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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7 - 장량의 숨은 활약 ㅣ 초한지 7
요코야마 미츠테루 글.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0월
평점 :
[2권]부터 [6권]까지에 대한 리뷰와 마찬가지로, 아래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은 초한지 [1권]에 썼던 리뷰(http://blog.aladin.co.kr/overmask/7878718)를 그대로 옮겨
왔고, 이후 [7권]에 대한 리뷰를 새로 써 붙였다.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역사만화를 보다 보면 고우영 선생과 비교하게 된다. 고선생의
만화가 대담하면서도 골계미를 뿜고 있다면, 요코야마 씨의 만화는 담담하고 겸손하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평은 무의미하다.
초한지는 중국 민족신화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나라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중국민족은 스스로를 "한족"이라 부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을 다루고 있으나, 막상 후대에 쓰여진 [초한지]라는 소설은 다소 유치하고
말이 안 되는 부분도 많다.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초한지는 후대의 작가 또는 역자가 자유로이 개입하기도 좋고, 개작의 유혹도 있을 수
있다. 실제 이문열은 초한지를 다루다가 사실상 이 시기를 다룬 새로운 소설을 쓰기도 했다(관심 있게 본다면 이문열의 이름으로 발간된
[초한지]에서 이문열은 "역자"도 "평역자"도 아닌 "저자"임을 알 수 있다. 새로 쓴다면 이 정도는 써야 한다).
요코야마는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담담하고 겸손하게 그려 나간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순서대로 성실히 그려 보여주며, 조금 억지스럽거나 말이 안 되더라도 그랬다더라고
그냥 진도를 나간다. 그만의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7권]
[7권]에 이르러 한은 초를 잡기 위해 진을 펼친다. 묘사가 불공평하게 할애된 점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한은 분주하고, 초는 느긋하다. 한은 초의 관심사를 등뒤 제나라에 묶어두고 위표, 신양의 항복을 받은 후 황릉을 보내 한왕의 가족을 탈출시킨다. 그 사이 초에서는 진평이 귀순해 온다. 유방은 비운의 황제인 초나라 의제를 장사지냄으로써 명분을 얻고, 한신과 장량의 시기상조론에도 불구하고 군사를 일으켜 팽성을 점령한다. 이런 과정에 요코야마는 "장량의 숨은 활약"이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그 모든 활약을 장량의 공으로만 돌리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왕릉은 단독으로 적의 영토로 들어가 산적떼인 주길/주리 형제를 끌어들여 유방의 가족을 탈주시켰고, 주길/주리 형제와 산적떼는 그 과정에서 모두 목숨을 잃는다. 자기 목숨을 연명하기에 급급했을 산적들이 어떻게 해서 자신의 생명을 그 과정에서 바치게 되었는지가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왕릉의 활약에 항우가 왕릉의 모친을 인질로 잡는데, 정작 그 인질에 얽힌 에피소드는 무려 [9권]에 등장한다. 그 사이에도 엄청나게 많은 전투가 치러진다. 스토리를 전개하는 과정에서의 그 갭(gap)이 어색하다.
[5권]에 대한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초와 한의 싸움에 가려 제나라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전체 맥락을 놓고 보면 사실 양자간의 대결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제나라이다. 우려했던 유방이 촉을 탈출해 함양을 점령했음에도 항우는 제나라의 반란을 진압하느라 유방을 견제하지 못하고, 그 사이에 한은 마음껏 판을 벌여 드디어 팽성으로 진격하기에 이른다.
팽성이 방비하기 어려운 성인 것이라고는 하나 한 나라의 수도가 전쟁 초기에 이미 적국에 유린되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한은 근거지인 함양을 내어준 적이 없다). 나라는 원수와 군대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라 경영에 필요한 얼마나 많은 귀한 자원들이 이때 한으로 넘어갔을지를 생각하면, 이미 한과 초의 경쟁은 이때 승부가 기울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팽성 진격을 앞두고 한신은 실각하고 장량은 잠시 유방의 곁을 떠남으로써 [8권]에서 다루어지는 수수에서의 패배에 대한 책임을 면하게 된다. 실제 역사에서도 그러한지 소설적 장치인지는 더 찾아봐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