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
전시륜 지음 / 명상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죽기 전에는 무명 철학자였을지 모르나 죽고 나서는 남긴 단 한 권의 책 때문에 저자는 이제 꽤 유명세를 탔다. 그가 살아있으면 정말 좋았을 것을. 팬레터라도 한번 보냈을 거다. 그래, 인생은 이렇게 담담하고 유쾌하게 사는 거다. 어차피 태어난 인생, 살다가 그 이유라든가 목적이라든가 뭐 그런 거창한 거 찾아도 좋지만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재미나게 살다갈 일이다. 어쩌면 이유나 목적을 찾겠다는 발상 자체가 인과론적인 서양식 발상인지도 모른다. 그저 존재 자체로 우리는 내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 집에서 기르는 개 고양이 나무, 사회, 자연 거창하게는 우주와 얽히게 된 거고, 그 얽힘을 충실하게 살아내면 되는 건지도 모른다.

처음 이 책을 집었을 때 전시륜이라는 저자의 이름도 이름이거니와 외국책을 번역한 듯한 제목, 게다가 문체까지, 이 책은 번역된, 중국인의 책이라는 확고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알고보니, 오랜 외국 생활 끝에 한국어를 까먹은 저자가 영어로 생각하고 쓴 것을 번역해서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글솜씨는 왠만한 좋은 번역서는 물론이거니와 모국어 저작의 글발을 능가한다. 어쩌면 전시륜 아저씨는 속세에서 도를 닦는 도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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