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여행
자비에르 드 메스트르 지음, 장석훈 옮김 / 지호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1763년 11월 8일에 사보이(“1860년까지 독립 왕국으로 있다가 최종적으로 프랑스에 편입되었고, 오늘날 이탈리아 국경에 면한 프랑스 남동부 지방”) 왕국에서 태어난 자비에르 드 메스트르는 사보이 왕국 군대의 사관(군인)이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고, “철저한 왕정주의자”였던 그는 토리노로 피신한다. 1790년 그의 나이 스물 일곱에 “사육제 전날, 피에몬테 출신의 사관인 페토노 르 마이랑과 결투를 벌여” 이기긴 했으나 법으로 금지된 결투를 했기 때문에 42일간 가택 연급을 당하게 되고 그 방에서 《내 방 여행》을 썼다. 이후 그의 형 조제프 드 메스트르가 자비에르에게 알리지도 않고 1795년 로잔에서 《내 방 여행》을 책을 출간한다.

8년 뒤인 1798년 자비에르는 “속편은 언제나 졸작”이라는 형의 만류에도 《밤에 떠나는 내 방 여행》을 썼고 “1825년 파리에서 출간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두 작품 《내 방 여행》, 《밤에 떠나는 내 방 여행》은 그 이름처럼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내 방 여행》은 42일간의 기록이며 하인 조아네티, 애견 로진이 함께 있었지만, 《밤에 떠나는 내 방 여행》은 4시간의 기록이고 하인과 애견 모두 자비에르와 이별한 후에 쓴 것이다. “영혼”의 여행을 떠났다는 것과 전체적인 문체, 문학적 표상, 상징의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으나 그의 철학에는 변화가 있었다. 내가 보기에 그는 《내 방 여행》에서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성을 최대한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고 뜨거운 감성인 육체의 동물성을 차가운 이성인 영혼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밤에 떠나는 내 방 여행》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차가운 이성은 열정과 감정의 어리석음을 한탄하고, 감정은 애매한 이성의 유약함을 비난한다. 어느 누가 이 둘을 조정하고 그 중의 한 가지 입장을 과감히 취할 수 있는가?  
   


그는 “결국 나는 판단을 내리지 않고, 경우에 따라 때로는 머리로, 때로는 가슴으로 살기로 했다. 사실 이보다 더 나은 길은 없을 듯 하”다고 말한다.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까. 그의 철학은 젊은 시절보다 유연해졌다. 어쩌면 세상의 풍파를 견디지 못해 연약해 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끝까지 왕정주의를 고수한 그의 성정으로 볼 때 연약해 졌다고 표현하기는 힘들지도.

자비에르 드 메스트르의 두 작품은 자유와 상상을 위한 처절함이 묻어있다. 인간의 육체가 물리적인 억압의 상태, 그 억압으로 인해 인간의 정신(영혼)마저 억압 당한 상태에 놓이지 않기 위한 처절함 말이다. 육체가 강제로 억압받아 갇혀버렸다고 해서 정신마저 갇혀버려서는 안 된다. 정신은 모래 한 알을 우주처럼 상상할 수도 있고 그 속을 여행하며 이 세상을 우주의 한 낯 모래 알로 상상할 수도 있다.

《내 방 여행》에 비해 《밤에 떠나는 내 방 여행》에는 익살과 여유, 웃음이 있다. 그는 인내심 있어 보이지만 내심 조급하다. 그가 끝내 그 방에서 여행을 하며 독자에게 전하려고 한 것은 영혼의 자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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