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는 타타의 짝짝이 눈을 마주 본다. 불빛을 받은 하얀 눈동자가 주홍색으로 빛난다. 에티를 감시하는 건 바람을 붙잡으려는 것과 같으리라. 햇살을 병에 담으려는 것과 같으리라. - P243
조지프가 그녀에게 왜 타타의 곁을 떠나지 않는지, 왜 도망가지 않는지 물은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 대답을, 진실을 가슴 깊이 묻어두었다. 마주하기만 해도 자신이 먼지처럼 바스러질 것만같은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에티가 타타의 위작을 그린 지도 벌써 3년이 흘렀다. 공허했던3년이다. 떠오르는 태양의 첫 햇살이 살갗을 매끄럽게 스쳐 갈때 그녀는 텅 빈 캔버스를 돌아본다. 만약 다시 그림을 그릴 거라면 내면 깊은 곳을 들여다봐야 한다. 묻어둔 기억들을 정면으로마주해야 한다. 과거의 어둠 속을 응시하며 성냥을 켜야 한다. - P351
그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난 아미르라고 합니다." 그게 시작이었다. 서로 이름을 교환하는 것. 상대가 누구인지알게 되는 첫 번째 단서 그들은 곧 눈길과 미소, 사소한 농담을교환했다. 서로의 인생을 조금씩 떼어서 건네는 징표였다. - P368
그녀에게는 길잡이가 필요하다. 타타의 작품을 따라 그리는 한가로운 흉내 내기에 너무 익숙해졌다. 아무 생각 없이 그가 이미만들어둔 형상을 순순히 따르는 데 길들여졌다. 그의 틀에 자신을 욱여넣는 데 이력이 나 더는 자신의 원래 모습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가 되었다. 그녀 자신이 되는 것보다 타타가 되는 게 훨씬 더 쉽다는 사실이 섬뜩하다. 그녀는 타타의 습관과 욕망, 필요한 물품, 동작 하나하나까지 훤히 꿰뚫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이방인을 대하듯 모든 것이 생경하기만 하다. 그녀가 느끼는 두려움은 온전히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모든 걸 잃을 터였다. 현재의 자신뿐 아니라미래의 가능성까지. - P397
에티는 엄마의 무덤을 내려다본다. 여자가 자신의 삶을 남자에게 의탁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다. 그녀 이전에 엄마가 그랬듯이 그녀 역시 이미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다시 찾아온 기회를 날려버릴 순 없다. 앞으로의 삶은 반드시 그녀가 선택한 삶이어야 한다. - P416
에티는 눈을 감는다. ‘타타를 몰아내. 두려움도 몰아내. 그럼 뭐가 남지?‘ 밖으로 표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안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그녀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오랜만에 처음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무언가를 찾아낸다. 희망에 찬 무언가를. 예전에는 그녀의 그림에 어둠이 격류처럼 휘몰아쳤다면 지금은 빛을 향해 돌아선다. 빛 속에 그녀가 붙잡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 - P419
에티는 손안에서 성냥갑을 이리저리 굴려본다. 왜 기어이 타타에게 그 사진들을 보여주려 했을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가 자신을 봐주기를 원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자신의 전부를 더는 숨지도, 움츠러들지도, 그가 제멋대로 짜놓은 틀에 자신을 억지로구겨 넣지도 않을 것이다. 그녀는 껍데기를 깨고 나오기 직전의여인이며, 자신의 내면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타타가 고스란히 느끼기를 바란다. - P4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