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아의 글쓰기에도 분명 최초의 ‘너 땜에‘가 있었다. 유치원 숙제 때문이었던가.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생신 축하카드 때문이었던가. 자신을 기지배라고 부르는 삼촌을 욕하기 위해 쓴 일기 때문이었던가. 이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상관이 없어졌다. 삼십 년간 너무나 많은 이유들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싶게 만든 자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좋은 너.
미운 너. 웃긴 너 우는 너. 아픈 너. 질투 나는 너. 미안한 너. 축하받아 마땅한 너. 대단한 너. 이상한 너. 아름다운 너. 다만 운이 좋지 않았을 뿐인 너. 동물인 너. 죽은 너. 잊을 수 없는 너. 그런 너를 보고 듣고 맡고 만지고 먹고 기억하는 나. 문학의 이유는그 모든 타자들의 총합이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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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박·····쭈박··
어떤 신호가 반짝 켜진 것 같았다. 거리의 어둠 속에 오롯이 불켜고 있던 과일가게처럼 내 안의 어둠 속에서도 징그러운 어떤신호가 반짝 켜져 영롱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울어도 된다고. 이 순간만은 떼를 써도 된다고 허락받은 아이처럼. 사랑에 굶주린 아이가 타인의 친절을 눈치채고 과분한 요구를 하듯이, 당신은 친절한 사람이니 이런 정도의 부탁을 들어주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영악한 술수를 부리듯이, 나는 선 채로 흐느기 시작했다. 아무도 사주지 않을 거라는 마음과 그래도 누군가


<기억의 왈츠>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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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해도 괴로운 건 마찬가진데・・・"
"잘하고 싶은 일로 괴로우면 그나마 낫잖아."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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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고 싶어서 그래. 관심도 간섭도 다 폭력 같아. 모욕 같고, 그런 것들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고요하게 사는 게 내 목표야. 마지막 자존심이고, 죽기 전까지 그렇게 살고 싶어.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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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총총 시리즈
황선우.김혼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평점 :
절판


다정함이란 어쩌면 사람에게 필요 이상의 마음을 쓰는 일이겠지요.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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