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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찐만두 씨 ㅣ 사계절 그림책
심보영 지음 / 사계절 / 2021년 12월
평점 :
귀여운 캐릭터, 귀여운 상상이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찜통이 욕조가 되고 만두피가 외출 시 질끈 싸매는 모자가 된다니 귀엽다. 할머니는 쉰만두가 되기 싫어 냉동만두가 되기로 했다는 발상도 재미있다. 할머니집 정리를 마치며 눈사람을 만드는 장면은 흡사 엘사같다. 남아도는 떡과 온갖 것들이 검정봉지에 싸인 채 잊혀져 꽁꽁 얼어있는 냉동실 상황을 이리 아기자기하게 풀어낼 수도 있구나 싶다.
난 만두가 좋다. 길가 가게 만두 찌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퍼지는 풍경, 거기에 동반되어 유혹하는 냄새는 순식간에 몽글몽글 기분을 좋게 한다. 만두는 당면, 부추, 두부, 당근 등등 온갖 것들을 다 품어 안은 품 너른 음식같다. 넉넉한 인심이 도는 명절에 떡과 함께 만두를 빚는 것도 그런 연유 아닐까. 우리 따끈따끈 찐만두씨가 살뜰히 할머니를 챙기고 냉동마을 꽁꽁 언 떡들과 깜장봉지를 외면하지 않고 다 녹여주는 것도 만두답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었느냐
이 책을 덮으며 떠오른 시다. 안도현 시 '너에게 묻는다'다. 추운 겨울은 온기가 절실한 계절이다. 온수에 손을 씻는 순간, 자동차 엉따로 몸이 덥혀지는 순간, 뜨거운 국물을 뜨는 순간 등 많은 것들의 온기에 의지해 견뎌내는 겨울이다. 날씨에 더해 코로나 시국마저 끝없이 이어져 마음까지 얼어붙는 나날이다. 나에게 묻는다. 너의 온기는 어디 쓰이느냐고. 눈맞추는 모든 생명들에 짓는 따뜻한 웃음, 먼저 건네는 인사, 수용하는 마음으로 나누는 대화면 충분히 내 온기가 전해지지 않을까. 따끈따끈 만두씨처럼.
귀엽기만 한 책이 아니라 차갑고 얼어붙고 잊혀진 것들을 따뜻하게 덥혀주고 녹여주고 다시 찾게 할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