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클라식음악만 들었다.
이유는, 소리가 좋아서.
대중음악은 신날때도 있지만 주로 시끄럽고 천박하다는 것이다.
천박하다는건 가치판단이지만 시끄럽다는건 감각이니까 아무도 못말린다.
(천박하다는데는 동의할 수 없지만 전자악기 소리가 시끄럽다는데는 나도 동감이다.
전자 악기가 내는 소리가 음의 굴곡이 없는 평면적인 소리다보니 오래들으면 귀가 힘들어지는게 아닐까 싶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아도 클라식 음악 애호가들은 클라식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 흘리며 감동받는다.
난 때로 참 궁금하다. 그들의 귀에는 뭐가 들릴까? 전공자와는 다른 뭔가가?
예전에 어떤 사람은 바로크 이전 음악을 무척 좋아한다며 음반을 구할 수 없는건 미디파일로 듣는데 아쉽지만 괜찮다고…. 음량의 변화가 없는 하프시코드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악기라니 미디로 듣는게 크게 힘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에게는 음의 구성이 가장 감동거리인 모양이었다.

산스크리트 범패나 라틴어 성경을 듣고 그 언어를 몰라도 그 성스러움에 감동받는 것 이상의 뭔가… 나름 듣고 빠져드는 것이 각자 다를텐데…
바하부터 낭만파 음악까지만 듣는 사람들의 귀는 우선은…. 서정성을 듣는것일거다. 우는 듯은 떨림, 강물이 흐르는 듯한 선율에서 우수나 역사감같은것을, 구슬 구르듯 투명한 건반소리에서 영롱한 순수를 느낀다든가…. 바하의 화성과 선율은 낭만적이기 그지 없는 반면 대위법을 이용한 구성은 복잡 오묘하면서도 지극히 규칙적이어서 지저분하지 않으니 바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가장 적절할 수도 있다. 그런식으로…. 아마도 몇몇가지 패턴과 상징을 연결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 이상의 어떤 영감, 무의식의 교류나 감지가 있겠지만 그런 것은 알 수 없는 차원이므로 논외로 두고.

가끔은, 진보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들은 아방가르드 음악을 즐기지 않을까 무의식중에 기대했다가 역시 바하~낭만시대 음악만 듣는것을 보고 의아해한다. 그리고 금방 깨닫는다. 음악은, 순수음악은 사상이나 사회로부터 가장 격리된 영역이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영원 보편의 미가 있다고 믿는 이들의 성역이 아마도 음악일지 몰라….

그렇게보면 어쩌면 음악은 지식인들 사이에서 가장 미개발되어있는 영역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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