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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평점 :
10월의 첫 책: 누군가는, 지금도 ‘카타리나 블룸’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종국에 카타리나가 일간지 기자 퇴트게스를 죽이는 장면, 언론의 난사를 겪은 이후 그가 접해온 온갖 비난의 장면만이 기억에 남는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소식인건지, 누구에게 이득을 취하기 위한 기사인건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말(글)이 살인 병기가 되어 그들의 창조주 격인 인간을 파멸의 길로 몰아넣을 수 있음을 증명하는 작품으로 아주 적격이다.
반면, 하인리히 뵐이 남긴 수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 속에서도 피해자는 ‘여성’이다. 저자는 전후 상황 속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챙기기에 힘썼다고 하는데, 이게 언젯적 이야기인지 한참을 거슬러 가야 하나, 21세기 현재에도 약자들이 살기에는 너무나도 두려운 세상이다. 그리고 난 또 다시 그 사실에 좌절하고, 힘이 빠진다.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인간이란, 열 번 잘해도 한 번 칭찬 받기 어려운 존재지만 한 번 잘못 한다면 수천 번이라도 비난 받을 수 있는 존재라고. 특히 사회적 약자라면 더더욱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이라고 감히 단언해본다. 카타리나가 퇴트게스의 결정적 한 마디를 듣자마자 그를 죽였다는 것에 잠시 초점을 둔다. 위 문장을 카타리나에게 적용해보았을 때, 과연 카타리나는 비열한 가해자인가? 혹은 뿌리부터 바꿀 수 없는, 어찌 보면 운명적인 피해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