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어린이작가정신 어린이 문학 1
박완서 지음, 한성옥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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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독한 놈이란 소리 들어 싸다. 아빠는 그 후 다시는 나를 보러 오지 않았으니까. 그 때 나는 너무 어려서 아빠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빠는 설마 내 얼굴을 기억하겠지. 그 생각을 하면 어려서 내가 예쁜 아기였다는 게 조금은 위로가 되지만, 예쁘면 뭘 하나, 아빠를 붙들어 두지도 못한걸.-17쪽

이모는 예쁘다. 엄마도 이모처럼 예뻤을 것이다. 이모나 외할머니 말에 의하면 더 예뻤다고 한다. 이모는 마음도 예뻐서 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걸 알면서 이모가 엄마가 아닌 게 내 마음에 차지 않는다.-28쪽

나는 이모가 결혼 못한 걸 당연하게 여겼다. 다리를 저니까,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러나 저렇게 예쁜 이모를 보면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혹시 나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하기 시작한 건 얼마 전부터다.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에 의문을 품게 되는 게 나이 먹는 거라면 나이 같은 거 안 먹고 싶어진다.-65쪽

마침내 아버지가 손을 뒤로 돌려 내 손을 잡으면서 됐다, 고맙다고 했다. 나는 아들한테 고맙다는 게 어딨어요, 할까 하다가 너무 어른스러운 것 같아 암말 안했다. 할머니 같으면 신통한 내 새끼, 다음에는 용돈이 나왔을 텐데 아버지는 계속해서 드라마만 봤다.-142쪽

방금 내가 열심히 풀어 드린 건 아버지의 뭉친 근육이 아니라 내 가슴의 응어리였던 것처럼 마음이 개운했다. 이제는 언제 아버지 집을 떠나도 유감이 없을 것 같았다.-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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