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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나침반 1
숭산스님 지음, 현각 엮음, 허문명 옮김 / 열림원 / 2001년 3월
평점 :
품절
생전에 있는 줄도 몰랐던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친구가 평소에 마음 속으로 많은 가름침을 받았다며 함께 가자고 전화을 했다.
그러구보니 신문에서 부고 기사와 함께 난 사진을 본 기억이 난다.
숭산 스님.
다비식은 수덕사
오래간만에 여행가는 기분으로 수덕사를 향했다.
내리는 비 때문인지가 산은 푸근한 안개가 옅게 감싸고 있었고 그 포근함으로 찾아 온 이들을 살짝 안아주고 있었다.
초겨울인데 그 날 그 곳은 비와 안개가 빚어 만든 물방울 속 같았다.
사람들이 수덕사에 발디딜 틈 없이 가득했다.
스님하면 과묵하거나 인자해보이거나 수행자하면 떠오르는 무게감이 있는 얼굴이라는 편견을 깨는
키다리에 장난기 그득한 웃음에 우비에 달린 모자를 머리에 걸치고 건들건들 다니는 물건너 온 이국적인 스님 모습에 즐거워지고, 대웅전에 모셔진 부처님과 마주서서 물끄러미 한 동안 바라보고, 수덕사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 발견한 다정한 노부부처럼 늙어가고 있는 나무 한쌍이 부럽다 느끼면서 생전에 녹음 된 숭산 스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만가지를 한가지로 나타낼 수 있다. 그 한가지가 무엇인가? ........
靑山流l水 산은 푸르고 물은 흐른다. 청산유수. 누구 말해봐 청산유수가 뭐지? 다 알지만 물어 보면 대답을 못해. 만가지를 한가지로 나타낼 수 있는 것. 대자연........"
친구는 분향하고 와서는 생각과 조금 다르다며 (뭐가 다른지 난 모르지만) 그 말에 고개 끄떡이며 수덕사에서 나오는 길 양쪽으로 만장기를 든 스님들이 일렬로 주욱 서 있었다. 다비식을 위해 숭상 스님의 몸도 이 곳을 지나가겠지.
그 길을 조금 쑥스러운 마음과 어색함으로 지나오면서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전생에 어쩜 이 친구와 나는 스님이 아니었을까? 그 절에 주지 스님이 혹 숭산스님?
묘한 인연을 느꼈다. 그래서 내 방에 오게 된 선의 나침반. 고요한 맑음으로 나를 이끌기에 엄마에게 한 번 읽어 보라 드리니까 얼굴 가득 혐오스러운 표정이다.
"싫다. 그딴 책 위선자 같아서." 이게 대뜸 뭔 소릴까?
"왜"
" 너도 알잖아. 날 비열하게 못살게 굴었던 상사. 그 사람에게 내가 선물 했던 책이야.
그 책 한 번 읽고 싶다고 들은 적이 있어서 ...... 아무 소용도 없더라. 그런 책 안 봐 "
책에는 무수한 인연의 그물이 있다.
책 속의 내용과는 아무 상관이 없이 싫어지고 좋아하는 책들이 내게도 몇권 있다.
단지 그가 어떠했다는 이유만으로......
반야 바라밀 하고 함께 중얼거리는 습관이 생겼다.
그 한마디에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뛰어넘은 반짝임이 있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