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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돌 10 - 완결
전민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의 가장 놀라운 점은 작가의 치밀한 설정이었어요. 14아룬드(현실의 월月과 비슷-마치 타로카드 같은 느낌.)의 세상을 꼼꼼하게 창조해 내었고, 인물의 대사, 작은 소품들에도 복선이 잔뜩 깔려있죠. 상상과 창조의 세계인 '판타지'라는 장르를, 그야말로 성실하게 구현해 내 주었지요.
이와 같은 성실한 창조력이 이 소설의 최대 미덕이지만, 동시에 결점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세월의 돌>은 총 4부작으로 구상되고 있는 '아룬드 연대기'의 3부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해요. 앞으로 펼쳐질 다른 이야기들을 위해서, 아룬드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지침서로서의 임무를 지고 태어난 아이인지라 그 짐이 조금은 버거워 보이네요. 세밀한 묘사가 아름다웠지만, 소설의 초중반은 지루한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제 취향으로는, 분량을 조금 줄여서 간결하고 속도감있는 전개를 펼친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10권의 결말은, 읽는 동안 언뜻언뜻 비치는 불길한 암시를 애써 외면한 보람도 없이, 예상대로더군요. 제발 아니기를, 하고 얼마나 빌었다구요(웃음). 이런 엔딩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이예요... 그런대도 읽는 내내 눈물이 그치지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좋은 판타지를 읽고 나면, 마치 내 자신이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 내내 방안에 틀어박혀 읽었더래도 - 기분이 들어요. <드래곤 라자>의 후치가 '내 마법의 가을은 끝났다'고 선언했을 때 느꼈던 그 묘한 상실감과 후련함. <세월의 돌>역시 약간의 지루함과 소망을 배신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권을 덮었을 때 '귀환'의 아련함을 느끼게 해주었지요.
그래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세계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