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밀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보게 된 계기는 철도원처럼 영화로부터였다. 영화는 아직 개봉되지 않은(조금 후면 개봉하겠지만) 영화를 인터넷에서 구하게 되었다. 예쁜 히로스에 료코가 나오는 영화. 영화를 보고서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했고, 곧 이 영화에 대한 자료를 찾게 되었다. 개봉직전의 영화라 그에 관한 자료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의외로 이 작품이 소설이 원작인, 그것도 90년대 후반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곧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내용은 한마디로 환상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환상적이고 독특한 내용를 다룬 이 일본작품은 나에게 아주 매력적이었다. 버스 전복 사고때문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영혼이, 역시 사고를 당한 그러나 살아있는 딸의 육체로 넘어갔다는 기묘한 발상으로 이 책은 구성되고 있다. 나이든 아주머니의 영혼을 지닌 초등학생의 생활. 이 소설은, 딸에게는 아버지, 그리고 남편인 한 중년남자의 입장에서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소설에서는 처(妻)가 존재하지 않는 중년남자의 상황을 잘 그려내고 있다.
아내이면서도 딸인 이러한 특수한 상황 때문에 그는 재혼을 하지도, 그렇다고 부부생활(성생활)을 누리지도 못한다. 특히나 초등학생이었던(아내인 동시에)딸이 커가면서 점점 주인공인 아버지와 멀어지고, 그에 따라 주인공은 지나치게 예민해진다. 밖에서는 평범한 학생(딸)로 집안에서는 주부(아내)로 처신하는 그녀도 상당히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조금씩 늦어지는 귀가시간과 밤늦게 걸려오는 이성친구의 전화에 그는 상당히 예민해지는 것이다.(육체는 비록 딸이지만, 영혼은 자신의 아내이니까 말이다) 제목이 비밀인 이유는 책 전반에 나오는 한 여자의 육체와 영혼이 다르다는 것을 남편과 그리고 당사자인 (딸의 육체를 지닌) 아내와의 비밀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이유는 작품의 마지막에 나오는 반전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내용까지 알면 책 읽는 재미가 반감할 것 같아 자세한 내용을 쓰지 않겠다
또한 이 소설은 한 사회의 중년남자의 역할에 대해서 조금은 진지하게 언급하고 있다. 먼저 사고를 낸 운전기사도 단지 (이혼한 전처의 자식 등 조금은 복잡한 가족이긴 하지만 아무튼)가족을 위하여 무리하게 일하다가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있으며, 소설의 주인공 또한 자녀 양육이라는 아버지의 역할과 아내에 대한 남편의 역할간의 갈등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예전 우리 사회에서도 이젠 노쇠하셔서 냉대받는 아버지를 중점적으로 비춰 졌을 때가 있었다. 그 무렵 소설 아버지에 대한 관심과, 소설이 영화로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로, 한 때 중년 남성의 역할문제를 우리사회가 깊이 관심을 가졌었다. 물론 이 문제는 현재에도 여전히 관심을 가져야 할 사회문제 중 하나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본소설이다보니 한국인의 입장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몇가지 있다는 것이다. 가령 죽은 아내의 아버지, 즉 장인되는 사람이 사위를 불러서 재혼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하는 부분이라던가, 낯 뜨거운 유흥업소(?)에서의 일 등 성과 관련된 부분을 조금은 적나라하게 표현해 놓은 부분 등 (적어도 나에게는) 조금 이상한 부분들이 종종 있었다. 아마도 문화적 차이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조금은 신비한 상황에 빗대어 잔잔하게 풀어내는 소설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전반적으로 이 소설은 읽기에 쉬운 일상적인 내용을 쓰고 있지만, 그 속에 잔잔한 감동도 있다. 그리고 한번쯤 생각해 볼 사회문제까지도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