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 (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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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900페이지에 달하는 긴 소설이지만 역시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하루키의 글은 굉장히 읽기가 편하다. 쉽지만, 가볍지 않고 아름다운 문장들.

오랫만의 장편이어선지, 그 사이의 작품들 -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스푸트니크의 연인> - 과는 비교도 안돼는 무게가 느껴졌다. 때때로 가슴이 벅차서, 한숨을 내쉬기도 여러번이었다.

하루키는 항상 개인에 대해서 얘기하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세계가 존재한다. 마이크로 속에 담겨진 매크로의 무게가, 어떤 대하소설에서 보다도 절실하게 느껴진다.

나카타 할아버지와 호시노 청년의 이야기는 하루키가 더욱더 원숙해졌음을 잘 느끼게 해주었다. <신의..>에서 조금은 어색했던 3인칭 시점의 스토리텔링이 여기선 완벽하게 녹아들어 그 만의 어조가 분명히 나타났다. 3인칭을 활용하면서 더욱 능숙해진 특유의 농담도, 정말 반가웠다.

휴우... 하루키와 동시대를 살아서 행복하다. 벌써 다음 글을 기다리는 두근거림은, 정말 멋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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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타 칼니스의 아이들 5
김민영 지음 / 황금가지 / 2000년 2월
평점 :
절판


'옥스타칼니스'는 가상현실을 처음 제시한 사람이라고 해요. 이 책의 내용 역시, 주인공이 게임을 통해 겪는 가상현실과 현실세계가 거미줄처럼 얽혀있습니다. 현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그 단서는 게임 '팔란티어'안에 있다!

주인공은 현실 문제의 해답을 가상현실에서 구하고자 게임에 몰입하고, 점차 게임속의 나와 현실의 나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집니다.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인사건의 진실에 깊숙히 발을 딛게 되고...결말은 파국을 향해 치닫죠.

현실과 교차되는 게임 플레이의 묘사는 정말 판타지게임을 하는듯 흥미진진. 반면 추리소설을 연상케하는 현실은 긴박감이 넘치죠. 아직 우리나라에서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이 크지 않았던 몇년전에, 이런 소설을 연재하셨다는게 정말 대단합니다. 뚜렷한 주제의식과 수려한 문체, 재미의 3박자를 갖춘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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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돌 10 - 완결
전민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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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소설의 가장 놀라운 점은 작가의 치밀한 설정이었어요. 14아룬드(현실의 월月과 비슷-마치 타로카드 같은 느낌.)의 세상을 꼼꼼하게 창조해 내었고, 인물의 대사, 작은 소품들에도 복선이 잔뜩 깔려있죠. 상상과 창조의 세계인 '판타지'라는 장르를, 그야말로 성실하게 구현해 내 주었지요.

이와 같은 성실한 창조력이 이 소설의 최대 미덕이지만, 동시에 결점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세월의 돌>은 총 4부작으로 구상되고 있는 '아룬드 연대기'의 3부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해요. 앞으로 펼쳐질 다른 이야기들을 위해서, 아룬드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지침서로서의 임무를 지고 태어난 아이인지라 그 짐이 조금은 버거워 보이네요. 세밀한 묘사가 아름다웠지만, 소설의 초중반은 지루한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제 취향으로는, 분량을 조금 줄여서 간결하고 속도감있는 전개를 펼친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10권의 결말은, 읽는 동안 언뜻언뜻 비치는 불길한 암시를 애써 외면한 보람도 없이, 예상대로더군요. 제발 아니기를, 하고 얼마나 빌었다구요(웃음). 이런 엔딩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이예요... 그런대도 읽는 내내 눈물이 그치지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좋은 판타지를 읽고 나면, 마치 내 자신이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 내내 방안에 틀어박혀 읽었더래도 - 기분이 들어요. <드래곤 라자>의 후치가 '내 마법의 가을은 끝났다'고 선언했을 때 느꼈던 그 묘한 상실감과 후련함. <세월의 돌>역시 약간의 지루함과 소망을 배신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권을 덮었을 때 '귀환'의 아련함을 느끼게 해주었지요.

그래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세계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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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 여자! 17
츠다 마사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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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 칭찬받는 데 기쁨을 느끼는 왕내숭쟁이 유키노. 그 본모습을 제일 들키고 싶지 않은 남자에게 들켜버렸다! 하지만 완벽하게만 보이던 아리마 역시 내면의 어둠을 필사적으로 감추고 살아가고 있었죠. 두 사람이 느낀 동질감은 단지 잘난 우등생이라는 겉모습이 아니라 표리부동, 무언가 무리하고 있는듯한 어색함, 그런 것들을 서로에게서 감지했기 때문.

요즘처럼 무서운 세상에, 타인에게 100%자신을 드러낸다는 건 바보같은 일이죠. 현대인은 누구나 유키노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위장하는데 익숙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내 본모습을 보여줄수 있는 '누군가'를 항상 찾고 있지 않은가요?

유키노와 아리마가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어요. 에바 시리즈의 제목처럼, '진심을 그대에게'드릴 수 있다는게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설령 애인사이라 해도 상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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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22
야마자키 타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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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중3동갑내기 단짝 타이라와 만리. 여러가지 의미에서 이런 중3들이 있을까 싶은 캐릭터들이죠 - 타이라는 그 밝음과 순진무구함이, 만리는 그 어른스러움과 위험한(?)매력이.

이 두 명을 축으로, 만만치 않은 녀석 하나시마다, 타이라에게 한눈에 반해버려 우정과 애정사이에서 지옥을 맛보는 남자, 다카오카 군, 귀여운 미소녀 히나키와 마코토 등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이 와글와글-. 시리즈가 길어지면서 작가의 그림체도 예쁘게 변해, 눈도 즐겁습니다 :)

중 3이면 15,16세. 무라카미 하루키가 <해변의 카프카>에서 아이와 어른의 경계라고 했던 그 나이. 다양한 캐릭터가 보여주는 다양한 사건들 속엔, 지나간 15살 시절에 한번쯤은 느꼈었던 그런 감정들이 들어있어서 그리운 기분이 들기도 해요. 까불어대는 녀석들이 어찌나 귀여운지, 줄곧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하구요. 이녀석들이 영원히 변하지 않기를- 하고 절로 생각하게 되는 유쾌한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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