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미래사 -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 교양인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이 엘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에 찬사를 보내고 있을 때,

김규항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현실에 대해서든 미래에 대해서든 계급적 분별이 없는 이야기들은 허망하다. 모든 계급에 공통된 현실이나 미래란 없기 때문이다. 토플러의 또 다른 미래서 ‘부의 미래’가 유행이다. '미래'에 대해서라면 토플러 정도와는 비교할 수 없이 근사한 책이 얼마 전에 나와 있다. 워런 와거의 인류의 미래사.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도무지 가닥을 잡을 수 없다면 이 책을 읽어 보시길. 통찰과 서정으로 가득한 책." 'gyuhang.net  2006. 11. 1.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200년이 지난 어느 미래에, 100년 동안 동면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젠슨이라는 화자가 손자들에게 들려주는 회고담이다. 2000년부터 2200년까지 세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리고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야기주는 일종의 역사서지만, 현재로서는 당연히 픽션이다.

 

하지만 저자의 깊은 통찰력은 픽션을 픽션으로만 바라볼 수 없게 만든다. 다국적 기업의 독점 심화, 20대80의 사회와 자본주의의 폐해, 미국의 내전, 핵전쟁으로 인한 인류의 비극. 다시 시작되는 역사. 전인류의 평등을 목표로한 세계당이 깃발을 올리고 세계정부를 실현하지만, 다시 시간이 흘러 개인의 개성과 특별함을 쟁취할 자유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요구로 세계당의 깃발은 내려간다.

 

 

막연히 미래를 예측해보는 것은 공상에 지나지 않는다.

소유와 분배의 문제, 자유와 평등의 문제, 계급과 인종의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그려진 미래의 모습은 그저 예상에 불과할 뿐,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야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들 수 없다.

 

책 마지막 부분 에피소드에서는 유토피아에 대한 토론이 벌어진다. 토론자로 나선 '윤석미'(특이하게도 한국 이름이다)은 역사를 놓고 무엇이 다른 것보다 낫고, 무엇이 최고인가를 판단해줄 외적 기준은 없다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유토피아는 성취될 수 있고 이미 성취되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그렇습니다'입니다. 모든 시대는, 비록 그 시대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유토피아입니다. 각 시대는 앞서 간 조상들의 열망을 실현합니다. 각 시대를, 자손들은 노스탤지어라는 황금빛 아지랑이 사이로 보게 됩니다. 유토피아란 희망이자 향수병이며, 전능함을 성취하려는 열망이자 자궁이라는 가물가물한 기억 속의 천국으로 돌아가려는 의지이기도 한 것입니다.'

 

우리가 잊기 쉬운 것은, 바로 이 시대가 전 시대의 열망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바로 지금, 이 다음 시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의 열망이 다음 시대의 현실이 되기를 바라면서.

 

 

p.s 김규항의 말대로, 서정과 통찰이 모두 훌륭한 책이다. 이 책의 초판이 80년대 후반에 출간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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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소년 2007-06-01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의 분위기로 봐서. 이건 필시. 내가 알고 있는 안 모씨의 글이네. ㅋㅋㅋ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추천하는건 절대 아니고.