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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왕조
제임스 D. 타보르 지음, 김병화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네이버에서 저자 이름을 검색해 보면, 흥미로운 정보를 만나게 된다. James D. Tabor. 최근 개봉된(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개봉되지 않은) "잃어버린 예수의 무덤"이라는 다큐멘터리에 주요 인물로 출연하는 사람이다. 제임스 카메론이 만들었다는 이 다큐멘터리가 우리 나라 기독교 단체의 반대를 어떻게 뚫고 상영될 수 있을 것인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그 다큐멘터리의 장황한(그리고 어딘가 촌스러운) 캡쳐 화면을 보고 있자면, 그걸 꼼짝 않고 두어 시간 지켜보고 있는 것보다는 이 책을 읽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예수 왕조"라는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좀 뜬금 없는 발굴기가 아마도 그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거의 모두 보여주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뜬금 없다'라고 말한 것은, 이어지는 1부 이하의 내용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여서다. '서문'은 저자가 '고고학자'로서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그리고 문제의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요약하는 데 바쳐진 반면, 1부 이하의 '본문'은 몇 가지의 문헌 자료를 이리저리 옮겨 가면서 자신의 가설을 설명하는 데 바쳐진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예수는 실제로 자신의 '왕조'를 세우려 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가 동원하는 것은 몇 권의 역사서와 4편의 복음서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4편의 복음서에 대한 매우 다양한 종류의 해설서를 이미 가지고 있다. 어찌 보면 신약의 나머지 내용들은 그 복음서에 대한 해설이라고 볼 수 있고, 조금만 관심을 더 가지면 나름 정평 있는 교리서들도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성과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파하고 있지 않다. 많은 경우 '유력설'이 되고 싶어하는 '소수설'들이 범하는 오류인데, 대중들은 물론 '통설'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소수설'이 대중들의 '통념'을 상대로 싸움을 걸어서는 안 된다. 싸움을 걸어야 할 대상은 '통념'이 아니라 '통설'이다. 즉 통설의 기존 논증과정을 세밀히 분석하고 이를 정면으로 반박해 내어야 한다.
이 책이 자신의 매우 흥미롭고 독창적인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동원하고 있는 자료와 논리는, 그런 면에서 대단히 불만스럽다. "이런 주제에 대한 자문역으로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 수없이 출연하였다"는 출판사의 설명만으로 빈약한 논증에 권위를 실어줄 수는 없다. 교수-학자의 '대중서'는 일단 의심하고 봐야 한다는 선입견에 또 하나의 경험을 더해주는 책이다.
ps. 원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번역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꼼꼼하게 읽을 만한 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번역이 꼼꼼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데 어느 페이지를 펴고 봐도 문장이 잘 읽히고, 이음새도 좋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