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1
초(정솔) 글.그림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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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을 책을 엮은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는 작가가 키우는 그야말로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에 관한 이야기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늙은 개 낭낙이와 동물병원에서 안락사할 위기를 면하고 작가에게 온 어린 고양이 순대에 관해 연재하던 웹툰을 모아 놓은 이 책은 반려동물에 대한 따뜻함이 가득 묻어있다. 오랜 시간 반려 동물들과 함께 하면서 인간의 마음보다는 함께 하는 반려동물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애쓴 흔적이 많이 묻어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컴퓨터를 하다가 문득 돌아보면 자신의 반려동물과 눈이 마주친다는 것에 대해 누군가 정말 신기하다고 말한다. 같은 시간에 서로를 쳐다보았다는 것이 말이다. 그러면 작가는 말한다. 그게 아니라 반려동물이 계속해서 자신의 엄마를 쳐다보고 있었던거라고. 언제쯤 우리 엄마가 날 바라봐줄까 하는 심정으로 계속 바라보고 있었던거라고. 그러고 보니 우리집에 있는 흰둥이와도 늘 눈이 마주쳤던 것 같다. 실험하는 기분으로 바라봤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눈이 마주쳐진다. 반려동물은 늘 무심한 우리 인간들의 사랑을 바라고 있다. 조금이라도 가까이,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손길과 마주봄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오래 전 아주 슬프게 헤어진 반려동물에 대한 기억이 있는 나는, 이런 책을 읽으면 눈물이 난다. 조금 더 잘해줄 걸,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해주고, 조금 더 맛있는 걸 줄 걸...하는 후회와 함께 눈물이 난다. 반려동물들은 버림받는 것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자신들이 키우던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어딘가에 버리고 가버리면 반려동물들은 그 자리를 맴돌며 자신의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오늘이 가고, 내일이 가도 그저 그 자리에서 기다림을 계속하는 것이다. 왜 나타나지 않는가에 대한 의심도, 미움도 없기 그저 기다릴 뿐이다. 예전과는 다른 상황이 당황스럽고 적응되지 않을 뿐, 자신을 버린 주인에 대한 원망도 없이 기다림을 계속하는 반려동물은 슬프다.

 

늘 느끼는 거지만 사람들이 가장 잔인하다. 가장 매몰차고 인정머리가 없다. 자기가 낳은 알도 아닌 알에서 깨어난 새를 돌보느라 자기 새가 죽어가도 모르는 새도 있다. 종도 다른 새끼가 자기의 젖을 물어도 보듬어 안고 키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편의대로만 행동한다. 반려동물 뿐만 아니라 사람을 입양해놓고도 자기 편의에 맞지 않으면 파양한다. 그렇게 파양당한 아이들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사람에 대한 불신의 싹을 틔운다. 애완동물들도 마찬가지이다. 하루종일 빈 집에서 주인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어둡고 좁은 케이지 안에서 지내며 견뎠지만 결혼을 한다고, 아이가 생겼다고 털이 날리면 좋지 않다고 내다 버린다. 새끼때는 귀엽고 앙증맞다고 좋아하다가 늙고 병들면 지저분하고 돈이 든다고 내다 버린다. 살아있는 생명이고, 눈을 마주치고 무언가를 이야기하듯 하며, 말귀를 다 알아듣고 행동하는 반려동물에게 어떻게 그런 몹쓸 짓들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취향이라는게 있기 때문에 개든 고양이든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자신과 아무 이해상관도 없고, 자신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약을 넣은 밥으로 유인해서 죽이거나, 자신의 분노를 풀 상대로 개와 고양이를 이용하고 학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정말 슬프다.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들어 움직이는 것도 힘들고 잘 들리지도 않는 낭낙이가 작가와 함께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다 편히 갔으면 하는 바람, 좋은 주인을 만나 행복한 삶을 사는 순대에게도 그런 시간이 더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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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진 살인사건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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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쿄미조 세이시의 작품은 <팔묘촌>과 <이누가미 일족>을 알고 있었다. 꽤 히트한 작품이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는데 이른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로 <이누가미 일족>의 원형이 되었다는 <도르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가 들어 있는 중편 소설집이다. 일본 제일의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첫 등장하는 작품이 바로 제목으로 되어 있는 <혼진 살인사건>이다. 평상시 어눌한 말투로 더듬기까지 하고 추레한 옷차림새와 더벅머리의 젊은 총각인 긴다이치 코스케는 사건을 해결할 때만큼은 유려한 말솜씨를 뽐내며 더벅머리를 긁어가며 그야말로 '머리를 써서'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이다. 형사도 아니지만 사건 현장에서 누구보다도 인정받으며 눈부신 활약을 펼친다.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명탐정이 사건을 해결하고 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작가에게 편지를 보내어 사건의 전말을 알려주며 그 사건의 내용을 소설로 써달라고 부탁하는 독특한 스타일이다. 게다가 긴다이치 코스케가 얼굴없는 살인이 나온다면 알려달라는 작가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편지를 보낸다는 내용이 서두에 나옴으로써 사건의 트릭을 미리 밝히지만 그런 장치들이 독자들의 재미를 반감시키지는 않는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를 외치는 결정적인 대사를 날리는 고등학생 탐정 김전일은 바로 이 작품 속의 긴다이치 코스케의 손자이다. 이 김전일도 학교에서는 어째 덜떨어진 것 같지만 사건을 해결할 때 만큼은 날카로운 추리와 판단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긴다이치 코스케의 젊은 시절과도 너무 닮아 있다. 깔끔함과는 거리가 멀어보이고 바싹 말라 허약하기 그지 없어 보이는 긴다이치 코스케. 게다가 말도 더듬거리는 통에 도통 믿음이라고는 가지 않지만 사건해결에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런 긴다이치 코스케의 모습을 보는 것이 마치 소년탐정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을 보는 것처럼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또한 한 편으로는 각각의 사건 속에 담긴 사회적 배경이나 일본인들의 성향을 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이다. 패전 직후 일본사회의 모습, 봉건사회가 붕괴되고 있는 상황의 사회상등을 반영한 부분들도 이야기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전체적으로 추리소설이라는 큰 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소소한 재미들을 적절한 곳에 배치시킨 노련함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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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호형사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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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트릭으로 나의 뒤통수를 친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의 저자인 쓰쓰이 야스타카의 또다른 작품 <부호형사>를 접하게 되었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형사, 간베 다이스케가 바로 그 주인공인 부호형사이다. 부자 형사라는 뜻 되겠다. 대부호, 갑부의 아들인 간베 다이스케. 그는 형사이다. 작품안에서 어떤 어린 범인들이 이렇게 말한다.

 

"형사 주제에 왜 비싼 시가를 물고, 밍크코트를 입은 여자에게 보석을 사주냐고. 형사 나부랭이가 어떻게 그런 큰돈을 쓰고 다니는 건데! 사람 헷갈리게 하지 말라고!" - p 160

 

그렇다. 내가 아는 형사들은 그렇게 부자가 아니다. 완벽하지 못하다.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보슈 시리즈의 보슈도 자신을 캐릭터로 쓴 헐리우드에게서 돈을 받아 집을 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큰 부자는 아니다.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의 라임도 부자이긴 하지만 사지가 멀쩡하지 못한 불편함을 가졌다. 퍼트리샤 콘웰의 시리즈에 나오는 경찰도 배 나온 중년의 외로운 남자일 뿐이다. 하지만 부호형사 간베 다이스케는 완벽하다. 젊고 잘생겼다. 돈도 엄청 많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8500엔짜리 시가를 입에 물고 반도 피우지 않고 아까운 기색없이 꺼버린다. 영국제 맞춤 양복을 입고도 비를 맞는다. 캐딜락을 몰고 있고, 친구들을 만나거나 할 때는 무조건 예약이라는 편리한 시스템을 이용한다. 어떤 걸 좋아할지 정확치 않으면 한 군데 이상이라도 모두 예약한 후 맘에 드는 곳을 골라 가면 된다. 그렇다고 시건방지고 으스대느냐, 그건 아니다. 돈으로 뭔가를 해결하려고 하는 건 맞지만 그건 정말 할 수 있는 것이 그것 뿐이어서이지 잘난 척 하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안해하고 민망해하며 얼굴을 붉힐 정도다.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은 기상천외하다. 형사, 하면 직감!이라는 틀을 과감히 깨어버린 부호형사의 사건해결방식은 무조건 돈이다. 밀실상태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밀실과 똑같은 회사를 창업한다. 야쿠자 두 조직이 관내로 모인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관내의 모든 여관은 예약을 잡아 만실로 만들어버리고,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호텔을 비워 야쿠자들을 호텔안에 모이게 한다. 5억엔을 강탈한 강도사건의 시효가 끝나가는 지점에서는 의심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돈을 쓰게 하기 위해 자신이 먼저 물쓰듯 펑펑 돈 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일어날리는 만무한 황당무계한 일들이지만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 즐겁다. 그러면서도 추리소설에서 볼 수 있는 갖가지 트릭들을 군데군데 배치하여 추리소설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기도 한다. 또한 설명하는 중간중간 갑작스럽게 독자에게 말을 걸어오기도 하는 등, 기존의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즐거움을 준다.  귀엽고 깜찍하기까지한 캐릭터 설정과 사건을 풀어가는 스토리 전개에 읽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하는 추리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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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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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for one, One for all!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 삼총사, 하면 생각나는 이 말은 도대체 난 어디서 들었을까 싶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재발견은 나에게 있어 <몬테크리스토 백작>이었다. 이런 저런 책을 사들이던 내게 신랑이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사달라, 했을 때 비웃었었다. 왠 몬테크리스토 백작?? 하면서 말이다. 인터넷 서점을 뒤지다보니 다섯 권으로 된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있었고 그 책을 사서 신랑보다 내가 먼저 읽었는데, 이것은 참으로 신세계라 아니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고전을 읽을 때 세대차이를 느낄 때가 많이 있다. 고리타분한 여성관 혹은 세계관 때문에 살짝 지루해지거나 공감이 가지 않아서 책 읽기가 따분할 때가 있더라 이 말이다. 그런데 이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다섯 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흥미진진하고 스릴러다운 면모를 자랑하던지 제대로 된 완역본의 힘이라는 것에,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알렉상드르 뒤마라는 소설가에 대해 스스로 감히 재평가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내 맘 속에 진짜 작가로 자리잡고 있는 뒤마선생의 또다른 역작 <삼총사>의 완역본이 나왔다. 고전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멋들어진 외모부터 이미 나를 사로잡았다.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어렸을 때 만화 <삼총사>를 본 기억이 있다. 강아지가 주인공이었다. 정말 눈물나게 슬프다. 무슨 강가딘도 아니고. 그에 반해 영화 <삼총사>는 1993년 찰리 쉰과 키퍼 서덜랜드, 크리스 오도넬, 줄리 델피등이 나와 멋지게 검을 휘두르는 가운데 유머까지 곁들인 멋진 영화로 탄생했다. 그 이후로도 영화, 만화, 뮤지컬까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아 온 <삼총사>가 주니어용이 아닌 완역본으로 탄생했으니 어찌 모른 척 할 수가 있겠는가!

 

너무도 귀에 익은 달타냥은 다르타냥으로 다시 탄생했고, 이미 개봉한 영화에서의 크리스 오도넬이나 올해 새로이 개봉한 영화에서의 로건 레먼처럼 잘 생긴 남자에서 조금은 허황된 느낌의 캐릭터로 다시 살아났다. 루이 13세 시대. 가스코뉴 출생의 다르타냥은 파리로 나와서 근위 총사대의 대장 크레빌을 찾아간다. 바로 그 때 거기에 있던 유명한 삼총사 아토스와 포르토스, 아라미스로부터 차례로 결투신청을 받고, 약속한 장소에서 결투를 시작하려는 바로 그 순간 리슐리외 친위대의 습격을 받는다. 삼총사가 몰리는 것을 본 다르타냥이 삼총사의 편에서 결투를 벌이게 되고 그 후 삼총사와 다르타냥은 All for one, One for all을 외치며 재상 리슐리외의 권세와 음모에 반항하며 종횡무진 활약을 벌이게 된다.

 

종횡무진 활약, 이라는 표현은 가장 큰 줄거리 중에 좋은 부분만 살려낸 것이고 영화나 만화 등도 이 줄거리 안에서 만들어진 축약본에 불과하다. 곁가지로 파고 들어가보면 이 멋쟁이 삼총사와 다르타냥의 캐릭터는 한마디로 유머에 가깝다. 혈기왕성한 촌뜨기 다르타냥과 미워할 수 없는 인간적 캐릭터를 가진 삼총사들의 진상짓을 보고 있노라면 이건 거의 코메디 수준이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를 위해 맹목적인 의리와 신의를 발휘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각박한 세상살이 속에서 진정한 신의가 없는 오늘날을 꼬집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인륜의 실천 덕목 중 하나인 '붕우유신'의 서양판이라고나 할까. 작가 자신이 가장 좋아한 자신의 작품으로 꼽는다는 <삼총사>가 올 가을 읽어야 할 작품으로 꼽힐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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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독 귀족 탐정 피터 윔지 3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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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마이클 코넬리나 제프리 디버의 책을 읽기보다는 고전적인 추리소설을 많이 읽고 있다. 확실히 분위기 면에서 아주 다르다. 감각적이지만 나름 고독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현대추리소설들의 주인공과는 달리 고전 추리소설의 주인공들은 뭐랄까 낭만이 있다. 범인의 느낌도 다르다. 현대추리소설의 그들이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이고, 사이코패스적이라면 고전추리소설의 그들은 조금 더 순진하다고 할까. 물론 그들도 악의를 가지고 있고 그 악의에 의해 범행을 저지르지만 말이다.

 

도로시 L. 세이어즈의 <맹독>은 귀족 탐정 피터 윔지경 시리즈중의 하나이다. 윔지경은 중년의 탐정이고, 아직 미혼이다. 결혼에는 관심없는 듯 무심한 남자였지만 동거하던 한 남자를 비소를 이용하여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해리엇이라는 여자의 재판을 본 순간, 그녀는 범인이 아니라는 것과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녀의 무죄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윔지경의 불과도 같은 사랑에 그 자신도 자신이 변하고 있다고 느끼며, 그의 주변 사람들도 그가 변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사랑이 먼저인지, 그 사적인 감정에 의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면서도 윔지경은 범인을 알아내는 일에 온 힘을 쏟는다.

 

1920년 옥스퍼드 대학교 문학석사학위를 취득한 당시 옥스퍼드 학위를 취득한 최초의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작가는 이 <맹독>이라는 소설속의 여인, 해리엇을 자신의 분신으로 삼았던 것 같다. 아직까지 여성으로써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갖기에는 조금 어려웠던 시대에 선구자적 여성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것이 힘겨웠던 것으로 보이는 그녀의 삶이 이 소설 안에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랑하지만 결혼이라는 제도안에 갇히기 싫어하는 남자와의 관계를 통해 사랑에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작가가 소설 속에서 그 남자가 맹독에 의해 살해당한다는 설정을 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남자는 맹독으로 살해당하고 그와의 사랑을 끝낸 여자가 범인으로 오인받게 되는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도 그녀에 대한 사랑을 열정적으로 불태우며 그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애쓰는 윔지경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남성상을 그려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항상 느끼지만 고전추리소설은 어떤 우아함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입는 옷, 그들이 이동하는 방식(아마도 비행기나 차를 타고 먼 길을 단숨에 가는 것 말고, 마차를 타고 오랜 시간 덜컹이며 이동하는 그런 것), 그리고 그들이 먹는 방식(떠들썩한 레스토랑이나 유명한 커피숍 말고, 우아하게 티타임을 즐긴다거나 먹을 것을 만드는 것)등에서 느껴지는 우아함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읽으면서 그들의 옷매무새나 말하는 스타일등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면 오래 된 영화필름같은 것이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도 그런 우아함에서 기인하는 것일 것이다.

 

아직 사랑을 알기 전의 피터 윔지경의 또다른 시리즈도 읽어 보고 싶다는 느낌을 갖게 한 <맹독> 또 한 권의 우아한 추리소설로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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