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주기위해서는 그저 평범한 일상이면 족했다. 가장 중요한사랑은 아이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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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가 풀리고
이해가 쌓이고
나의 아버지는


부끄러움을 견디며 오늘을 살 수 있는 것은 그나마 내가 반성할 줄 아는 인간인 덕분이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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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사랑 없이 남을 대해도 괜찮은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경우란 없다. 물체를 대할 때는 사랑 없이도 괜찮다. 사랑이 없어도 나무를 쪼개고 벽돌을 만들고 철을 벼릴 수 있지만, 사람을 대할 때는 사랑이 꼭 있어야 하고, 이것은 마치 꿀벌을 대할 때 함부로 해선 안 되는 것과 같다. 함부로 대하면 꿀벌은 당장 해치려 달려든다. 그것이 꿀벌의 본성이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른 방식으로 대체할 수도 없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 삶의 근본원칙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억지로 일할 수는 있지만, 억지로 타인을사랑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사랑 없이 사람을 대해도 된다는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타인에게 뭔가를 요구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타인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할 때는 가만히 앉아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뭐든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되지만, 사람을 대하는 것은 하지 않는것이 좋다. 음식은 배고플 때 먹어야 해롭지 않고 유익하듯이 사람을대하는 것도 오직 사랑이 있을 때라야 해롭지 않고 유익하다. 사랑없이 사람을 대하기 시작하면 결국 사람에 대한 잔인함과 냉혹함에한계가 없어지고, 스스로 느끼는 고뇌의 한계도 사라질 것이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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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살이 되면 Dear 그림책
황인찬 지음, 서수연 그림 / 사계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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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요일 아침 동네를 걸었다. 이전에는 갖가지 꽃들이 봄을 알리는 길을 걸으면 감탄하며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그런데 올해는 그 아름다움이 문득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또 시작이구나. 또 한 해를 살아내야 하는구나.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겨울이 올 때까지 또 긴 한 해를 살아야 하는구나. 한없이 웅크리고 움츠러든 채 가만히 있고 싶은데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키워내야 하는구나. 이제, 그만하고 싶다.
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니다. 우울한 것도 아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더한 생기를 갖고 시작한 해이다. 그런데 덜컥 모든 일이 번거롭다. 백 살까지 이러고 살아야 할까. 백 살이 되면 그저 숨만 쉬며 살아도 되려나. 온갖 생산적인 일을 주문받으며 나를 쥐어짜지 않고 그저 가만 살아도 되는 것일까.
백 살이 되면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살고 싶다. 이제껏 알던 인연들과는 멀찍이 홀로 고요히 있고 싶다. 백 살이 되면 맑고 고운 것만 보고 듣고 싶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움직이고 싶다. 세상 게으르게 볕을 쬐며 온종일 나무늘보와 달팽이와 느림을 나누고 싶다. 이렇게 하나둘 꼽아보니 내가 무엇이 결핍되어 있는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 보이는 것도 같다. 흠... 어찌 기다리나. 백 살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을 다시 추려볼 일이다.

<백 살이 되면>, 시 제목만으로도 많은 생각의 물꼬를 틔운다. 그런데 왜 로또가 되면, 방학이 되면, 어딘가에 가면 등이 아니고 백 살이 되면 일까. 하루하루가 백 년의 잠이 필요할 만큼 고단하기 때문일까.
시 제목뿐 아니라 표지 그림도 참 좋다. 더 넘기지 않아도 되겠다 할 정도로 한 장으로 충분하다. 해사한 사람과 마주함에 마음이 무장해제된다.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만 들리는 어느 한적한 물가에서 둥둥 떠다니는 나뭇잎사귀라도 된 양 한가롭고 평화롭다. 모든 페이지가 물 흐르듯 자연, 그 자체다.
어느 날은 눈물이 날 것처럼 마음 어딘가를 울리고, 어느 날은 세상 가장 큰 품에 안긴 듯 따뜻하게 감싸고, 백 살이 될 때까지 지니고 있어도 좋을 책이다.

나는 타임머신이 있다면 절대 과거로는 가지 않을 것이다. 지난 세월을 다시 살고 싶지 않다. 무얼 더 잘해 바꾸고픈 욕심도 없다. 껑충 백 살로 건너갔으면 좋겠다.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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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 2022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 2023 천보추이 국제아동문학상 최우수 그림책상 수상 그림책향 34
서선정 지음 / 향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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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을 무지 아끼고 좋아한다. 그런데 이 <어느 날> 작가 소개를 보고 서선정, 같은 작가님임을 알고 놀랐다. 우와! 좋아하는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이렇게 어느 날 우연히 만나면 인연인가 싶어 괜히 더 기쁘다.

강변으로 아침 산책을 나섰다. 출퇴근 길 건너편을 오가며 언뜻언뜻 비치는 노란 유채꽃을 봤다. 오늘 몇 발자국 그 너머로 건너가니, 와우, 세상에!! 제주 부럽지 않은 유채꽃밭이 지천으로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 왜 진작 건너볼 생각을 못했을까. 건너야지만 보이는 풍경이, 앎이, 삶이 있다. 건너야 한다.

어느 날,
길을 하나 건너는 일은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일이다.

겁먹지 마라, 내딛어봐라
벼랑에서 떠미는 책은 아니다.
건너편에서 일러주고 손잡아주는 친구가 있다.
정말 딱 필요한 타이밍에 구세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니 안심하고 건너오라,
이 세계를 만나라 독려하는 책이다.

앞면지와 뒷면지를 비교해본다. 같은 건널목이 아니다. 건너온 길 그 과정 속 얻은 것들이 남아있다. 파란 구슬들, 내게 묻어있고 내가 흘리는 나의 자취.

우주가 흐르는 동네에 가고 싶다면, 건너야 한다.
어느 날 문득 용기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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