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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계급사회 ㅣ 우리시대의 논리 11
손낙구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8월
평점 :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저자가 그간의 경험과 보좌관 시절 수집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부동산 문제를 분석했다. 한국의 과도한 부동산 가격 상승은 결국 국민들의 기본적 생활근거를 빼앗아 갈뿐 아니라 부동산 소유자에게 엄청난 불로소득을 안겨 줌으로써 국민들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한국의 비상식적으로 높은 부동산 가격과 지나친 부동산 소유 편중도는 결국 부동산이 국민의 계급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말한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부동산 가격상승은 국민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마련이다. 국민들은 살 곳을 마련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고, 이는 결혼연령 상승, 출산율 저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술개발에 투여했어야 할 이익잉여금을 부동산 투기에 동원했고, 이는 당장 기업들의 이익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결국 성장잠재력을 깎아먹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국민들의 기본적 생활비 증가를 의미하고, 이는 곧 임금인상 요구로 이어졌기 때문에 기업들의 가격경쟁력도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 문화적인 문제도 심각하다. 주거지는 곧 신분이 된다. 송파, 강남에 사는 사람과 강북에 사는 사람의 경제력에 차이가 크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경제력의 차이가 문화의 차이로 파급되고, 자녀들의 학력에까지 세습되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하기 어려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 상승은 오직 건설업자와 투기꾼에게만 이익이 될뿐이다. 그럼에도 국가는 아파트 가격 상승을 막지 못한다. 80년대 기적적으로 도입된 토지공개념은 헌법재판소가 넝마를 만들어버렸고, 그나마 존재하던 부동산 투기 억제책들은 98년 외환위기의 해법이라는 명목으로 김대중 정부가 모두 풀어버렸다. 노무현 정부는 말로는 부동산가격을 잡겠다 잡겠다 했지만 그 스스로도 건설을 통한 외형적 경제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집값을 잡지도 못했다. 이명박 정부는?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저자는 토지개혁과 택지 국유화라는 파격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헨리 조지의 귀한인지 아니면 리콴유의 환생인지 모르겠지만, 종부세도 위헌이라는 나라에서 택지 국유화는 정말 안드로메다의 이야기로 들린다. 일단 저자의 주장 중 공영개발만이라도 이루어지길 바랄 뿐인데, 뉴타운 개발되면 쫓겨날 확률이 거의 80%인데도 뉴타운 이야기만 나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안타까운 서민들이 상당수인 우리 나라에서 정부가 공영개발 같은 정책을 추진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지 않는 자를 위해 알아서 시혜적인 정책을 펴는 정부는 없다. 분양원가공개? 선분양제도 폐지? 공공임대주택?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런 제도들이 시행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이 계급이 되는 사회는 결국 우리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국가에 공공임대주택건설이나 택지공영화를 요구하는 것은 고사하고, 부동산개발이 곧 경제성장이라고 믿으며 오직 제 집값 떨어지는 것에만 분노하는 바로 우리들이 말이다.
p.s1 사보라고 권할 정도의 책은 아니다. 통계자료만 쓸데없이 지나치게 자세할 뿐, 자신의 주장에 대한 논증이나 분석은 그다지 충실하지 않다. 통계자료도 국회에서 일하면서 자료제출 받은 걸 붙여놓은 것이 대부분이라 외국의 사례에 대한 분석은 부실하기 짝이 없고, 노동운동만 몇 십년을 해온 분이라 그런지 거시경제에 대한 식견에 깊이가 있어보이지도 않다.
p.s2 2012년부터는 총인구가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볼 때 인구가 줄어들면 부동산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우리 나라는 부동산 가격이 국가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도 했고.
p.s3 기본적인 공공임대주택 배정도 없이 시행되는 뉴타운 정책은 그야말로 축출정책에 다름아니다. 서민들은 한없이 밀려날 뿐이다. 건설마피아들이 쌓아올린 허무의 탑이 지금은 한없이 높아 보이겠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