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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9 - 효자 왕릉 ㅣ 초한지 9
요코야마 미츠테루 글.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2권]부터 [8권]까지에 대한 리뷰와 마찬가지로, 아래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은 초한지 [1권]에 썼던 리뷰(http://blog.aladin.co.kr/overmask/7878718)를 그대로 옮겨
왔고, 이후 [9권]에 대한 리뷰를 새로 써 붙였다.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역사만화를 보다 보면 고우영 선생과 비교하게 된다. 고선생의
만화가 대담하면서도 골계미를 뿜고 있다면, 요코야마 씨의 만화는 담담하고 겸손하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평은 무의미하다.
초한지는 중국 민족신화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나라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중국민족은 스스로를 "한족"이라 부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을 다루고 있으나, 막상 후대에 쓰여진 [초한지]라는 소설은 다소 유치하고
말이 안 되는 부분도 많다.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초한지는 후대의 작가 또는 역자가 자유로이 개입하기도 좋고, 개작의 유혹도 있을 수
있다. 실제 이문열은 초한지를 다루다가 사실상 이 시기를 다룬 새로운 소설을 쓰기도 했다(관심 있게 본다면 이문열의 이름으로 발간된
[초한지]에서 이문열은 "역자"도 "평역자"도 아닌 "저자"임을 알 수 있다. 새로 쓴다면 이 정도는 써야 한다).
요코야마는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담담하고 겸손하게 그려 나간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순서대로 성실히 그려 보여주며, 조금 억지스럽거나 말이 안 되더라도 그랬다더라고
그냥 진도를 나간다. 그만의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9권]
작가는 [9권]에서도 초와 한의 일진일퇴를 그리고 있지만, 실은 여전히 수수에서의 전투의 기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항우는 거세고 유방은 고단하다.
바로 전에 유방이 원수를 맡겼던 위표가 모반하고, 그 때문에 유방의 가장 뛰어난 장수인 한신은 유방의 곁을 지키지 못한다. 주력으로 위표를 진압하는 사이 항우가 들어오고, 이를 왕릉이 지킨다. 항우는 왕릉을 얻기 위해 모친을 이용하려 하나 모친이 한의 사신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요코야마는 이 유명한 일화를 [9권]의 제목으로 삼는다([효자 왕릉]).
위표를 진압한 후 한신은 조, 연, 제를 향한 원정에 오르게 되고, 항우는 재차 유방의 본진을 공격해 온다. 초에서 귀순해 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진평의 조언으로 유방은 반간계를 펼친다. 여기까지가 [9권]의 내용이다.
[9권]에서도 항우는 어딘가 우유부단하다. 이미 대세는 결정된 것이었다. 하지만 초가 싸움 자체를 오래 끌 형편은 아니다. 여전히 한의 배후지는 풍요롭고 초는 그렇지 못하다. 싸움은 늘 유방의 본거지에서 벌어지고, 초는 긴 원정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 유방은 요충지라고는 하나 작고 지키기 어려운 성을 전전한다. 유방의 가장 뛰어난 장수는 계속 밖을 돌고 있다. 어떻게든 적의 본진을 쳐서 싸움을 끝내야 할 바로 그 시점에, 항우는 머뭇거린다. 갑자기 왕릉의 마음을 사려 하고 "아부"로 떠받들던 범증을 의심한다. 이것이 하늘의 뜻인가, 아니면 하늘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 항우의 그릇이 문제인 것인가.
아무튼 일대 일의 선명한 싸움터에서 항우는 기회를 연거푸 놓치며 싸움 그 자체를 즐기고 있고, 상대는 아픈 척 기운을 차리며 적의 뒷목을 노리고 있다. 누가 봐도 코너에 몰린 것은 유방인데, 점점 코너에 몰고 있는 항우가 위태로워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