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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서울 - 미래를 잃어버린 젊은 세대에게 건네는 스무살의 사회학
아마미야 카린, 우석훈 지음, 송태욱 옮김 / 꾸리에 / 2009년 4월
평점 :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은 알고 있지만, 정작 <88만원 세대>를 읽지는 않았다.
이미 나는 기성세대라면 기성세대쪽에 가까운 사람이고
맞벌이라는 경제구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제 다시 신입사원이 될 예정은 없기 때문에 읽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내가 <성난 서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결국 나도 이 사회 안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금 이 사회의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내 아이가 자라서 경제활동을 하려고 할 때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아니라 이른 바 비정규직, 혹은 아르바이트
혹은 백수생활을 할 수도 있다는 약간의 두려움이 들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미야 카린, 우석훈 공저처럼 나와 있지만 아마미야 카린의 글에 우석훈이 시작과 끝맺음을 하고
중간에 대담이 들어가 있는 정도였다.)
우석훈의 말처럼 주위에 좌편향적 삶을 살다가, 어찌어찌한 이유로 우편향적 삶으로 돌아서는 사람은 많이 봤어도
우편향적 삶, 그것도 극우파적 삶을 살다가 좌편향적 삶으로 전향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바로 그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 아마미야 카린이다.
아마미야 카린의 말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조국을 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고단한 삶이 조국을 사랑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더욱 전가시키는 국가는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 가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OECD 국가 중 비정규직 비율 단연 1위,
20대의 절반이 무직인 한국의 20대에게 미래는 있는가~
현재 우리의 사회는 양극화 시대로 가고 있다.
중산층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지면서 점점 더 부익부 빈익빈의 시대로 가고 있다.
학생, 주부, 한 가정의 가장, 노인 할 것 없이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고,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의 표현으로 방화나 살인등도 전에 없이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이 다 무엇인가...
다름 아닌 양극화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다 일류를 꿈꾸지만 일류가 될 수 없다는 자괴감,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 혹은 빚의 구덩이..
왜 열심히 일해도 나는 가난한가.
기득권자 혹은 극우주의자들의 눈에 비친 가난한 사람은 패배자이거나 혹은 게으르기 때문이거나
사회부적응자일 것이다.
가난과 일자리등의 문제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능력에서 비롯한다고 믿게 만드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대학을 가기 위해 19살까지 밤을 낮삼아 공부하던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서는 정작 전공하고자 했던 교과목과는 상관없이
모두 도서관에 쳐박혀 나름의 취업준비를 시작하는 사회.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회.
주류가 아니면 어디서나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
분단이라는 세계 유일의 상황으로 말미암아 양심적 병역거부는 철창신세를 져야 하는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이다.
누가 되었건 대통령으로 재직했던 사람이라면 반드시
퇴임후에는 문제가 반드시 있었고,
그 사실은 다음 대선에 영향을 주어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말아야' 하는가의 문제가 되는 나라...
참으로 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독서를 권하는 내용의 책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또 성난 서울을 읽으니 그런 생각이 든다.
정작 이 글을 읽어야 할 이들은,
이런 문제가 현재 자신들의 문제인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모자란 잠을 쪼개가며
새벽에는 어학원에 다니고,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대학졸업장을 위해 공부를 하거나 투잡을 하는 이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읽고
아!!!!!
하는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그 깨달음으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부딪칠 수 있는 용기와 믿음을 가지고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
아마미야 카린과 우석훈의 당부이다.
80년대 뜨겁던 그 시대처럼 지금은 청년들의 참여가 없다.
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져 언제 자신도 백수가 될지,
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 사원으로 차별을 받게 될지,
아니면 방구석에 쳐박혀 세상을 원망하며 나만 아니면 잘 돌아갔을 집안을 위해
목을 매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계가 봐주는 기업들만 성장하는 대기업구도 속에서
이 사회가 올바르게 자라날 리가 없다.
몇몇 대기업만으로 불안정한 고용상황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 한 권으로 모든 젊은이가 각성할리도 없거니와,
이 책 한 권으로 각성한 젊은이들이 모두 연대하여 사회적 모순을 타개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
더 많은 사람이 모순을 알아차리고 연대하고
그리고 각성하여 모순을 깨나가고자 노력하는 일,
그것이 이 책이 바라는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