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감옥 올 에이지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미하엘 엔데의 단편집. 특유의 상상력을 마구 자극하는 환상적인 분위기가 책을 단숨에 내달리게 한다. 특히나 첫 번째 단편인 '긴 여행의 목표'는, 그 안에 등장하는 이상한 회화의 이미지처럼 소설 자체가 진행되는데 기괴하면서도 아주 매력적이다.

요새 철학에 대한 책을 조금 읽다보니 그의 소설들이 철학의 여러 개념에서 모티브를 그대로 가져왔음을 알아볼 수가 있다. '미스라임의 동굴'은 플라톤의 동굴 우화를 소설로 형상화한 그것이다. '자유의 감옥'은 신 안에서 악과 자유의지가 가능한지를 탐색하는 논리소설(?), '길잡이의 전설'은 아마 기적에 대한 흄의 논의와 이에 대한 반박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한편 '보로메오 콜미의 통로' '교외의 집' '조금 작지만 좋아' 에서는 근대적인 공간 개념 - 균질하는 불변의 공간 - 을 벗어나 새로운 공간 개념 속에서 작가의 무한 상상력이 펼쳐진다. 그 외에도 군데군데 보이는 철학적 모티프.

이렇게 써놓으니 엔데의 소설이 마치 소피의 세계나, 하여간 철학을 소설로 풀어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소설의 핵심을 설명할 수 있는 형용사는 '철학적인'이 아니라 '환상적인' '신비스러운' 등이다. 끝없는 이야기나 모모처럼 긴 호흡으로 차분하게 쓴 작품들은 아니지만, 짧은 분량 안에 극대화된 심상을 (아름답고, 두근거리는) 불러일으킨다. 단편에 이 이상 기대할 건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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