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엔 동네마다 크고 작은 서점이 두세개는 있었다. 점원과 점장이 한명씩은 있고 2,30평 정도의 넓이에 유리창에는 그달 나온 잡지들의 포스터가 빼곡하게 붙어있는...그리고 중앙 매대에는 주로 참고서와 잡지들이 죽 늘어져있는 곳... 책을 오래 읽는다싶으면 조금은 눈치가 보이던 ..말 그대로의 책가게였지만 그래도 서점에 들어가면 맘이 설레였다. 원하면 해주는 무료 포장 서비스는 동네서점의 낭만이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서점도 대형화되기 시작했다. 교보 영풍 등등..주로 지하의 넓은 매장에 끝도 없이 펼쳐진 책의 공간에 들어서면 입이 쩍 벌어진다. 내가 원하는 책은 베스트셀러가 아니면 찾기도 힘들다. 사람도 왜 그리 많은지...때로는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기분이다. 곳곳에 앉아볼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있어서 책 한권을 들고 엉덩이를 디밀어보지만 맘이 그리 넉넉해지지는 않는다. 누군가를 기다릴 때 시간을 죽이는 용도로는 딱 알맞지만 진정한 책덕후가 아닌 다음에야 그곳에 앉아 느긋하게 책을 계속 읽기는 좀 답답하고 산만하다..( 나만 그런가? ) 왜 그럴까...멋진 조명과 넓은 실내..그리고 없는게 없는 책과 관련용품들.. 그런데 난 언제부터인가 그런 대형서점에 들어서면 백화점에 들어선듯 설레이면서도 갑갑하고 바빠진다. 원하는것을 잔뜩 고를수는 있지만 얼릉 사고 나가야할것같은 조바심이 든다. 주로 지하매장인 그곳의 공기도 조명도 답답하다. 내가 나이들어서인가? 하지만 분위기가 바로 그 문제일거다.. 분위기...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편히 쉬며 자신의 샘물을 찾고 음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상업적인 대형매장에서 구하기는 쉽지 않을거다.다소 먼지는 날릴지라도 전통을 느낄수 있는 분위기에 책을 사랑하고 잘 아는 전문직원과의 편안한 대화로 좋은 책을 소개받을수 있는 그런 서점은 꿈인가..? 점점 찾기가 힘들다. 결국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둥지는 블로그와 동호회로 옮겨진다. 그리고 다들 이런 꿈을 한번씩 꿔본다. 카페도 갤러리도 겸할 수 있는 분위기좋은 서점을 만들어보고 싶다...또는 가보고 싶다는... 그런 설렘을 가지고 이책을 펼쳤을때 놀랐던건...아..전통이란 그리고 분위기란 짧은 순간에 형성되는게 아니구나..라는 것이다. 이런 책이 우리 나라에서 만들어질수 있을까...저자 루이스 버즈비의 서점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생각 이상으로 전문적이고 전방위적으로 뻗어나간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서점과 관련된 책이 나왔다면 아마도 분위기있게 찍은 사진과 그와 관련된 감상이 주로 만들어졌을 거다...그런데 이 책은 탄탄한 교양과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진지하게 펼쳐진다....재미로 본다기보다는 외국의 전통있는 서점과 서점관련 전문인의 직업관 및 교양을 전방위적으로 탐구하는 자세로 음미하며 읽겠다는 각오도 살짝 필요하다. 진정한 책덕후들.....그들을 위한 역사적 전통과 사회적 분위기가 가능한 곳에서 나올수 있는 책이라는 얘기다. 부럽기도 하다. 이런 서점들과 매니아가 풍부한 그들이... 진정한 책덕후들에게 추천한다.
힘든시대...그래서 아이 낳기도 망설여지는 요즘이다. 하지만 아이가 줄었다고 가족부양의 무게가 예전보다 덜해진것도 아니다.오히려 가부장적 가치의 흔들림 속에 아버지들의 삶은 예전보다 더 걍팍해진듯하다. 그래서 그럴까. .매스미디어등에서 어머니의 존재는 더욱 강력해진 슈퍼마더로 빛을 발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관심과 의지는 날로 희미해져간다. 가끔 보이는 아버지들의 이미지는 담배 한개피. 소주 한잔에 처진 어깨를 추스리는 쓸쓸함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막막한 현실앞에 보잘것 없는 야윈 어깨일지라도 가슴속 자식에 대한 애정은 늘 뜨겁기에 버티고 다시 일어나려는 의지를 잃지 않는 그들을 보면 맘이 뭉클해진다. 버거운 짐인데도 도망치지 않고 어떻게든 감내하려는 안스러운 몸짓. 아버지라는 이름속에 자신의 인생도 꿈도 모두 묻어버리고 워낭소리의 늙은 소처럼 한걸음한걸음 ...비록 비틀거릴지라도 끝까지 걸어가려는 모습... 바로 아버지들의 모습이다. 그런 아버지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런데..글쎄....물론 그런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릴려는 의도였겠지만 멋스런 낭만이 분에 넘치게 펼쳐진다. 묽은 아메리카노 커피에 설탕과 크림이 많이 들어간 느낌이다. 아기자기하여 맛깔스러보이는 목차들...이땅의 아버지들의 감동스런 실화를 옮겨놓은 것으로 기대하며 펼쳤지만 얘기들은 지붕위의 시인이 읊는 자신만의 동화같이 공중으로 흩날린다. 본인과 주변인들의 짧은 일화들과 그로 인한 감상을 풀어놓은 수필들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이외수의 하악하악 시리즈가 짧은문장으로 이루어져있기는 하지만 강한 파워와 공감이 느껴지는건 삶의 철학과 현실을 날카롭고 해학적으로 함축해낼수 있었던 그의 내공때문이다. 100을 찾아내도 그 100을 다시 10으로 줄일수 있는 힘. 그리고 그 10을 자신만의 목소리로 얘기해낼수 있는 책에 우리는 강하게 공감하고 박수를 보낸다. 그에 반해 이책은 가진 100으로 만들기 위해 인위적이란 느낌이 들었다. 예담 출판사의 편집 및 디자인은 참 뛰어나다. 책 제목과 더불어 독자를 혹하게 할만하지만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실망하게 만들수도 있겠다.
사실 난 책을 구매함에 있어 표지와 더불어 출판사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이 책은 맘을 끄는 표지에 비해 생소한 출판사(내가 출판계에 무지해서 그렇겠지만)에 대한 망설임으로 구매를 더디 한편이었다. 하지만 뭐랄까..그림을 좋아하고 그리는 사람으로서 작가와 출판사가 선택한 표지의 이미지가 내용과도 통한다면 꽤 괜찮지 않겠는가 싶었다. 그래서 내게 온 책을 펼쳤을때 음....나도 잘 애용하는 여성전용 인터넷 사이트에 연재되었던 글이라는데 우선은 살짝 가볍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많은 호응과 논란속에 그 사이트를 이용하는 기독교신자들르부터 너무나 많은 비난을 받아 모두 삭제했었던 원고라는데는 상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서 그런게 아닐까...신조도 약한게 아닐까 하는 섵부른 지레짐작으로 아무 기대없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편하게 털어놓는 한 아줌마의 이야기(작가본인의 표현이다)라서 그런지 문체는 인터넷 이용자에게는 무척이나 편하고 부담없다. 기존의 책들과 다른 수다형 문체나 본인의 기분대로 이렇게저렇게 흘러가는 리듬에 격식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넘 가볍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덕분에 편안하게 마치 거실에 모여 재미있는 수다를 나누는 기분으로 꽤 두꺼운 한권의 책을 그날 한나절만에 가뿐하게 넘길수 있었다. 그건 단지 문체 덕분은 아니다. 작가의 첫번째 초대를 못봐서 그녀에 대한 자세한 프로필은 알수 없다. 다만 어린시절 고생을 많이 했고 좋은대학에 가서 과외로 많은 돈을 벌었으며 그 이후 해외로도 많이 다녔구나...그리고 지금은 좋은 남편과 편안한 삶을 누리며 살고 있구나..하는 정도.. 이름난 심리학자도 아니고 종교학자도 아니고 어찌 보면 참 평범한 여인이지만 그러나 평범한 속에 특별함을 가진 그녀.. 윤미솔...그녀는 주관적일수도 있는 자신만의 체험과 생각을 강요없이 억지없이 담담하게 착한 언니가 알려주듯 얘기해준다. 그녀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래서일까...증거를 대보라고 빡빡하게 들이밀 반론을 슬그머니 사라지게 하면서 맞아..이럴수도 있겠다..라는 수긍을 절로 나게 하는 힘이 있다.그런 아마도 가슴을 다 펴보이고 스스로를 벌거벗긴 겸손한 순례자에게서 나올수 있는 진실성 때문은 아닐까. 특히 그녀의 신에 대한 생각은 단순하면서도 날카롭고 현명하다. 신이 왜 두려운 존재여야 하는가..왜 공포와 두려움이란 칼날을 쓴다고 생각하는가...신은 너그럽고 평화롭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받아주는 존재인데 많은 시간 사람들은 이렇게 살지않으면 저렇게 살지 않으면 신의 응징을 받을 것이다라는 두려움을 가지며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한테 휘둘려왔다라는 얘기는 정치분야로 연결이 되면서 많은 공감이 됐다. 표지부터 본문 곳곳..그리고 부록으로도 함께 하는 일러스트는 무척 괜찮다. 작가와 출판사가 이 책에 많은 애정을 가졌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책이란 꼭 전문지식을 가지고 어렵게 쓸일이 아니라 살면서 가슴으로 느낀 진실과 솔직함만 있으면 이렇게 재미있고 쉽게 읽힐수 있는거구나...라는 것도 배웠다고나 할까....영혼과 윤회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분이라면 부담없이 읽어보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