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한 여자의 낭만적 딜레마
마야 스토르히 지음, 장혜경 옮김 / 푸른숲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오늘 우연히 책을 발견하고 책장을 조금 넘기다가 들어온 문구가 조금 끌려 빌리게 되었다. "... 그리하여 이 책이 진보적인 사고방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부장제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대 여성, 그리고 그들의 연인으로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우리 시대 남성들을 위한 심리 치유서가 될수 있길 소망한다."
얼마 전, 과연 진보적-대안적인 심리치료라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나의 입장은, 그런 것이 충분히 연구되고 개발될만한데 왜 그렇지 못할까, 였고 다른 분은 그런 건 불가능하다, 어차피 심리치료라는 것은 가부장제, 자본주의 (근대 이후??)가 남긴 상처와 쓰레기를 해결하고 주워담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라고 주장했었다. 나도 그런 주장을 상당히 수긍하고 있고, 결론은 그냥 어리버리.
사실, 이 책에도 중요하게 등장하는 융의 아니무스, 아니마 (여성 안의 남성성, 남성 안의 여성성)라는 개념은 그 자체로도 상당히 혁명적이고 대안적이다. 강제된 ~성스러움과 성별 분업, 그에 따른 관계맺음과 권력, 이런 틀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네 안의 너를 자유롭게 인정하고 펼쳐봐라, 그로써 강제적으로 내면화된 젠더의 속박에서 스스로와 서로를 벗어나게 해주어라, 고 속삭여주기. 심리치료가 우리 사회가 쏟아내는 배설물을 처리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혹여 가부장적 자본주의가 우리에게서 박탈해간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다시 찾아와서 온전한 인간으로 (내부로부터) 거듭날 수 있는지 알려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