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장영희 교수님의 책을 읽으려니 기적이라는 말이 새삼 마음에 와 닿았다. 
장교수님의 살아온 일생이 기적이었다면 
읽는 다른 이들에게도 기적이 될 삶이라는 선물에 대하여 말하고 싶으셨던걸까...

교수님의 글은 억지로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려는 글이 아니어서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말로, 
나는 그러하지 못하면서 
너는 그러하라고, 그것이 맞는 것이라고 말하는 교훈은 없다. 

교수님 자신이 뼈아프게 겪고 그러면서 만든 가장 소중한 기억들을
거기서 배운 교훈을 부끄러워 하지 않으며 낱낱이 보여준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절망과 희망이 가까이 있으며, 
넘어져서 주저앉는 것 보다는 차라리 다시 일어나 걷는 것이 더 편하다고 하는 것을
몸소 겪고 알려주는 것이다. 

다른 이의 메일에 들어 있던 좋은 글조차도 
어느 순간 날씨도 좋지 않고 기분도 찌뿌두할 때에는 비뚤어진 마음으로 조목조목 반항의 사족을 다는 교수님..
유방암에 걸렸을 때 정작 <샘터>에 연재하는 글에는 암이 아니었다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지었지만, 
사실은 가증스러운 거짓말이라고 교수님은 고백한다. 
그냥 마음이 시켜서 한 말이었지만 사실은 자존심이 상했었노라고, 
신의 불운의 대상이 자신이라는 것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오로지 건강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에게 우월감을 느끼고 
자신이 동정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하여 거짓말을 했었다고 고백한다. 
이렇듯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서도 거짓말이라고 고백할 수 있는 용기...

나는 오히려 신체적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을 다 물리치고 그 많은 책을 다 읽고, 
공부를 해서 교수님이 된 장영희라는 인물에 대해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고 말해주는 것보다는
괜찮다는 한 마디의 말이 필요한 것이 인생일지도 모른다. 
그만하면 참 잘했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편이라고, 
그래서 너는 절대 외롭지 않다고...마음으로 일으켜주는 부축의 말, 괜찮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의 말, 괜찮아를 남기고 장영희 교수님은 떠나가셨다. 

교수님 역시 희망의 힘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고,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위대한 힘이라고 믿으며
아드레마이신이라는 빨간약으로 항암제를 맞으셨을 것이다. 
그래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장영희 교수님의 희망의 말이 많은 사람에게로 전파되어 강력한 메세지가 되었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