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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청년의 심리적 탄생 - 누가 그들의 마음속 분노, 좌절, 박탈감을 원한과 복수로 키워 극우가 되게 하는가
김현수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5년 6월
평점 :
별 0개짜리가 없어서 1개를 드립니다.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로서 평을 남깁니다. 이 책은 학술적 가치는 고사하고 일반교양서로서의 가치도 없습니다. 마가렛말러의 [유아의 심리적 탄생]을 오마쥬한 제목을 걸어놓고서, 말러가 보여준 엄정한 현상학적 기술적 관찰과 기술적 정신분석 관찰 같은 건 조금도 흉내내지 못 했습니다. 극우 청년의 심리적 탄생을 논하면서 "극우"가 무엇인지 "극우청년"은 누구인지 정의하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저자는 "이 책에서 극우와 우익을 혼용하여 사용했다. 조금 더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경우는 극우를 사용하고 그렇지 않는 경우는 우익으로 쓰려고 했다."라고 당당하게 밝힙니다. 극우청년이 누구인지 정확히 기술하지도 않고, 일베, 디시인사이드, 극우 유튜브를 보는 청년들, 2030 남성들이라며 두루뭉수리하게 퉁쳐 버립니다. 그래도 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마가렛 말러의 책을 오마주했으면, 적어도 서부지법을 침탈했던 청년들, 광화문과 여의도의 극우 집회에 참석했던 청년들, 자유대학생연합 소속의 청년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그들의 심리 특성을 포착하려고 애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은 전혀 없고, 저자가 진료실에서 만난 청년환자들로부터 전해 들은 일베, 디시인사이드, 극우 유부트 채널들의 이야기, 안티페미니즘 이야기 등의 썰을 풀고는 미국의 극우청년들을 분석한 연구들을 긁어와서 한국의 2030 남성들에게 끼워 맞춥니다. 하지만, 2030남성들을 이런 식으로 퉁쳐서 극우라고 지칭하는 것은 사실에도 맞지 않습니다. 20대 남성들의 24%가 이재명에게 투표했고, 30대 남성들의 37.9%가 이재명에게 투표해서 1위로 만들었습니다. 20대 남성들의 36.9%, 30대 남성들의 34.5%만 김문수에 투표했으며 설령 이들을 모두 극우로 칭해도 2030남성들의 1/3만 거기에 해당합니다. 물론 이들 중 극우로 분류할 수 있는 비율은 그보다 훨씬 더 적습니다. 따라서 관찰부터 해석까지 그 어느 것도 논리적이지 않고 현실과도 맞지 않습니다. 저자가 심리적 탄생을 목격했다는 극우청년들은 대체 어디에 존재하는 누구입니까? 사회의 특정집단 혹은 사람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려면, 현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마가렛 말러가 [유아의 심리적 탄생]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혼자만의 상상 속에 있는 가상의 대상을 설정해두고 그 허구의 대상과 쉐도우 복싱을 합니다. 책의 대부분에서 2030 남성들에게 부당하게 극우라는 멸칭을 붙이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온정주의적인 태도로 그들의 분노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바로 저자 같은 편협한 시각을 가진 4050들에게 화가 난 것입니다. 부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2030남성들에 대한 편견을 키우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