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컴퓨터는 필요없다
웬델 베리 지음, 정승진 옮김 / 양문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그의 주장은 어렵다. 어려운 단어를 골라쓰거나, 표현력이 좋지 않아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 주장의 당위성이나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다만, '어떻게 해야할 지 알기'가 어렵다. 소도시에 사는 내가 읽기에 이 책은 너무 원론적이고 거시적이다. 그는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로 인해 소비되는 전력이나 에너지의 '양'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를 운용하는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당장 그처럼 농촌에서 '소규모'로 농사를 지으면서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운영하는 역시 '소규모' 산업의 생산물을 이용하지 않는 한 그의 주장을 실천할 도리가 없다.

극단적으로 분업화된 산업사회에서 나의 생활은 그의 그것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 나는 싫든 좋든 이미, 그가 해체하기를 요구하는 그 시스템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조언하기는 커녕, 내가 서 있는 자리 자체를 부정한다. 그는 철저히 외부인이다. 그래서 그가 '내가 속한 사회'에 던지는 말이 전부 옳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절실하게 공감하기는 힘든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