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3년 남짓한 기간을 반짝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전설의 프로야구팀 삼미 슈퍼스타즈. 주인공 (아...소설 속에 주인공 '나'의 이름이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것 같다. 혹시 궁금한 분은 읽어보시고 주인공 이름이 한번이라도 등장하면 저에게 연락을 주시라)의 유년과 청춘, 그리고 성년의 시작은 바로 삼미슈퍼스타즈와 함께이다. 80년대 초, 처음으로 '프로'야구가 생겨나고 인천 (본인의 집도 바로 인천이다. 소설에서 뚝뚝 떨어지는 그 변방의 설움 ㅠ.ㅠ)에 이름 한번 요란한 삼미슈퍼스타즈가 생겨난다. 소년들의 꿈과 정열을 한몸에 받으며 출범한 삼미는 그러나 곧, 아마도 세계역사상 유례가없을(지도 모르는) 엄청난 성적으로 꼴찌를 질주한다. 삼미와 함께 낙오자, 패배자로 유년 시절을 지낸 소년들은 어떤 이는 변절하고 (오비 베어스나 뭐 그런 팀으로) 어떤이는 잊은 듯하나 마음 한곳에 삼미를 간직한 채로 살고, 어떤 이는 (주인공) 아예 야구를 잊는다. 그러나 삼미를 통해 깨달아버린 아마추어리즘, 이미 그 의미를 알게된 소년들은 '프로는 아름답다' '프로만이 살아남는다'고 외치는 세상에서 끊임없이 위화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혹자들은 뒷부분으로 가면서 책이 재미없어진다고 하나 개인적으로는 뒷부분에서 주인공과 그 친구의 인생역정이 참 가슴 찡했다. (아, 아무래도 나도 그 팬클럽에 가입해야할까보다....세뇌돼버렸다 --;;) 이 소설아닌 소설은 주장한다. '그들은, 백성들에게 '프로가 되라'는 주문을 걸며 체제의 열혈 톱니바퀴로 살아가길 강요하는 자본주의에 저항한 -야구를 무기로- 게릴라들이었다...' 얼토당토 않아 보이나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정말 그들은 한국 자본주의의 게릴라가 아니었을까 하고 세뇌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재미도 있고, 일종의 감동(?)도 있는... 책을 읽고 '나의 삼미는 무엇이었을까'를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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