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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 지워진 이름들 ㅣ 사이드미러 2
김준녕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9월
평점 :
무더운 여름이 슬슬 지나가고 있는 이맘때 이 책을 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건 표지였고 그다음으로 눈길을 끈건 '다문화 혐오'를 정면으로 다룬 '오컬트' 호러 라는 문구였다. 언제가부터 오컬트에 흥미가 생겨서 공포영화는 못보지만 오컬트 영화는 잘보는(?)사람이 되었는데, 오컬트 소설은 한번도 본적이 없는 것 같아서 눈길이 갔다. 오래전 독서모임에서 스티븐킹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띠지에 있는 김보영 작가의 "스티븐 킹이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후 이주민으 ㅣ시선으로 소설을 쓴다면 이런 이야기가 탄생할까."라는 말이 더 구미를 당기게 만들었다.
일단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하루만에 다 읽은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틈틈히 시간날때마다 읽다보니 어느새 반넘게 읽었고 그다음부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도 오싹한 느낌이 나는 미친 전개에 결말이 궁금해서 퇴근하고 집에 와서까지 책을 놓지 못했다. 결론은 정말 신선하고, 꼭 필요한 이야기였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사실 결말이 매우 찝찝해서 처음에는 이게뭐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과 민경의 이야기가, 한의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내용이 진행되는데 생각보다 적은 민경의 분량이 아쉽고 그녀의 이야기가 몹시 궁금했다. 그래서 결말이 너무너무 아쉬웠는데, 그게 또 묘미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처럼 계속해서 결말을 곱씹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의도는 대성공이라고 본다.
다문화 혐오는 예전부터 꾸준이 논의된 부분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다문화가구 수는 439,304가구라고 한다. 다문화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제 대한민국 산업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한 축이 되었다. 일례로 고령화가 극심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지경이라고 한다. 농어촌 뿐만 아니라 도심에서도 이제는 너무나도 쉽게 이주노동자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예전과 다르게 국제결혼에 대한 편견들이 많이 사라져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렇게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에 바라보는 시선이나 대하는 태도가 자국민을 대하는것과 완전히 동일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다문화 혐오의 태도를 한국인의 입장에서 미국이민이라는 모습으로 보여주는게 바로 이 소설이다. 미국으로 떠난 이유는 각자 다르지만 그곳에서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았던 것은 한과 준, 민경 모두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은 그 사회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거나 그러지 못한다. 왜일까? 미국 또한 이주민들이 개척해서 만든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타민족에 대한 혐오와 배제는 여전히 극심하다. 소설 속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대사들이 그것을 보여준다. 우리의 선조들은 미국에서 그러한 혐오를 당하면서도 살아남아왔고 지금도 살아나가는 중이다. 이런 사람들을 향한 시선은 한없이 온정적인데 비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외국인들을 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비단 외국인뿐일까? 같은 역사와 뿌리를 가진 조선족이나 고려인들에게도 그런 시선은 동일하다.
이 소설은 현재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오컬트나 호러는 그 거울을 보게끔 만드는 수단이다. 기독교를 표방하는 사이비와 무속신앙의 대결같이 느껴지지만 사실 이 모든 사람들의 언어와 사고와 행동들은 결국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 스스로 똑바로 바라보길 주저하는 마음을 파고드는 훌륭한 매체다.
이 소설을 보면서 느껴지는 그 찝찝함을 오래 가져가고 싶다.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다문화 혐오?혹은 그 비슷한 시선을 조금이라도 알아차리고 벗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