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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얼굴 ㅣ Dear 그림책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3년 4월
평점 :
<잃어버린 영혼>과 같이 읽어야 하는 책이다.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리고 사나. 영혼에서 얼굴로 바뀌어도 방점은 ‘잃어버린다’에 찍힌다. 추상적인 영혼에서 만져지는 얼굴로 바뀌어도 왜 자꾸 잃어버리는 것인가. 꺼풀만 두꺼워질 뿐 알맹이는 점점 쪼그라들다 못해 사라질 지경인 우리 삶을 직시한다. 내면도 외형도 다 잃어버리고 있다. 대책이 없나.
사진을 담아두는 앨범 폴더에 ‘순간을 영원히’란 이름을 붙인다. 영원히 붙잡을 수 있을까. 붙잡았다면 붙잡았다고 생각한 순간의 허상일 거다. 붙잡아둔들 단면이고 일면일 뿐이다. 놓치는 것들이 많다. 전면이 아닌 후면, 측면, 상면, 하면, 더더욱 이면. 찍기 위해 가는 여행이 되어버렸다. 많은 사람이 그런다. 이 책에서 여행 사진 그림이 많은 이유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카메라라는 또렷한 기억 보조장치의 허무를 안다. 기억 보조장치에 위임해버려 정작 내 안에는 없는, 남지 않는 추억이다. 그렇게 애써 공들인 시간을 오롯이 남기지 못하고 잃어버리고 만다. 장관이라고 하는 명소들은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고 별 볼 일 없는 것들, 그래서 굳이 사진으로 남기지 않은 골목, 무심한 시선에 잡히던 것들이 되려 생생하게 남아있다. 위임하지 않은 추억만이 그렇게 남아있다. 내 안에 남은 것, 있는 것은 찍지 않고 가만 응시하고 스치고 냄새 맡고 떠들었던 것. 이제 정말 카메라로 붙잡아둘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과 헤어질 결심이 필요하다.
이 책은 다각도로 읽힌다. 또렷한 남자가 희미해져가는 것은 나이듦으로 잃어버리는 젊음, 활기 같다. 그리고 거금을 들여 되찾을 수 있다고 여겼으나 끝내 맞는 파국은 성형으로 비슷비슷하게 변해버리는 사람들이 잃어버리는 개성 같기도 하다. 이 책 곳곳의 까만 점도 유심히 보아야 할 부분이다. 까만 점을 타버림, 뚫림, 바실리스크 별자리의 검은 구멍의 은유로 읽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흑회백색의 확대된 픽셀 눈, 그것만도 공포스러운데 뚫려 있다. 무섭다, 섬찟하다. 똑바로 봐, 꿰뚫어봐!! 커다란 외침에 사로잡힌다.
잃어버린 영혼에서 영혼을 찾는 해법이 하염없는 기다림이었다면
잃어버린 얼굴에서 얼굴을 찾는 해법은 가차 없는 버림, 아닐는지.
초록 정원으로 찾을 수 있다고 다독여주던 작가는
끔찍함에 익숙해지지 않으려면 당장 멈춰 버려야 한다고 경고한다.
우리가 연연하는 것과 잃어버리면 안 될 것이 무엇인지 내내 곱씹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