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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라체
박범신 지음 / 푸른숲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알다시피 네팔은 산의 나라다. 인도 가까운 지역 떠라이(Tarai) 빼고는 문을 열어 밖에 보면 제일 먼저 산이 보인다. 나는 네팔 있을 때 딴 한 번도 등산 해본 적 없었다. 그리고 네팔에 등산 하려 가는 외국인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도 몰랐다. 한국인만 일 년에 만 명 정도 네팔 간다. 물론 다들 등산하러 간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다.
2004/5년쯤에 ‘한국의산’ 이라는 온라인 클럽에 가입한 후 대한민국에 있는 산 올라가기 위해 등산복을 처음으로 구입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처음 등산모임에 참여를 했다. 그때 간 것은 바로 ‘연인산’이었다. 그 이후 복한산, 축령산, 마니산, 오봉산 등 많은 산 올라가봤다. 한국에 있는 산은 나무가 많고 토로가 잘 되어 있어서 즐겁고 재미있고 힘들지 않았다.
“촐라체” 책을 손에 들은 후 산을 대해서 조금 더 관심 갖게 되었다. 이 소설의 배경은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서남서에 있는 6440미터 높은 산 바로 ‘촐라체’다. 대한민국 산악인 박정헌과 최강식가 촐라체 북벽 등반에 성공한 후 내려오다가 추락한 사실을 문학적으로 쓰인 장편 소설이다.
아버지는 다르지만 같은 뱃속에서 태어난 두 형제 박상민과 하영교는 한참 겨울에 위험한 촐라체로 올라간다. 성공적으로 올라가지만 내려오다가 추락을 당해 두 형제가 위험한 상황에 빠진다. 마실 물도 없고 먹을 음식도 없고 등반기구가지 다 잃는다. 4일 동안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체 크레바스 건너 결국엔 살아남는다.
“넘어갈 수 없다면? 다른 길이 없다면 내려가는 게 최상이다. 그렇지만 이미 우리가 가져온 로프의 길이보다 더 높이 빙벽을 올라왔으니까 여기서 내려가는 것은 올라가는 것보다 오히려 더욱 위험 할지 모른다. 사는 길은 이제 촐라체를 넘어가는 길뿐이다.”~58P
우리 인생에는 촐라체 같은 산들이 수도 없이 나타난다. 쉽게 올라가다가도 포기하고 내려 가야할 때도 많고, 올라가지도 못하고 내리지도 못한 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도 많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가든 뒤로 가든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이제 없다. 마치 꿈의 한가운데를 슬로비디오로 관통하는 듯하다. 이미 죽어서 저승길의 어디쯤을 기어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남은 아이스스크루가 있으나 확보를 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다시 미끄러져 추락한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아냐, 그것으로 꽃길로 가게 될 테지. 촐라체가 죽어라 내 목숨을 요구한다면, 목숨을 바치고 꽃길을 얻을 수밖에 없겠지. 그러나 보아라, 나는 아직 살아 있다. 동물 같은 감각으로 오로지 찍고, 찍고, 또 찍는다. 네가 산에 대해 뭘 알아? 애송이에 불과해. 형이 말했었지. 너무 고통스러워 피켈 움켜쥔 손을 차라리 놔버리고 싶어지면 꿈인 듯 생시인 듯 형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린다. 인생을 알아야 산을 안다고 했던 말도.” ~157P
몸과 마음 완전히 지쳐서 얼마 못가 목숨을 포기할 상태에서도 하영교는 ‘그러나 보아라, 나는 아직 살아 있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누구를 말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촐라체일수도 있고 같이 올라간 상민형일수도 있다. 영교 자기 자신일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버리지 않다는 것이다.
“히말라야에 도전하는 클라이머에겐 적어도 세 가지 용기가 구비 되어야 한다는 김선배의 말도 이제 떠오른다. 가정과 사회를 과감히 던져버릴 수 있는 용기가 그 첫 번째이고, 죽음을 정면으로 맞닥뜨릴 만한 배짱이 그 두 번째이고, 산에서 돌아오고 나서 세상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는 의지와 열망이 그 세 번째 용기이다.”~ 216P
이 세 가지 용기는 우리들 살아가면서 꼭 가져야할 용기라고 생각한다.
“누워서 죽으나 기어가다가 죽으나 마찬가지일 터이지만 죽음을 기다리고 누워 있는 것보다는 그래도 기는 게 낫다.” 235P
죽음을 정면으로 맞닥뜨릴 만한 배짱이나 죽음을 기다리는 삶 보다 세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의지와 열망이 가득한 삶이 아름답다. 기다리는 삶은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가지만 앞으로 움직이는 삶은 새로운 것을 발견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이 아니라, 한 가족이 한 가족이 아니라 우리는 인간으로서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고, 관심과 사랑만 있으면 내가 살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따뜻한 사랑과 희망이 담겨있는 책 ‘촐라체’ 나에게도 많은 용기와 희망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