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의 에로스
디터벨러스 호프 지음, 안인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문학속의 에로스.. 제목은 다소 선정적인 감이 있다. 실제로 상당히 대중적인 소재와 제목 덕분인지 평론집치고는 서점가에서 비교적 잘 나간 축에 속한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 위대한 문학작품들과 문인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전개되는 이야기에 그야말로 넋을 잃게 된다.

책은 많은 작품이나 작가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괴테, 스탕달, 발자크, 플로베르, 톨스토이 등 문학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다 알만한 이들과 그들의 작품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보통 문학 자체를 주제로 한 소설이나 평론집을 보면 통 알기 힘든 작품 제목과 사람 이름 속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하는데 적어도 이 책에서는 별로 그럴 일이 없다.

이 책에서 작가는 서양의 위대한 작가들이 어떤 성장배경 속에서 자라났는지, 어떠한 내적동력과 욕망으로 움직였는지, 그 안에서 그의 결핍과 욕망이 어떤식으로 작품에서 형상화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괴테는 어린 소녀와 그가 상징하는 고결함 순수함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이 있었고 그 때문에 수많은 여성들과 연애사건을 일으키면서도 정작 마흔 가까이 될 때까지 동정으로 남아 있다. 발자크의 경우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의 애정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라면서 아웃사이더로 자라고, 나중에 성공한 후에 이에 대한 보상심리로 엄청난 과시욕과 허영에 젖게 된다. 결국 사치로 인해 쌓인 빚을 갚기 위해 무리하게 일을 하다가 (그는 하루에 16-18시간 가량 작업을 했다고 한다) 몸이 망가지고 죽게 된다. 이런 작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다 보면 작품의 스타일도 작가의 삶과 연결시켜서 이해해볼 수 있다. 그저 어떤 사람이 생각해낸 어떤 이야기로만 보이던 것들도 이제는 그 창조자의 내적, 외적경험이 결합되어 창출된 세계로 보이게 된다.

중고등학교 시절 '세계고전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읽었던 작품, 그 작가들을, 이제는 좀더 성숙한 시각으로 개인과 시대의 기록으로써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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