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10 - 유방의 반격 초한지 10
요코야마 미츠테루 글.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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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부터 [9권]까지에 대한 리뷰와 마찬가지로, 아래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은 초한지 [1권]에 썼던 리뷰(http://blog.aladin.co.kr/overmask/7878718)를 그대로 옮겨 왔고, 이후 [10권]에 대한 리뷰를 새로 써 붙였다.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역사만화를 보다 보면 고우영 선생과 비교하게 된다. 고선생의 만화가 대담하면서도 골계미를 뿜고 있다면, 요코야마 씨의 만화는 담담하고 겸손하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평은 무의미하다.

 

 

초한지는 중국 민족신화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나라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중국민족은 스스로를 "한족"이라 부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을 다루고 있으나, 막상 후대에 쓰여진 [초한지]라는 소설은 다소 유치하고 말이 안 되는 부분도 많다.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초한지는 후대의 작가 또는 역자가 자유로이 개입하기도 좋고, 개작의 유혹도 있을 수 있다. 실제 이문열은 초한지를 다루다가 사실상 이 시기를 다룬 새로운 소설을 쓰기도 했다(관심 있게 본다면 이문열의 이름으로 발간된 [초한지]에서 이문열은 "역자"도 "평역자"도 아닌 "저자"임을 알 수 있다. 새로 쓴다면 이 정도는 써야 한다). 

 

 

요코야마는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담담하고 겸손하게 그려 나간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순서대로 성실히 그려 보여주며, 조금 억지스럽거나 말이 안 되더라도 그랬다더라고 그냥 진도를 나간다. 그만의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10권]

 

반간계가 성공하여 항우는 범증을 내치게 되고, 고령의 범증은 급사한다. 그러나 범증의 죽음만으로 대세를 돌이킬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듯하다. 여전히 유방은 쫓기고 있다. 대역을 내세워 형양성을 탈주하고 성고성에 갇힌다. 유방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때 항우는 다시 철군하게 되고, 유방은 성고도 내어주고 수무에서 한신과 합류한다.

이즈음 드디어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다.

팽월은 배후의 양(오늘의 산둥)을 공격하고 유방은 손쉽게 성고와 형양을 탈환하여 중원을 지킨다. 한신은 주력을 유방에게 내어주고도 다시 군대를 양성하여 제를 공격한다.

 

흐름이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형양과 성고는 요충지이다. 그런데 유방의 본거지와는 가깝고 항우의 본거지와는 너무 멀다. 항우는 주력을 끌고 와서 유방을 몰아부쳤지만 끝내 유방은 버텨냈고, 그 사이 항우의 후방은 헐거워졌다. 왕릉의 위협과 팽월의 공격에 흔들릴 정도였다. 후방을 지키려 주력을 물리자 곧바로 중원을 다시 유방에 내어주게 된다. 결국 항우가 유방을 정말 잡으려 했다면 중원에 더 가까이 본거지를 이동하고 싸웠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나라를 풍요롭게 하여 후방을 튼튼히 한 후 양병하여 군세를 일으켜 원정을 나서야 했다(유방은 실제로 항우를 그렇게 잡는다). 그러나 항우는 여전히 혼자 힘으로 좌충우돌하고 있다.

 

군사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방이 민심을 얻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형양을 내어주는 과정에서 그 동안 이름 없던 장군들이 숭고하게 목숨을 바친다. 외황성에서의 일화는 구숙의 천재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성민들의 마음이 이미 유방에게 기울었음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아직도 항우는 장군들을 삶고 성민들을 땅에 묻겠노라 위협한다.

위협하는 자 앞에서 사람들은 죽거나 고개를 숙이지만, 어떤 위세를 떨치는 사람도 등 뒤에 눈이 달려 있지는 못하다. 그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들은 고개를 다시 들고 살아남은 이들을 추스려 후일을 도모한다.

 

한편 한신은 역이기와 공을 다투다 역이기를 희생시켜가면서까지 제를 얻는다.

초한지에서 한신의 행보는 다소 모호한 부분이 많다. 그는 어느 정도까지 야심을 가진 자였을까? 흔히 묘사되듯 전쟁의 신이면서 정치적으로는 미숙한, 그래서 괴통의 혀에 우유부단을 겪는 사람이었을까? 제를 얻고 삼국을 정립할 생각은 전혀 그의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드러난 것만으로 보자면 그는 유방의 뜻을 거슬러 실각하기도 하고 복귀지시에 불응하기도 하며 유방이 어려운 때 달려오지도 않았고 역이기가 죽을 것을 알면서 자신의 장기인 군사로 제를 제압하고 그에 대한 지분을 요구했다.

그렇게 초한지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한신의 운명 역시, 그 스스로 알지 모르겠지만,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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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9 - 효자 왕릉 초한지 9
요코야마 미츠테루 글.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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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부터 [8권]까지에 대한 리뷰와 마찬가지로, 아래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은 초한지 [1권]에 썼던 리뷰(http://blog.aladin.co.kr/overmask/7878718)를 그대로 옮겨 왔고, 이후 [9권]에 대한 리뷰를 새로 써 붙였다.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역사만화를 보다 보면 고우영 선생과 비교하게 된다. 고선생의 만화가 대담하면서도 골계미를 뿜고 있다면, 요코야마 씨의 만화는 담담하고 겸손하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평은 무의미하다.

 

초한지는 중국 민족신화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나라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중국민족은 스스로를 "한족"이라 부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을 다루고 있으나, 막상 후대에 쓰여진 [초한지]라는 소설은 다소 유치하고 말이 안 되는 부분도 많다.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초한지는 후대의 작가 또는 역자가 자유로이 개입하기도 좋고, 개작의 유혹도 있을 수 있다. 실제 이문열은 초한지를 다루다가 사실상 이 시기를 다룬 새로운 소설을 쓰기도 했다(관심 있게 본다면 이문열의 이름으로 발간된 [초한지]에서 이문열은 "역자"도 "평역자"도 아닌 "저자"임을 알 수 있다. 새로 쓴다면 이 정도는 써야 한다). 

 

요코야마는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담담하고 겸손하게 그려 나간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순서대로 성실히 그려 보여주며, 조금 억지스럽거나 말이 안 되더라도 그랬다더라고 그냥 진도를 나간다. 그만의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9권]

 

작가는 [9권]에서도 초와 한의 일진일퇴를 그리고 있지만, 실은 여전히 수수에서의 전투의 기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항우는 거세고 유방은 고단하다.

 

바로 전에 유방이 원수를 맡겼던 위표가 모반하고, 그 때문에 유방의 가장 뛰어난 장수인 한신은 유방의 곁을 지키지 못한다. 주력으로 위표를 진압하는 사이 항우가 들어오고, 이를 왕릉이 지킨다. 항우는 왕릉을 얻기 위해 모친을 이용하려 하나 모친이 한의 사신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요코야마는 이 유명한 일화를 [9권]의 제목으로 삼는다([효자 왕릉]). 

 

위표를 진압한 후 한신은 조, 연, 제를 향한 원정에 오르게 되고, 항우는 재차 유방의 본진을 공격해 온다. 초에서 귀순해 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진평의 조언으로 유방은 반간계를 펼친다. 여기까지가 [9권]의 내용이다.

 

[9권]에서도 항우는 어딘가 우유부단하다. 이미 대세는 결정된 것이었다. 하지만 초가 싸움 자체를 오래 끌 형편은 아니다. 여전히 한의 배후지는 풍요롭고 초는 그렇지 못하다. 싸움은 늘 유방의 본거지에서 벌어지고, 초는 긴 원정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 유방은 요충지라고는 하나 작고 지키기 어려운 성을 전전한다. 유방의 가장 뛰어난 장수는 계속 밖을 돌고 있다. 어떻게든 적의 본진을 쳐서 싸움을 끝내야 할 바로 그 시점에, 항우는 머뭇거린다. 갑자기 왕릉의 마음을 사려 하고 "아부"로 떠받들던 범증을 의심한다. 이것이 하늘의 뜻인가, 아니면 하늘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 항우의 그릇이 문제인 것인가.

 

아무튼 일대 일의 선명한 싸움터에서 항우는 기회를 연거푸 놓치며 싸움 그 자체를 즐기고 있고, 상대는 아픈 척 기운을 차리며 적의 뒷목을 노리고 있다. 누가 봐도 코너에 몰린 것은 유방인데, 점점 코너에 몰고 있는 항우가 위태로워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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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8 - 한신의 복귀 초한지 8
요코야마 미츠테루 글.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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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부터 [7권]까지에 대한 리뷰와 마찬가지로, 아래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은 초한지 [1권]에 썼던 리뷰(http://blog.aladin.co.kr/overmask/7878718)를 그대로 옮겨 왔고, 이후 [8권]에 대한 리뷰를 새로 써 붙였다.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역사만화를 보다 보면 고우영 선생과 비교하게 된다. 고선생의 만화가 대담하면서도 골계미를 뿜고 있다면, 요코야마 씨의 만화는 담담하고 겸손하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평은 무의미하다.

 

 

초한지는 중국 민족신화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나라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중국민족은 스스로를 "한족"이라 부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을 다루고 있으나, 막상 후대에 쓰여진 [초한지]라는 소설은 다소 유치하고 말이 안 되는 부분도 많다.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초한지는 후대의 작가 또는 역자가 자유로이 개입하기도 좋고, 개작의 유혹도 있을 수 있다. 실제 이문열은 초한지를 다루다가 사실상 이 시기를 다룬 새로운 소설을 쓰기도 했다(관심 있게 본다면 이문열의 이름으로 발간된 [초한지]에서 이문열은 "역자"도 "평역자"도 아닌 "저자"임을 알 수 있다. 새로 쓴다면 이 정도는 써야 한다). 

 

 

요코야마는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담담하고 겸손하게 그려 나간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순서대로 성실히 그려 보여주며, 조금 억지스럽거나 말이 안 되더라도 그랬다더라고 그냥 진도를 나간다. 그만의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8권]

 

[8권]의 제목은 [한신의 복귀]이다. 한신은 왜 실각했고 왜 복귀하게 되는가? 유방이 한신의 고언을 듣지 않고 무리하게 군대를 일으켰기에 실각했고, 유방이 처참하게 패배하였기에 복귀하게 된다. 따라서 [8권]의 진정한 주제는 유방의 참담한 패배(수수에서의 대패)이다.

 

유방은 대군을 일으켜 주인 없는 팽성을 점령하였으나, 항우의 별동대 3만에게 전멸에 가까운 패배를 겪는다. 수수에서의 대패 이후 한신이 장량의 설득으로 복귀하고 항우를 전차전으로 패퇴시켜 큰 타격을 입힌다는 것이 [8권]의 스토리이다. 항우의 패배가 크게 다루어지는 것은 한신의 신출귀몰함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 보이지만, 그 한 차례의 반격으로 항우가 과연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을지는 의문이다.

 

이후에 유방은 성고에서 탈주하기 위해 대역을 세워야 할 정도로 상황은 급박했으며([10권]), 수시로 북벌중인 한신의 주력을 빼내와야 할 정도였다. 한신 역시 현지에서 군대를 조달해 가며 북벌을 수행해야 했고, 배수진을 쳐야 할 정도로([9권])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된다. 상대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초가 한을 이 정도로 몰아부칠 수 있게 된 것은, 역시 수수에서의 싸움의 여파가 컸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유방은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남고, 형양, 성고 일대를 전전하면서도 함양이나 한중까지 도망가지 않는다. 그는 중원을 내어주지 않고 버텼다. 싸움터는 늘 자신에게 가까운 곳에서 형성되도록 했고, 초의 배후를 집요하게 공격하여 상대의 약점인 보급을 건드렸다. 가장 강한 장수를 가장 먼 제나라로 보내어 상대를 포위하려 했다. 강펀치를 때로는 흘려버리고 때로는 그대로 맞으며 집요하게 보디블로를 가한다는 위험한, 혹은 대범한 작전. 결국 그 작전은 사면초가의 결실을 향해 달려가게 될 것임을 후대인은 알고 있다. 하지만 [8권]에서 여전히, 유방은 고단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큰 실패 뒤에, 그러나, 유방은 고단한 행보 중에도 영포를 얻고 한신을 다시 얻는다. 단순한 영포는 단순한 술책으로, 영리한 한신은 복잡한 술책이 동원된다. 역시 후대인은 알고 있지만, 둘은 천하통일 후에 유방에게 죽는다. 역시 한신은 복잡한 술책을 동원하여, 영포는 단순한 술책을 동원하여 그렇게 된다. 결과를 알고 보는 옛 이야기는, 늘 비극으로 치닫게 마련이지만, 아무튼 지금 유방은 영포와 한신을 얻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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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7 - 장량의 숨은 활약 초한지 7
요코야마 미츠테루 글.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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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부터 [6권]까지에 대한 리뷰와 마찬가지로, 아래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은 초한지 [1권]에 썼던 리뷰(http://blog.aladin.co.kr/overmask/7878718)를 그대로 옮겨 왔고, 이후 [7권]에 대한 리뷰를 새로 써 붙였다.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역사만화를 보다 보면 고우영 선생과 비교하게 된다. 고선생의 만화가 대담하면서도 골계미를 뿜고 있다면, 요코야마 씨의 만화는 담담하고 겸손하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평은 무의미하다.

 

초한지는 중국 민족신화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나라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중국민족은 스스로를 "한족"이라 부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을 다루고 있으나, 막상 후대에 쓰여진 [초한지]라는 소설은 다소 유치하고 말이 안 되는 부분도 많다.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초한지는 후대의 작가 또는 역자가 자유로이 개입하기도 좋고, 개작의 유혹도 있을 수 있다. 실제 이문열은 초한지를 다루다가 사실상 이 시기를 다룬 새로운 소설을 쓰기도 했다(관심 있게 본다면 이문열의 이름으로 발간된 [초한지]에서 이문열은 "역자"도 "평역자"도 아닌 "저자"임을 알 수 있다. 새로 쓴다면 이 정도는 써야 한다). 

 

요코야마는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담담하고 겸손하게 그려 나간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순서대로 성실히 그려 보여주며, 조금 억지스럽거나 말이 안 되더라도 그랬다더라고 그냥 진도를 나간다. 그만의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7권]

 

[7권]에 이르러 한은 초를 잡기 위해 진을 펼친다. 묘사가 불공평하게 할애된 점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한은 분주하고, 초는 느긋하다. 한은 초의 관심사를 등뒤 제나라에 묶어두고 위표, 신양의 항복을 받은 후 황릉을 보내 한왕의 가족을 탈출시킨다. 그 사이 초에서는 진평이 귀순해 온다. 유방은 비운의 황제인 초나라 의제를 장사지냄으로써 명분을 얻고, 한신과 장량의 시기상조론에도 불구하고 군사를 일으켜 팽성을 점령한다. 이런 과정에 요코야마는 "장량의 숨은 활약"이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그 모든 활약을 장량의 공으로만 돌리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왕릉은 단독으로 적의 영토로 들어가 산적떼인 주길/주리 형제를 끌어들여 유방의 가족을 탈주시켰고, 주길/주리 형제와 산적떼는 그 과정에서 모두 목숨을 잃는다. 자기 목숨을 연명하기에 급급했을 산적들이 어떻게 해서 자신의 생명을 그 과정에서 바치게 되었는지가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왕릉의 활약에 항우가 왕릉의 모친을 인질로 잡는데, 정작 그 인질에 얽힌 에피소드는 무려 [9권]에 등장한다. 그 사이에도 엄청나게 많은 전투가 치러진다. 스토리를 전개하는 과정에서의 그 갭(gap)이 어색하다.

 

[5권]에 대한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초와 한의 싸움에 가려 제나라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전체 맥락을 놓고 보면 사실 양자간의 대결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제나라이다. 우려했던 유방이 촉을 탈출해 함양을 점령했음에도 항우는 제나라의 반란을 진압하느라 유방을 견제하지 못하고, 그 사이에 한은 마음껏 판을 벌여 드디어 팽성으로 진격하기에 이른다.

 

팽성이 방비하기 어려운 성인 것이라고는 하나 한 나라의 수도가 전쟁 초기에 이미 적국에 유린되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한은 근거지인 함양을 내어준 적이 없다). 나라는 원수와 군대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라 경영에 필요한 얼마나 많은 귀한 자원들이 이때 한으로 넘어갔을지를 생각하면, 이미 한과 초의 경쟁은 이때 승부가 기울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팽성 진격을 앞두고 한신은 실각하고 장량은 잠시 유방의 곁을 떠남으로써 [8권]에서 다루어지는 수수에서의 패배에 대한 책임을 면하게 된다. 실제 역사에서도 그러한지 소설적 장치인지는 더 찾아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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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6 - 수계와 화계 초한지 6
요코야마 미츠테루 글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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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부터 [5권]까지에 대한 리뷰와 마찬가지로, 아래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은 초한지 [1권]에 썼던 리뷰(http://blog.aladin.co.kr/overmask/7878718)를 그대로 옮겨 왔고, 이후 [6권]에 대한 리뷰를 새로 써 붙였다.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역사만화를 보다 보면 고우영 선생과 비교하게 된다. 고선생의 만화가 대담하면서도 골계미를 뿜고 있다면, 요코야마 씨의 만화는 담담하고 겸손하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평은 무의미하다.

 

초한지는 중국 민족신화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나라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중국민족은 스스로를 "한족"이라 부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을 다루고 있으나, 막상 후대에 쓰여진 [초한지]라는 소설은 다소 유치하고 말이 안 되는 부분도 많다.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초한지는 후대의 작가 또는 역자가 자유로이 개입하기도 좋고, 개작의 유혹도 있을 수 있다. 실제 이문열은 초한지를 다루다가 사실상 이 시기를 다룬 새로운 소설을 쓰기도 했다(관심 있게 본다면 이문열의 이름으로 발간된 [초한지]에서 이문열은 "역자"도 "평역자"도 아닌 "저자"임을 알 수 있다. 새로 쓴다면 이 정도는 써야 한다). 

 

요코야마는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담담하고 겸손하게 그려 나간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순서대로 성실히 그려 보여주며, 조금 억지스럽거나 말이 안 되더라도 그랬다더라고 그냥 진도를 나간다. 그만의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6권]

 

[6권]의 제목은 [수계와 화계]이다. 한신의 변화무쌍한 병법을 강조하는 제목이기는 하지만, [6권]의 주요 내용이 한신을 앞세워 유방이 촉을 탈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딱 들어맞는 제목인지 조금 아쉬운 점은 있다.

 

한은 순식간에 삼진을 정벌하고 함양으로 입성한다. 그리고 이후 전쟁에서 한 번도 함양을 빼앗기지 않는다. 함양은 전국을 통일한 진의 수도였고, 이후 한의 수도가 되는 장안과 인근에 있다. 즉 한은 초한전쟁의 시작에서 이미 가장 중요한 요충지를 장악한 셈이다. 삼국지에서 촉이 형주를 빼앗긴 후 제갈량을 동원해서도 촉을 벗어나지 못했고, 제갈량이 그렇게 도달하려 애썼던 위나라의 본거지가 결국 함양, 장안 인근이었음을 생각하면 한신과 유방의 성취는 한권으로 요약하기에는 놀라운 것이다.

 

이후 전쟁은 초와 한의 일진일퇴로 진행되지만, 크게 보면 뛰어난 용맹을 자랑한 초인적 개인 항우라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국가라는 시스템을 동원한 유방의 사냥 스토리로 읽힌다.

 

오히려 초한의 쟁투 속에서 아쉬운 점은 제나라가 소홀하게 다루어진다는 점이다. [6권]에서 항우가 한을 바로 정벌하러 떠나지 못하는 것도 배후의 제나라 때문이고, 수수에서 한을 물리치는 것도 배후가 안정되었기 때문이며, 결국 멸망하는 것도 한신이 제나라를 접수하였기 때문이다. 실제 초한지의 역사는 삼국의 경쟁이었던 셈이다. 제나라는 강태공의 나라이고, 춘추시대의 패권을 처음으로 쥐었던 나라이며, 주위의 연나라나 조나라 등에 비하면 훨씬 더 넓은 영토와 인구, 생산량, 문화적 수준을 보유한 나라였다.(그리고 위치상 동이족에 가까운 민족으로 구성되었을 것이다.)

 

아무튼 [6권]에서 한신은 신출귀몰한, 임기응변의 전략으로 삼진을 깨부순다. 삼진은 진나라의 근거지였고, 항우에 대한 반감이 컸으며, 삼진의 수장들은 원래 진나라의 장군으로 이후에도 쉽게 항복을 반복하는 자들이었다. 이들에게 한나라와의 경계이자 요충지를 맡기고 벽지인 초나라로 돌아간 항우의 "금의환향"이, 항우의 몰락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다시 비교하자면, 유방은 통일 이후 근거지를, 자신의 고향과는 한참 먼 장안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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