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은 세계화시대...그리고 스피드 시대에 맙소사..40여년전 여행이야기란다. 사진 한장 없이 오로지 작가의 일기와 메모, 그리고 일러스트만으로 40년 전의 유럽여행을 기록한 책이 나왔다니 의아했다. 자고로 여행기란 최신의 정보와 화려한 화보들이 기본이 아니던가! 라고 느낄만큼 요즘의 여행 책들은 대개 비슷한 모양이기 때문이다. 여행에 대한 정보도 정보지만 작가의 감성을 돋보여줄 아름다운 현지 사진이 촤라라락 펼쳐져야 가지 못하지만 가고 싶은 독자들의 구미를 당길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치열한 전쟁 속에 이 놀랍도록 수수한 책이라니...섹시하고 요염한 젊은 처자들 속에 나이 지긋한 할배가 한명 앉아있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든 이유는 두가지. 40년 전의 유럽에 대한 호기심과 명불허전이라는 말 그대로 지금까지 살아남아 이국땅인 한국에서까지 출판될만큼 강한 생명력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사족을 붙이자면 이 책을 출판한 곳이 씨네 21이라는것.지금까지 경험상 출판사도 책의 작품성에 상당한 관련이 있다. 또한 어디에선가 주워들은 이름. 세노 갓파라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도 한몫했으니...책을 중간쯤 성급히 펼쳐봤던 첫 느낌은 아이구~망했다..라는 탄식이었다. 아파트 도면도 머리 아파하는 나인데 왠 호텔방 도면이 한 두장도 아니고 .... 40년전 유럽 각국의 호텔방..작가가 묵었던 호텔방들에 대한 도면이 한 묶음이니 이건 뭔가...황당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찬찬히 처음부터 읽기 시작하면서 그 당혹감은 놀람과 감동으로 변했다. 세노 갓파. 갓파라는 요괴이름으로 개명할 만큼 독특한 괴짜인 그는 천재임이 분명하다. 책을 내기 위해 쓰지 않았기에 그의 기록들은 오히려 더욱 기발하고 진솔하다. 이 책이 왜 아직도 인기가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것 같다. 명불허전이다. 싸구려 감상과 겉만 번지르르한 사진들로 도배된 여행기들이 횡행하는 요즘. 진정한 여행기가 어떤 건지 알려주는 좋은 책이 나와서 반갑고 감사하다. 세노 갓파의 눈으로 본 40년 전의 유럽으로 오히려 유럽을 제대로 꿰뚫어본 것같다. 누구의 눈으로 어떻게 보는지, 중간자의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좋은 중간자를 만난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라는것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세노 갓파. 재미있는 천재. 이 책을 읽고나서 그가 쓴 다른 책들을 당장 주문했다.
드디어 이런 책이 나왔구나. 이책을 집으면서 들었던 설레임은 읽음과 동시에 기쁨과 희망으로 출렁거렸다...라는 문장은 다소 감정 과잉으로 느껴지지만ㅋ 나같이 미술관에 대한 경외심으로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이런 책이 나왔다는건 복음과도 같이 느껴지기에 다소 호들갑을 떨수밖에 없다. 그림을 그리는 이. 미술학도들이 아닌 다음에야 미술관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예전 화제가 되었던 인기드라마 "발리에서 생긴일"을 보면 남루한 서민 주인공이 잡일을 하며 일하게 되는 갤러리, 그 묘사가 아마 다는 아니겠지만 많은 이에게 큰 각인을 주었을것 같기도 하다. 가진 자들, 있는 자들의 취미이자 재테크를 위한 럭셔리 살롱. 예전 삼성 게이트로 난리가 났었던 행복한 눈물 사건을 보더라도 여기서 갤러리는 그 연장에 머무른다. 때로 인사동 들의 갤러리가 그나마 비교적 편안하게 느껴질수 있겠지만 지인의 초대전이 아닌이상 선뜻 발길을 돌리기 어려운건 그만큼 그들과 일반인들 사이에 흐르는 거리가 좁지 않기 때문이다. 미술이 사실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그래야 하는 장르임에도 이렇게 그 첨병 역할을 하는 갤러리가 마치 백화점의 명품관처럼 어렵고 딱딱해 보이는건 누구의 탓일까. 사실은 그것이 아님에도 우리의 선입관이 그렇게 만든건 아닐까. 말 잘하고 싹싹하니 붙임성 좋은 친구보다 조용하고 혼자 놀지만 친해지면 자신만의 깊은 세계를 보여주는 친구가 더 좋은 것처럼 갤러리도 미술관도 우리에게 그런 존재가 될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미술학도이자 기자, 백수, 백조인 작가가 자신의 일상을 담아 만든 갤러리 미술관 생활가이드이다. 재기넘치고 주관 확실한 작가의 글과 프로 뺨치는 사진. 그리고 멋진 일러스트들을 따라 가다보면 대한민국은 알고보니 행복한 나라이다. 이렇게 멋지고 다양한 갤러리와 미술관이 가득 있으니! 스스로 가지고 있던 두려움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혼자서 이렇게 놀수 있다는 것. 그것이 미술과 음악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혼자 놀 내 미래의 여가시간에 엄청난 보증수표가 되주었다. 역시 잘 노는법도 책을 통해 배울수 있구나....유익하고 즐거운 책을 잘 만들어준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마음이 지치고 피곤할때 이를 달랠 방법은 여러가지다.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떨거나 술을 마시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책을 읽거나 아니면 그냥 드러누워 TV를 보거나..사람마다 다르고 효과도 그때마다 다르겠지만 그중 좋은 영화를 보는 방법은 생각보다 의외로 어렵다. 액션과 코미디 영화 같은 경우, 보기도 쉽고 보고 난후 스트레스도 풀리지만 사실 남는건 별로 없다. 섬유질이 많은 야채가 먹기에는 쉽지 않듯이 좋은 영화도 역시 피곤하고 바쁠 때는 선택이 어려워진다. 이럴때 그래도 이 영화를 보라는 좋은 가이드가 있다면 어떨까. 아니면 영화를 보고 난후 뭔지는 잘 모르겠을 의미의 파악을 도와주는 책이 있다면...그러면 먹는데도 소화에도 훨씬 즐거울 것이다. 남편은 영화를 보기 전후에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영화에 관련된 자료들을 살핀다. 그런 책들은 꽤 많이 나와있지만 이 책은 한가지 더 특이한 점이 심리학적인 면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리를 떠나 분석할수 있을까..영화도 책도. 아마 작가인 선안남씨가 상담심리학 석사를 땄다는 면에서 더 중점적으로 강조한것 같다. 읽다보면 그렇게 심리학적으로 놀랄 만한 발견도, 학술적인 서술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편안하고 잔잔하다. 좋은 영화들을 다루다보니 바쁜 일상에서 놓친 영화들을 알려주는 면도 있다. 그녀만의 관점은 새롭고 의미있다. 다만 문장이 달달하지 않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편안하지만 깊고 조용하게 따라가야 할 분위기이다. 다소 아쉬운 것 중의 하나는 다루는 영화들의 사진이나 삽화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본 사람과 불 사람들이 관심있는 것은 역시 영상, 그 이미지이다. 본 영화에 대한 해석은 새롭고 진지하지만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한 얘기들은 다소 답답하고 쉽지 않다. 우선은 여기서 소개하는 영화들이 좋다는것을 믿고 하나하나씩 보면서 그때마다 다시금 읽어볼 가이드이지 해석용 책으로 소장할 만하다.
일본소설, 에세이의 특징 중 하나는 편안함과 달달함 아닐까. 거기다가 이쁜 그림까지 아기자기하게 껴 있으면 읽는데도 부담없고 또 읽고 나서 여운도 남는다면 금상첨화. 이 책 당신의 이런점이 좋아요는 바로 그 샘플이라고 할수 있겠다. 따뜻하고 감성적인 글과 그림으로 이쁜 책을 만든 호리카와 나이씨는 그림책 작가이다. 언뜻 많이 본듯한 친숙한 그림체인데 이것은 그녀만의 독창적인 그림이라서는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받아들이기 쉬운 이쁘장한 그림들은 짧지만 알맹이있는 글들과 더불어 마치 내 맘을 직접 그린 그림일기같이 공감이 가고 편하게 느껴진다. 사랑을 할때 저 사람이어서 사랑을 해야겠다..라고 맘먹고 시작한 경우가 얼마나 될까. 평소 꿈꿔왔던 이상형이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을 수도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는 어느순간 서서히 마음이 끌리면서 정이 들게 된거 아닐런지... 이사람의 코가 멋져서..저사람의 눈이 이뻐서 사랑에 빠졌다기보다는 함께 있으면서 나눠먹는 김밥과 떡볶이의 특별함에..퇴근하고 나서 만나 나누는 한잔 커피의 달달함속에 살곰살곰 애정이 싹을 튀었을것이다. 함께 하는 기쁨. 그 소소한 일상을 기쁨과 두근거림과 다정함으로 채우는 것. 뜨거운 열정보다 편안한 속삭임이 사실 진짜 달달한 사랑의 핵심 아닐런지... 길고 어려운 글보다 더 솔직하고 지루한 시보다 재미있고 편안하다. 이 책을 그대로 상대에게 전해주기보다는 이 책을 참고해서 나름대로 그림일기를 그려 상대에게 선물해주면 어떨까 . 고백도 고백이지만 프로포즈나 결혼기념 선물로도 최고일듯 싶다. 앞으로 보내게 될 시간과 지금까지 보내온 시간들을 함께 가질 사람...그 이유만으로도 그는 내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달달하니 맛있는 카페라테처럼 이쁘고 향기로운 책이다. 특히 선물용으로도 알맞게 표지 겉면에 받을 사람의 이름을 적을 수 있는 페이지가 들어있는 센스도 좋다. 젊은 층들에게 인기가 있을 듯하다.
윤광준씨의 책은 이미 한권 가지고 있다. 아마 명품바람이 한참 불기 시작했을때 나왔던 책인데 가격과 브랜드로만 휩쓸리던 명품 바람 속에서 진짜 명품이란게 무엇인지. 왜 그들이 명품이라 불리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생활, 삶 속에서의 행복에 대한 책을 내놨다. 훌륭한 사진가로도 잘 알려진만큼 멋진 사진들도 껴있다. 그의 책을 읽다보니 맘이 편안해진다. 사소한 것에 휘말리지 않고 고매하게 살 것 같은 그도 사실 일상의 자글자글한 욕망들에 끌려다닌다는것. 그런 것에 괴로워하지만 사실 사소한 욕망들을 따르며 즐기는 것도 재미있게 사는게 아니냐는 변이 맘을 시원하게 해준다. 처절하게 재미있게 살 것을. 작은 금기들을 깨보며 모험하며 살아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살 것을 강조한다. 사실 이런 내용들은 많은 책들에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윤광준씨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이기에, 거품없는 진액같은 그의 이야기들은 톡 쏘는 자극과 달달함은 덜하나 보약같은 은근한 깊은 맛이 있다 . 읽다보면 내 몸에 좋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같다. 사실 어떤 부분들은 조금 지루하고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좀더 여유가 있을때 한번 더 읽으면 더 잘 이해를 하겠구나 ..다시 봐야겠구나..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그만큼 그의 세계는 깊고 넓게 느껴진다. 한 예시로 처음 이책을 가볍게 살펴봤을때 친구란 많을수록 좋다, 많이 만들라는 권유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친구란 깊이 서로를 알아가야 하기 때문에 양보단 질이 아닌가..나이들수록 오래된 친구에 집착하는 우리네 정서로는 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니 그의 뜻을 알것 같다. 넓게 열려있는 사람. 날마다 새로워지는 사람은 언제든 좋은 친구를 많이 만날수 있다. 그렇게 만나 함께 즐길수 있는 인생은 또 얼마나 즐겁고 아름다운가. 명품인생이란게 바로 그런것일거다. 내길을 찾아 꿈을 이루기위해 노력하면서 사는것. 그리고 세상의 금기에 도전하는것. 자유로울것 .아름다운 것을 찾아 누리는 것.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는 것. 내뜻대로 내 맘대로 사는 인생. 객기가 아닌 자유가 품격과 어우러질 인생이 바로 명품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