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진출백제인의 해상활동 천오백년 1
김성호 지음 / 맑은소리 / 1996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고르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김성호씨가 쓴 책들은 대부분 서가 깊숙히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고, 나는 그가 이후에 쓴 『씨성으로 본 한일민족의 기원』을 읽은 후에야 이 책을 찾았으니, 저자의 이름으로 책을 고르는 내 버릇을 한 번 더 확인한 셈이다. 소감은? 놀라운 책이다!

사실 우리가 아는 따분한 고대사 편력들은 거의 일제시대에 윤곽이 만들어진 것들이라서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좁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다. 그나마 그것도 축소되어 교과서로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정말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은 역사를 찾는 젊은이들을 편향으로 몰고갔다. 그 하나는 역사적 니힐리즘에 가까운 '식민사관 굳히기'고 다른 하나는 영광스러운 고대사를 회복해야한다는 다소 극우적인 국수주의 사관이다.

영광스러운 시대를 재현해야한다는 사명감은, 80년대 '한단고기' 신드롬 이후 본격화해서 많은 역사가들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고대사를 찾아들어가기 시작했다. 한인-한웅-단군의 1만년 제국이라든가, 치우와 황제의 대결을 비롯해 요순임금이 모두 동이족 출신이라는 트집성 해석도 그 부류에 속하고, 실체가 있는 대륙백제와 중원 고구려를 밝히려는 작업들도 거기에 속한다.

이 작업들은 때로는 황당한 몽상으로 치닫기도 하고 때로는 진지한 역사재해석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하는데, 김성호씨는 이런 신드롬 세대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고대사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연구하며 재해석하는 특이한 인물이다. 그의 백제연구의 집대성 판이라고 할 만한 이 책은 백제의 진정한 모습을 알고픈 사람이면 꼭 읽어야할 해양제국 백제의 실체에 접근해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왕건이 왜 오씨부인과 결혼해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겠다. 나주호족과 개성호족의 결합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모두 장보고가 이룩했던 해상무역권에서 이루어진다. 또는 왜 장보고는 신라사람이 아니라 당나라 사람일까? ▶ 청해진 대사라고 하는 대사 직함은 신라의 것이 아니라 당나라의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장보고는 신라땅에서 무얼 한 것인가?

망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여전히 홍금보와 홍명보의 관련성을 상상해본다. 친구따라 강남 간다던 그 '강남'이 왜 그리 가깝게 느껴졌는지에 대한 재해석도 시도해본다. 강남제비가 등장하는 흥부와 놀부의 진짜 이야기는 혹시 왕건의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해양백제의 후손들이 흩어져 살고있는 동아시아 해변가에서 백제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이 부푼 상상력을 회복시켜준 김성호씨의 책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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