 오랫동안 한 길을 만들어가면 어느새 완만하게 다듬어진 길이 된다. 우리는 이 책을 읽고 우리에게 처한 문제를 직면함으로써 길을 다듬는 과정을 함께 해나가는 것이다. 


오래 전 김숨 작가의 일본군 위안부 증언집인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김복동 증언집)』,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길원옥 증언집)』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와 비슷한 호흡으로 이 책을 읽어내려갔다. 혹시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위안부의 삶에 관심이 생긴다면 위의 두 책 또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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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ㅣ 현대지성 클래식 71
찰스 디킨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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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리버 트위스트>의 원작 소설의 작가로 알고 있던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인 『두 도시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해왔다. 하지만 책을 사는 속도와 읽는 속도가 영 맞지 않아 일단 급한 책들부터 읽다보니 늘 후순위에 머물렀던 책이기도 하다. 현대지성에서 새롭게 출간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왠지 모를 도전정신이 생겨 선뜻 이 책을 읽게 됐다. 사실 책이 배송오기 전까지는 이 책이 벽돌책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선뜻 도전해야겠다는 맘을 먹었던 거겠지?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압도되서 처음에는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중간중간 삽화들이 있어서 도전할 용기가 조금은 생기기도 했다. 중요한 장면들에서는 삽화가 들어가있어서 읽기에 훨씬 수월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의 배경은 18세기 말 근대사를 뒤흔든 프랑스 혁명이다. 하지만 소설 그 어느곳에서도 우리가 흔히 들어 알고 있는 '삼신분회(삼부회)'니 '테니스코트 서약'이니 하는 말들은 나오지 않는다. 교과서에서는 그런 것들을 위주로 이 혁명을 묘사하지만 찰스 디킨스는 혁명 당시 가장 밑바닥에 있던 민중들 속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 점이 소설의 중후반부를 순식간에 읽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내가 알고있는 지식이 아닌 처참하면서도 잔혹했던 혁명기 인간들의 모습은 전혀 다른 사건을 그려내는것만 같았다. 


이 책의 인물들은 런던에서 파리로, 또 다시 파리에서 런던으로 거처를 옮기는데 그 과정에서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의 두 도시를 비교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영국혁명으로 인해 정치적 안정기에 접어든 영국과 다르게 인간의로서의 존엄조차 지키기 힘든 민중들이 거대한 화산폭발처럼 터지는 파리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이 모든건 시기의 차이일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산업혁명기의 영국 또한 비참하고 처참했으니까.


처음에는 너무 낯선 여러 인물들이 정신없이 등장해서 누가누구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고 머리속에서 인물관계도가 그려지고부터는 읽는 것에 속도가 붙었다. 실제로 614페이지에 이르는 본문중에 4백여페이지는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벽돌책이라고 두려워 말고 낯설기만 한 프랑스 혁명이 배경이라고 어려워 말고 한번쯤은 읽어보기를 권한다. 프랑스 혁명도 결국은 우리 인간의 이야기이며 정말로 여러 인간 군상을 이 소설 하나에서 볼 수 있으니까.


여담으로 앞에 실린 서문에서도 언급하지만 찰스 디킨스는 한번도 영국 밖을 나가본적이 없다고 하는데 당시 파리의 그 어둡고 눅눅한 느낌을 너무 잘 살려서 놀라웠다. 역시 오랫동안 회자되는 고전 명작과 작가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지성 서평단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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