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호형사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트릭으로 나의 뒤통수를 친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의 저자인 쓰쓰이 야스타카의 또다른 작품 <부호형사>를 접하게 되었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형사, 간베 다이스케가 바로 그 주인공인 부호형사이다. 부자 형사라는 뜻 되겠다. 대부호, 갑부의 아들인 간베 다이스케. 그는 형사이다. 작품안에서 어떤 어린 범인들이 이렇게 말한다.

 

"형사 주제에 왜 비싼 시가를 물고, 밍크코트를 입은 여자에게 보석을 사주냐고. 형사 나부랭이가 어떻게 그런 큰돈을 쓰고 다니는 건데! 사람 헷갈리게 하지 말라고!" - p 160

 

그렇다. 내가 아는 형사들은 그렇게 부자가 아니다. 완벽하지 못하다.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보슈 시리즈의 보슈도 자신을 캐릭터로 쓴 헐리우드에게서 돈을 받아 집을 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큰 부자는 아니다.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의 라임도 부자이긴 하지만 사지가 멀쩡하지 못한 불편함을 가졌다. 퍼트리샤 콘웰의 시리즈에 나오는 경찰도 배 나온 중년의 외로운 남자일 뿐이다. 하지만 부호형사 간베 다이스케는 완벽하다. 젊고 잘생겼다. 돈도 엄청 많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8500엔짜리 시가를 입에 물고 반도 피우지 않고 아까운 기색없이 꺼버린다. 영국제 맞춤 양복을 입고도 비를 맞는다. 캐딜락을 몰고 있고, 친구들을 만나거나 할 때는 무조건 예약이라는 편리한 시스템을 이용한다. 어떤 걸 좋아할지 정확치 않으면 한 군데 이상이라도 모두 예약한 후 맘에 드는 곳을 골라 가면 된다. 그렇다고 시건방지고 으스대느냐, 그건 아니다. 돈으로 뭔가를 해결하려고 하는 건 맞지만 그건 정말 할 수 있는 것이 그것 뿐이어서이지 잘난 척 하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안해하고 민망해하며 얼굴을 붉힐 정도다.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은 기상천외하다. 형사, 하면 직감!이라는 틀을 과감히 깨어버린 부호형사의 사건해결방식은 무조건 돈이다. 밀실상태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밀실과 똑같은 회사를 창업한다. 야쿠자 두 조직이 관내로 모인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관내의 모든 여관은 예약을 잡아 만실로 만들어버리고,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호텔을 비워 야쿠자들을 호텔안에 모이게 한다. 5억엔을 강탈한 강도사건의 시효가 끝나가는 지점에서는 의심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돈을 쓰게 하기 위해 자신이 먼저 물쓰듯 펑펑 돈 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일어날리는 만무한 황당무계한 일들이지만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 즐겁다. 그러면서도 추리소설에서 볼 수 있는 갖가지 트릭들을 군데군데 배치하여 추리소설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기도 한다. 또한 설명하는 중간중간 갑작스럽게 독자에게 말을 걸어오기도 하는 등, 기존의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즐거움을 준다.  귀엽고 깜찍하기까지한 캐릭터 설정과 사건을 풀어가는 스토리 전개에 읽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하는 추리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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