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애니메이션이나 아이돌을 대상으로 덕질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트로트 가수, 가상 연예인, 유명 스포츠 선수 등 그 대상이 확대되었다. <오늘만 최애 변경>(허블, 2025)은 '나'(한수리)가 좋아하는 아이돌, '비스킷 보이즈'에게 투표하기 위해 모아놓은 별을 '나'의 엄마가 자신이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 '이한한'에게 써 버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주된 주제는 '엄마 역시 기댈 곳이 필요하다'이다. 처음에 '나'는 엄마의 덕질을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는 엄마이기에 덕질보다 '나'를 더 우선해야 한다.
하지만 엄마는 엄마잖아. 그냥 어른이 아닌 한수리의 엄마. 당연히 덕질보다 나를 먼저 생각해 줘야 하는 거잖아.
하지만 은진의 할머니를 만나고, 엄마의 퇴사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나'는 엄마의 덕질을 점차 존중하게 된다.
'나는 어쩌면 평생, 엄마를 모를 것 같아' (중략) 이제까지 나는 무대 위의 엄마를, 엄마의 전부라고 착각했던 것도 같다.
<오늘만 최애 변경>에는 엄마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친구들 사이의 관계, 팬덤 사이의 갈등 등 청소년들이 겪는 일들 역시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무리에 끼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애써 숨기는 '은진', 성적 지상주의인 가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정한 길을 선택한 '나영', 그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수리까지. 한국의 중고등학생이라면 한 번쯤 보거나 경험했을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내가 <오늘만 최애 변경>의 서평단을 신청한 이유는 책에 있던 한 문장 때문이다.
누군가 그랬다. 덕질은 그 사람이 필요할 때 찾아온다고. 내게 다정함이 필요했을 때 비보가 찾아왔던 걸 생각하면 딱 맞는 말이지 싶다.
해외에서 근무하던 적이 있다. 하필이면 코로나 시국 때.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을 1년 넘게 만날 수 없었다. 일, 집, 일, 집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지쳐갔다. 그때 나를 살아남게 했던 건 절반이 덕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가 <내꺼하자>로 초대박 히트를 친 해, 요즘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처럼 "동년배들은 대부분 인피니트 팬"이었다. 멤버들이 하나 둘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러 가고, 나도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이른바 '휴덕(덕질 휴식기)'이 되었다.
유튜브도 잘 안되는 환경에서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알고리즘이 나를 인피니트로 다시 인도했고 나는 다시 덕후가 되었다. 출퇴근 시, 산책 시에는 항상 인피니트 노래를 들었고 퇴근하고도 인피니트 노래를 들으면서 쉬었다. 귀국 후 인피니트한테 편지를 써 볼까 진지하게 생각할 정도로 마지막 몇 달 동안은 인피니트 노래를 주구장창 들었다.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덕질은 그 사람이 필요할 때 찾아온다. 다정함이 필요할 때, 소속감이 필요할 때, 동경의 대상이 필요할 때 등등. 최근 트로트 가수의 팬덤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은퇴 후 소속감을 잃어버린 노년층이 함께 활동을 하면서 사회적인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만 최애 변경>은 이러한 덕질의 이유, 청소년 시기에 겪게 되는 가족, 친구와의 갈등, 해결 등을 종합적으로 망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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