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잘 읽히는 듯 했으나 과도한 번역체와 가면 갈수록 찌질해지는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를 꾸역꾸역 읽고 있노라니 약간 루즈한 느낌이 들었다. 각종 철학을 아우르는 소재와 여남간의 사랑을 조화롭게 묶은 것은 신선했다. 다만 ‘이 정도까지 문장을 늘여야 했나?’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은 몇몇 있었다.
1월의 첫 책: 여전히 깨야 할 유리천장다소 무서운 표지(?)의 책을 서점에서 사 읽었다. 처음에는 너무 편향된 시각의 페미니즘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 생각엔 나의 고정관념이 섞여있던 것 같다. 이 책의 제목 ‘그런 여자는 없다’는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내려와있는 여성에 대한 전반적 고정관념을 통찰하게 만든다. 내용에 의하면 남자없이 못 사는 여자들, 남자없이도 잘 살 수 있다 떵떵거리는 여자들-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욕을 먹는다. 심지어 같은 여자로서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기도 한다. 정말이지 우습다. 하지만 이 우스운 광경 속엔 다른 여자를 향해 삿대질하고 있는 내가 있다.책을 읽다가 ‘왜 여자는 이토록 좋은 남자를 찾으려고 애를 쓰는가?’하고 생각했다. 답은 현실의 구석구석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현실에는 나이를 한 살씩 먹을수록 연애와 결혼 여부를 끊임없이 질문 당해야 하는 여자들이 존재한다. 물론 그 중에는 남자도 있겠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정형화된 대한민국 여성이라는 그룹에서 그를 제외해버리는 남성중심주의 사회가 제일 큰 문제다. 이 글을 읽고 벌벌 떨며 분노하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어떻게 세상에 항변할 것인가 끊임없이 염려하는 여자가 있을 것이다. 정말로 여남이 평등한 사회를 원한다면 게릴라걸스, 그리고 전세계 여성의 의견을 아낌없이 지지하라.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서 강자에게도 동일하게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라. 그것이 독자들의 바람이 아닐까?
영화 매트릭스를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책을 빌려보았다. 영화 한 편에 2-3권의 관련된 책(레퍼런스가 될 수 있는)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일단 책을 접함으로써 매트릭스라는 영화가 던지는 철학적인 질문들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본래성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었다. 구절을 그대로 붙여보자면 이렇다.“... 그러나 본래성을 성취하려면 우리가 편안하게 느끼는 것들만이 아니라 현실의 모든 측면을 인정해야 한다.”-108p“실존주의자들이 인정하듯이 본래성을 성취하는 것은 세계에 어떤 본질적인 질서나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또한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의미들에 대한 완전한 책임을 지고 있는 약하고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110p이 구절에서 본래성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 중요함을 느꼈다. 본래성의 긍정적 부분 뿐만이 아니라 부정적 부분마저 포용해야 한다는 게 이 구절의 핵심처럼 보인다.
작년 이맘 때쯤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책들 중 하나가 바로 최인훈의 <광장>이었다. 책을 접했던 시간들의 분위기가 떠올라서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남한과 북한 그 어느 곳도 선택하지 않고 나홀로 중립국을 택한 이명준이라는 남자의 이야기. 이 플롯은 변함없이 남아있었지만,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독자로서의 ‘나’는 너무 많이 변해있었다. 일단 중간중간 등장하는 여성 혐오적 표현들이 불편했다. 이 이야기의 여성 인물들이 굳이 이러한 방식으로 그려져야 했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갈보’라는 단어, 그 외에도 윤애와 은혜를 묘사한 구절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어쨌거나 주인공 명준은 운명을 달리 했고(라고 궁예해본다) 소설은 열린 결말로 끝이 났다. 당시의 분단된 한국 사회를 잘 반영하는 이야기임은 분명하지만 이전과 다른 관점을 가지려는 나로서는 이 소설이 ‘띵작’으로 읽히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