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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ㅣ 어린이작가정신 어린이 문학 1
박완서 지음, 한성옥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09년 4월
평점 :
초등학생에게 줄 선물을 고르다가 제목 보고 마음에 쏙 들어서 골랐고,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어른인 나에게도 새삼스럽게 몽글몽글 솟아나기를 기대하며 선물하기 전에 먼저 읽었다.
하지만 박완서님은 일부러 이 글을 딱 주인공만한 사춘기 소년의 필채로 그리신 것 같다. 감정과 생각을 세련되게 묘사해 어른이 읽어도 마음에 박힐만한 그런 표현보다는, 무뚝뚝하고 거칠지만 담담하게 자기가 느끼는 만큼 표현하는 그 아이에게 눈높이를 맞추신 것 같다.
'아이들 마음이 되어 아이들의 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리려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복동이 또래의 막내 손자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라는 작가의 말이 무슨 말씀인지 딱 알겠다. 정말 멋대가리없이 뻣뻣한 5학년 사내아이들의 일기장을 훔쳐 읽는 듯이 서걱거리는 구석이 한 두 곳이 아니었다. 자상하고 자근자근한 표현이 특기인 박완서님이 이 글을 쓰면서 쓰고싶은 표현들을 아끼느라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어 웃음이 났다.
하지만 그만한 아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표현으로 철들어가는 아이의 심리를 담담하게 그려낸 소설인 것 같다. 복뎅이에게 "어쩜 이런 생각까지 했어? 기특해.."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부분도 여럿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